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가 등교시간인데, 그 시간에 등교하는 학생은 없어요. 수업요? 시간표도 모르고 시간표대로 수업을 받아본 적도 없어요. 수업시간에 수업을 제대로 듣는 학생도 없고, 20명이상 학교에 오는 걸 본적이 없어요. 하지만 잠깐 왔다 가도 출석체크를 해줘요.”
위탁대안학교인 은석학교(대전 서구 가장동)에 다니는 이소라(가명·중3)양의 말이다. 이 양은 2학기부터 은석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그나마 출석을 잘하고 일찍 등교하는 편이다. 이 양은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면 ‘출석부에 체크만하고 가라’고 학교에서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은석학교는 학생이 등교를 하지 않았는데도 출석부 조작으로 지원금을 받는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교육청은 이들 위탁학교에 대해 정확한 실태조사를 하지 않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8월31일 오전. 은석학교를 방문해 4교시 국어수업을 들여다봤다.
외부 방문객이 거슬렸는지 여교사가 칠판에 플라톤과 이데아론 한 대목을 써놓았다.
교양수업인지 사회수업시간인지 분간이 안됐고, 학생들도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다.
책상위에는 교과서나 노트, 필기도구가 없었다. 대부분 학생들은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었고, 한 여학생은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은석학교 사회수업시간, 책상위에는 교과서나 노트, 필기도구가 없다. 대부분 학생들은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고, 한 여학생은 화장을 고치고 있다. 이곳에 위탁된 학생은 48명이지만 20명도 안 되는 학생들만 교실에 앉아 있다.
은석학교, 교육 프로그램 안 지켜 =
이 학교에 다니는 김은정(가명)양은 “학교 4층에 있는 골프장에서 한 번 체육 수업을 했는데 원하는 사람만 골프 연습을 하고 하기 싫은 사람은 잡지책을 보고 놀았어요. 그런데 교장선생님이 골프 치는 아이들 사진을 찍었어요”라며 “음악, 미술 수업은 해 본적이 없어요. 수업시간에 뭘 하든 상관없고, 몇 시에 학교에 오든 출석체크만 잘하면 돼요”라고 말했다. 김 양은 이 달에 은석학교 3개월 위탁기간이 끝난다.
대전시에서 학업중단예방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위탁기관은 은석학교와 시온학교(대전 동구 중동) 단 두 곳뿐이다.
은석학교는 위탁대안학교지만 일반 학교처럼 주5일수업제 교육과정으로 수업시간표를 구성했다. 오전 9시에 1교시 수업을 시작해(40분 수업, 10분 휴식) 오후 3시10분에 7교시 수업을 마친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불만은 수업뿐 아니었다. 학생들은 점심으로 먹는 배달 도시락이 품질이 떨어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소현(가명)양은 “전에 시온학교에 다닐 때도 도시락을 먹었어요. 그런데 시온학교 교장선생님은 도시락 질이 많이 떨어진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 업체를 바꾸고 가끔 밖에 나가서 식사를 했어요”라고 말했다.
은석학교 운영계획서의 중학교 일주일 교육과정을 보면 월요일 첫 수업은 학급회의를 하고 직업특강, 표현창작, 음악치료, 직업체험, 보건교육 수업프로그램이 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교과과목 수업이 있고 1주일에 개인상담 1회, 집단상담 2회를 한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은석학교 올 2학기 시간표는 중·고등학교 구분 없이 국어 영어 사회 역사 체육 교양 수업만으로 채워놓았다. 그마저도 시간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
9월4일 오전, 다시 은석학교를 방문해 사회수업을 스케치했다. 미리 약속된 방문이라 학생들이 좀 더 눈에 띄었다. 남학생들이 지난 금요일보다 많았지만 수업에 참석한 학생은 20여명 정도였다. 교사는 칠판에 교과수업 내용을 빼곡히 적어놨고 목청을 높여 설명했지만 학생들은 관심이 없었다. 스마트폰에 빠져있거나 화장품을 책상위에 꺼내놓고 머리를 매만지는 여학생도 있었다. 휴식 시간이 되자 몇몇 학생을 제외하고는 학교건물 지하주차장으로 몰려가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웠다.
이 학교에 아들을 보낸 한 학부모는 “은석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아이가 더 나빠졌다. 전엔 담배를 하루 한 갑 정도 피웠는데, 지금은 두 갑을 피운다. 공부하려는 마음도 없고, 책은 아예 보지 않는다”며 “원적학교로 갈 수 없어 위탁학교에 보낸 건데…. 학교에서 무얼 가르치는지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시교육청 나태순 학생생활안전과 과장은 “그동안 학교폭력 관련업무 폭주로 위탁대안학교에 소흘했다”며 “직접 위탁학교를 방문, 내용을 확인하고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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