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경기대 교수/언론미디어학
10월 3일은 공교롭게도 대한민국과 독일 역사에서 다 같이 아주 특별한 날이다. 우리는 개천절로 하늘 사람들이 내려와 나라를 세웠고, 독일은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통일을 이룩한 날이다. 당시 수도인 본(Bonn) 대학교에서 유학 중이던 필자는 역사적인 통일 장면을 부러움으로 지켜보았다.
물론 통일 이후 독일은 시련을 겪었다. 구동독의 경제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나빴다. 동서독 주민 간 심리적 장벽도 높았다. 동독 출신을 '오시'로, 서독 출신을 '웨시'로 조롱하기도 했다. 서독인은 1등 국민이고, 동독인은 2등 국민이라는 뜻이다.
통일 비용으로 '연대부가세'가 신설됐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5.5%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매년 1조 6000억 유로를 구동독 지역에 투자했다. 이같은 투자와 노력에 힘입어 구동독 지역의 경제가 살아났다.
통일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에 이어 '제2의 경제기적'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새로운 호황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럽의 통합으로 시장의 확대, 낮은 물가상승률에다 구동독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면서 독일 경제는 활기가 넘친다.
수출은 더욱 호조다. 20년이 지난 독일 통일은 재앙이 아닌 축복인 셈이다. 구동독 지역이 신성장 동력일 뿐 아니라 문화의 신르네상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고, '유럽이 독일어로 말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베를린이 뉴욕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호텔이 많은 도시가 됐다.
아직 한반도만 냉전이 살아있는 마지막 분단국으로 남아 있다. 세계화로 무한 경제전쟁의 시대에 우리만 과거 망령인 '이념 전쟁'에 붙잡혀 있다. 게다가 남한에서도 동서로 갈려 아직 이데올로기와 정쟁 중이다.
구 동독지역은 통일 후 신성장동력으로
북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남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가장 밀집된 군대 유지 등 한반도 분단 비용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다. 따라서 분단 유지보다는 통일 비용이 적게 든다는 통계가 있다.
독일 사민당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베르너 감페터 박사는 "독일 통일로 막대한 평화배당금을 얻었다"며 "국방비 지출이 대폭 삭감되고 파괴적인 무기들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의 재건과 현대화 과정에서 남한의 기업이 가장 큰 수혜자일 수 있고, 이는 동아시아의 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일본, 중국 등도 평화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고 말한다. 한반도의 평화 통일이 주변 국가에 위협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도 통일이 남는 장사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수석연구원은 "통일 후 북한에 투자해야할 돈이 10년 간 약 184조원이라면, 국방비 감축, 북한 자원 개발과 노동력 활용으로 얻게 될 이익이 257조로 '통일 편익'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통일 후 10년간 약 73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심지어 통일이 되면 한국이 '아시아의 독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의 러처 샤머는 '비상 국가'(Breakout Nations)란 책에서 "통일 한국이 아시아에서 일본을 뛰어넘어 독일같이 제조업이 강한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통일 인구 8000만으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명의식'으로 통일 이끌 차기 지도자는
2012년 대선 대진표가 짜여졌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 수 등 3명의 유력 후보들이 출사표도 던졌다. 하지만 아직 그들로부터 분단 극복과 평화통일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프로그램을 찾기 힘들다. 과거를 답습하고 있어 공허하게 들린다.
주한 독일 대사였던 자이트 박사는 "통일 과정에서 총과 군대보다는 지도자의 비전과 리더십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가 그런 담대한 통일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법륜 스님은 통일을 위해 '역사의식'을 주문한다. 남북을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고 평화 통일을 신바람 나게 추진하는 '신명의식'을 가진 지도자는 누구인가. 조국의 운명이 통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권 주자들과 국민들에게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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