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친환경자동차에서 해답 찾는다”

지역내일 2012-09-28 (수정 2012-09-28 오후 5:20:57)
파리모터쇼, 경차 전쟁 … 고급차 소규모 참가

"둘러보세요. 다 소형차 아닙니까."

27일(현지시각) 파리모터쇼에서 만난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이 무겁게 입을 뗐다.

내년 유럽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이번 파리모터쇼에서는 거의 모든 브랜드가 소형차와 친환경차를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유럽 시장이 소형차와 친환경 차량 위주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이  27일 파리모터쇼에서 한국GM이 생산하는 소형 SUV '트랙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한국GM 제공>

소형차를 양산하지 않는 쌍용차로서는 이러한 유럽 상황과 경쟁사의 움직임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의 경제위기는 스페인을 거쳐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파리모터쇼가 열리는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프랑스 대표 자동차업체인 푸조는 8000명을 해고하고 파리 인근의 올네이수부아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감원은 안된다"며 구조조정 저지에 나섰으나 두달만에 손을 들었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프랑스 산업재건성 보고서가 발간됐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자동차 산업에 직격탄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빠른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유럽 공략용 소형차를 내놨다. 현대차는 i10, i20, i30 등을, 기아차는 씨드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스파크의 판매량이 신장되고 있는 한국GM은 아베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양산 모델인 트랙스와 부분 개량된 스파크를 출시했다.

국내 완성차만 그런 것이 아니다. 외국 유명 자동차 업체들도 경차는 물론 친환경 연료를 채택한 차량을 선보였다. 디젤, 하이브리드 엔진은 물론 전기전용 차량과 천연가스 차량이 곳곳에 등장했다.

벤츠는 A클래스 외에 소형 브랜드인 스마트, BMW는 1시리즈와 함께 미니를 앞에 내세웠다. 현재 생산중인 모델 중 가장 작은 차량들이다. 프랑스가 본거지인 푸조와 시트로엥, 르노 역시 소형 차량을 주력차량으로 내걸었다. 안전한 차로 각광받던 볼보는 준중형 해치백인 V40만 내놔 빈축을 샀다. 포르쉐나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고급차 업체들도 모터쇼에 참가했으나 규모는 작아 눈길을 끌지 못했다. 유럽에서 열리는 행사라는 이유로 참가에 의미를 둔 모습이 역력했다.

이유일 사장은 "과거 유럽에 5만대를 수출했으나 올해는 1만대뿐이 안된다. 스페인의 경우 1만대를 팔다가 지금은 2000대 뿐이 안된다"며 "다만 러시아에서 3만2000대를 파는 덕분에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체어맨의 디젤엔진을 개발하고 코란도보다 작은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X100(프로젝트명)을 2015년에 출시하겠다"며 향후 유럽대응 전략을 내놨다.

기아차 김용성 프랑스법인장은 "프랑스 자동차 시장이 많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5% 이상 시장이 감소했다"며 "다만 기아차는 지난해 소형차인 리오를 출시한 후 1.4%이던 프랑스 시장 점유율이 1.7%로 늘었다"고 말했다.

유럽에 소형차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는 한국GM도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모습이다.

수잔 도처티 쉐보레 유럽사장은 "거시·미시경제적으로 유럽이 상당히 침체돼 있다"며 "전반적으로 시장 규모가 8~9% 하락했고 서유럽과 중유럽에서 회복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처티 사장은 "경기가 어려울 때는 소형차로 많이 옮겨가는데 쉐보레 유럽 법인은 한국GM 덕분에 소형차가 많이 팔려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며 "한국GM이 스파크 공급을 늘려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파리=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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