스타쌤 한영고 유제숙 교사

저마다의 역량 키워주는 게 교사가 할 일

지역내일 2012-10-11 (수정 2012-10-11 오전 9:17:10)

“선생님, 자소서(자기소개서)에 뭘 써야 할지 고민이에요.”
“지난번에 동아리 활동한 거 보고서 쓰지 않았니? 그걸 쓰면 되지.”
“그런 걸 써도 되요?”
“당연하지, 네가 3년 동한 학교에서 활동한 결과물들인데......”
한영고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학생과 교사의 대화다.
유제숙 교사(49·수학·3학년 부장)는 “학교생활이 고스란히 모아진 문집이나 보고서 등만 모아도 충분히 입학사정관제에 준비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몇 년 전부터 학생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위한 많은 교내 활동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학생들의 진학에도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 유 교사를 만났다.




입학사정관제 준비, 학교에서 OK
영고는 고교선택제 지원률이 발표될 때면 언제나 높은 지원률로 많은 관심을 받는 학교다. 한영고가 ‘많은 학생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된 비결은 다양하겠지만, 열정적인 교사들의 노력은 그 비결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3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유 교사는 진학팀에 있을 때부터 진학과 학생들의 활동 프로그램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교사를 대상으로 한 입학사정관제 강의를 수차례 진행한 유 교사는 대학의 니즈는 물론 학생들에게 필요한 활동 역시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는 것도 또 어떤 특정 분야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이 어울리며 함께 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다양한 동아리활동과 교내 활동이 바로 그런 힘을 키워주는 큰 밑거름이라 확신합니다. 또한 그런 활동들이 고스란히 동영상이나 보고서 등의 결과물로 남게 되는데 학생들의 성장하는 모습이 반영된 훌륭한 작품들이죠.”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생겨나면 즉각적으로 교사들이 움직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7월 진행한 ‘글로벌 토크 콘서트(Global Talk Concert)’. 사교육에 의지하던 영어체험프로그램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인 한영고의 시도였다. 또한 이 활동은 학생들의 대학진학에도 큰 도움이 된다.
유 교사는 “대학교 교환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을 초청해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의 토크콘서트”라며 “기획과 과정 모두를 학생들이 준비함으로써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유 교사가 담당교사로 있는 ‘아우멘토’ 또한 3학년 학생들의 봉사활동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의도된 활동. ''아우멘토''는 3학년 학생들이 1, 2학년의 멘토가 되어 학습은 물론 생활 전반적인 것까지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다양한 학생들의 활동은 입학사정관제 높은 합격률로 그 결과가 드러나고 있다. 

아이들, 기다리고 또 기다려 줘야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의 하나로 ‘상위권 대학 진학률’을 무시할 수 없다. 한영고는 역량 있는 학생들의 도전을 위해 1학년 때부터 그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학생들은 진학팀에서 발굴하거나 잠재성을 본 교사 추천에 의해 이뤄진다.
유 교사는 “학생들에게 꿈을 향해 도전해갈 것을 강조한다”며 “학생들의 진로설계에 맞춰 구체적 전문교과를 공부하는 심화반과 논술대비반으로 세분화된다”고 설명했다.
중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관심 역시 빼놓지 않는다. 이들 학생에게는 먼저 자신을 일으키는 ‘자존감 회복’에 중점을 맞춘다.
 “저도 두 아들을 키워봤지만, 아이들에게는 저마다의 다른 성장 시기가 있습니다. 조금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죠. 실제 교사로서도 뒤늦게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 길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습니다. 모두에게 기회를 줘야 하고 또 기다려줘야 합니다. 지금이 아니라고 해서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걸 아이들은 물론 어머니들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교사에 대한 신뢰 가져줬으면
대교협 상담교사와 서울시 진학연구회를 거치고 현재 서울시 진학협의회 대표강사와 서울시 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연구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유 교사. 87년부터 쭉 한영고에 몸담고 있는 유 교사는 “25년 오랜 기간만큼이나 학교에 특별한 사랑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에게 부탁의 말을 건넸다.
“지난해 담임을 맡은 반 학생이 26명인데 추천서를 33장 썼습니다. 부담이 되긴 하지만 아이들을 관찰한 그대로 내용을 진솔하게 썼죠. 그 추천서 한 장이 아이의 미래를 열어줄 수도 있으니까요. 26명 중 17명이 수시에 합격했습니다. 큰 마음의 보상이 됐습니다. 추천서에 대한 여러 말들이 있는데 교사 대부분은 밤을 새워 추천서를 씁니다. 교사에 대한 신뢰를 갖고 추천서를 맡겼으면 합니다. 학생들을 향한 열정이 식지 않게 말이죠.”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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