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는 어떻게 놀까?

지역내일 2012-10-10
“까르르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숲에 가득하다. 나뭇잎을 찾고 꽃잎을 찾는 아이들의 표정이 모처럼 밝고 활발해 보인다. 숲에 와서까지도 학교에서처럼 주입식 교육으로 가르치려 하였다면 아이들은 금방 재미없어 한다. 이 나무는 무슨 나무이며 종과 속이 무엇이라는 등 설명식의 숲해설은 아이들 뿐 만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도 흥미를 잃게 만든다.
그렇다면 숲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여야 할까? 숲에서는 다양한 활동과 체험 위주의 놀이가 더 흥미진진하며 집이나 학교에 돌아가서도 자연 속에서 뛰놀았던 경험들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자연물을 이용해 물감 파렛트도 만들어 보고 지난 태풍 때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모아 나무무덤도 만들어 본다. 나무 무덤은 곤충들의 산란 장소이자 쥐나 토끼 등의 은신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모닥불을 피우는 것으로 알았지만 장수하늘소나 사슴벌레 등의 생활공간임을 알게 되자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둥글게 원을 만들어 서게 한 후, 앞 사람의 의자가 되어 앉게 하자 여기저기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서로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생태의자는 생태계 중 어느 한 쪽이 무너지면 다 무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으키게 하는 게임이다. 자연은 최고 포식자만 존재하는 수직의 관계가 아닌 서로와 서로가 하나로 연결되는 소중한 고리이며 수평적인 관계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하얀 광목천을 펴놓고 각자 다른 나뭇잎들을 따오게 한 후 나뭇잎을 관찰하면서 나뭇잎 속에 숨겨져 있는 도형을 찾아보게 하고 그 도형을 이용해 자기가 꿈꾸던 건축물을 설계해 보게도 한다. 버찌나 산딸기 등 나무열매를 이용해서는 그림을 그려보게 하고 편지를 써보게 하면 아주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한다.
나뭇가지 뿐 만 아니라 나뭇잎과 꽃잎도 하나의 음악적인 재료. 풀피리를 불어보면서 자연 속에서도 리듬과 가락이 존재함을 은연중에 알게도 되는 것이다. 풀잎으로 가면놀이도 해보고 나뭇잎을 잘라 올빼미와 부엉이를 만들어 보면서 자연과 숲은 무궁무진한 흥밋거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직접 나무와 풀과 1:1로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자연은 하나의 친구가 되고 멘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뭇잎과 꽃잎을 따와 그 속에 숨어있는 색깔을 찾아보는 것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게 한다. 자연 속의 숨은 색깔과 빛을 찾았다면 이 꽃잎과 나뭇잎을 놓고 돌이나 나뭇가지로 문질러 보고 두드려 보게 한다. 흰 광목천이 붉고 푸르게 또 노랗게 물드는 것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두드리면서도 휘몰이 장단을 도입하면 아이들은 신나게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다.
이처럼 생태적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이들에게 숲체험이나 숲에서의 놀이를 통한 학습은 매우 중요하다. 물질만능주의와 성적 지상주의가 팽배해진 현대 사회에서 도시의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도는 생활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만큼 자연과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의 교과생활도 중요하지만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자연이 키우게 해야 한다. 학습 위주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아야 올바른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수많은 존재들이 살아있는 자연 속에서 사람들과의 융합과 화합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숲은 놀면서 배울 수 있는 커다란 학교이다. 그 학교로 더 많은 아이들이 놀 수 있게 해야 한다.



전라북도자연환경연수원 교육강사  김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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