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교육청은 저소득가정, 결손가정, 다문화가정, 학습부진, 학교폭력, 학교부적응 등을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전일제 위탁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각 학교에서 학업중단 사유가 발생하면 먼저 Wee 클래스에서 대상 학생과 학부모 상담을 한 후 시교육청 Wee센터로 위임한다. 대전에서는 2010년 2300여명의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했고, 해마다 평균 1800여명의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시교육청 Wee센터에서는 대상학생과 학부모에게 3개월 단위 위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온학교와 은석학교를 선택하게 한다. 이 위탁기관을 수료한 후에는 원적교로 돌아가 중·고등학교 졸업이 가능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대전시 관내 위탁기관(사회봉사 5곳, 특별교육 7곳, 학업중단예방 2곳)은 14곳이고, 그 중 ‘학업중단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은 은석학교와 시온학교 두 곳뿐이다.
이 두 위탁학교에 대한 학생들과 부모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시온학교, 치유와 열정으로 학생들 보듬어 =
“시온학교에 다니면서 다시 학교에 흥미를 느꼈다. 이미지메이킹 수업과 북을 치는 예술·심리 치유를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풀 수 있었다. 학교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신수미(가명·중3)양은 말했다.
신 양은 시온학교에서 3개월 위탁기간을 마친 후 기간연장을 하고 싶었지만, 시온학교에 여유가 없어 은석학교로 옮겼다. 시온학교와 은석학교를 모두 경험한 학생들은 한결같이 시온학교에 더 머물기를 원했다.
시온학교에 중학교 3학년 딸을 보내고 있는 강경순(49·중구 대사동)씨는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위한 시온학교 같은 곳이 있다는 것을 부모들은 잘 모른다”며 “선생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들에겐 보약이고 비타민제다. 요즘과 같은 사회현실엔 시온학교 선생님 같은 분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비를 털어 학교를 운영해왔다는 이혜숙 시온학교 교장은 “우리 학교에 오려는 학생들은 많지만 재정 상태가 어려워 올 12월까지만 학생들을 돌볼 수 있다”며 “정신장애를 앓는 아이들 중 품행장애아와 기분·사고장애아는 같은 장소에서 치유프로그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심리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중·고등학생들만 위탁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해 교과부가 실시한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에 의하면 학교 현장엔 치유가 필요한 학생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참조 대전내일신문 907호 1면)
시온학교는 정신장애 학생들을 치유하는 소규모 대안교육기관이다. 학생들은 수업은 위탁학교인 시온학교에서 받고, 학교법에 따라 수업료는 원적학교로 낸다. 결국 재정적인 지원은 실질적인 교육을 하는 시온학교가 아닌 원적학교로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이 정신장애를 극복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시온학교 같은 대안학교들을 적극 지원해야한다.
이 교장은 임상심리사 1급 자격증을 소유한 전문가다. 국제통상고 1학년에 다니는 조 모양은 ‘심리평가서’ 검사 후 상담을 통해 학업을 중단하려 했던 마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 교장은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모도 같이 치유를 해야 한다. 부모와 아이를 같이 보면서 치료를 해야 올바른 치유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석학교, 위기학생에 도움 안 돼” =
시온학교보다 학생 수가 훨씬 많은 은석학교는 부실한 운영을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위탁된 학생 수만큼 교육비를 지원한다. 1인당 1일 7500원이고 그 중 교육비 가 5000원이다. 중식비는 2500원을 보조하는데 중식비 5000원 중 나머지 2500원은 학부모가 부담한다. 학생 수가 학교의 수입이 되는 셈이다.
올해 시온학교는 20명을, 은석학교는 중·고생 각 50명씩 위탁교육을 할 수 있고 상시 추가인원이 가능하다며 시교육청에 위탁 신청 했다.
은석학교는 2003년 학교형태의 평생교육시설(동부교육청 제1호 등록)로 승인 받아 개교했다. 2008년 대전은석학교로 명칭을 변경했고, 대전시교육청에서 위탁대안교육기관으로 지정 받아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은석학교는 ‘위기학생대안교육’ 사업으로 교육청으로부터 2009년 4548만원, 2010년 4000만원, 2011년 4557만원을 지원받았다. 올해는 ‘학업중단위기학생 대안교육’ 총사업비로 1억원을 책정해 그 중 6331만원을 시교육청에 신청한 상태다.
수업운영이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 은석학교 박정남 교감은 “학생들이 1교시에 7명 정도 참석하고, 2교시 지나야 조금 더 등교한다. 교사들이 출근해 학생들 집으로 전화하는 게 일과 시작이다”며 “수업은 열심히 준비하는데,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스마트폰에만 관심이 많다. 체육수업은 주 5회 실시한다”고 말했다. 수업 진행이 잘 안 되는 이유를 학생들한테 돌렸다.
주2회 개인상담과 1회 집단상담에 대해서는 “상담사를 강사로 쓰고 있는데, 바쁜 분이라서 주 1회 집단상담만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주장은 학교측과 달랐다. 이 학교에 다니는 김은정(가명) 양은 “3개월 동안 상담사에게 한 번도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이 학교에서 수업 받는 게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시온학교 예술치유 수업 중인 학생들이 이화선무용단 이화선(이매방 중요무현문화재 살풀이춤 이수자) 대표에게 북 장단을 배우고 있다. 이 대표는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열정적으로 지도했고, 학생들은 북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듯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있는 학생들은 시온학교나 은석학교에서 3개월 단기 위탁교육을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이 곳 학교들을 다니면서 학교생활 적응력을 높이고, 자퇴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는 기회를 갖는다.
시교육청은 2012년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을 위해 교육지원사업을 공모해 위탁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시설 자격은 최근 3년 이내 학생상담 및 치유실적이 1건 이상 있는 기관이나 단체면 된다.
대전시교육청 김승태 학교생활안전과 장학사는 “학업중단 위기학생들을 위해 위탁교육기관 공모를 해도 지원하는 곳이 없다”며 “위탁기관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학업중단학생을 막기 위해 대안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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