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수준 한 단계 끌어올리는 병원 만들겠습니다”
내일신문이 만난 의료계 이사람 - 서울와이즈요양병원 김치원 원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전국 요양병원에 대한 2010년도 평가결과’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입원환자는 22만7000명으로 2004년 3만2000명에 비해 7배나 늘었다. 고령화 시대와 함께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요양병원의 수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부모님을 모실만한 요양병원을 찾는 데는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일부 요양병원은 모텔이나 상가 건물을 개조해 운영하는가 하면 요양원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환자를 위한 진료와는 거리가 먼 경우도 많아서 요양병원을 선택할 때는 직접 방문해서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
최근 안양·의왕권에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하겠다’는 요양병원이 새로 문을 열었다. 서울와이즈요양병원(대표 원장 김치원)이 바로 그곳. “집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고, 전문적이고도 체계적인 의료서비스까지 제공해 요양병원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김치원 원장을 만났다.
Q 김치원 원장께서는 내과 전문의라고 알고 있습니다. 개인 의원으로 개원하지 않고 요양병원을 설립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서울대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하고 있을 무렵 친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셨어요. 저는 서울에 있고 할머니는 고향(경남 진주) 집 근처에 모셔야 하는 상황이라 의사이면서도 별로 도움이 되질 못했죠. 요양병원이라는 의료기관의 존재에 대해서도 할머니 때문에 알게 됐을 정도니까요.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 할머니를 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요양시설이 꽤 괜찮더라고요. 공간도 넓고 노후에 편안하게 생활하시는데 손색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할머니는 많이 약해지셨지만 편안해 보이셨고요.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에서 이런 요양시설이 많이 생겨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요양시설에 부모님을 모시는 것을 많이 꺼려하잖아요?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느낌을 갖는 분도 있고, 아무리 좋은 시설에 모시더라도 죄책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보호자들의 심정이죠. 제 경우 할머니를 모신 요양병원을 보고서 이 정도 시설이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집에서 불편하게 계시는 것보다는 전문 의료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시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요양병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였죠.
한데 동료 선배, 주변 지인들의 말은 많이 달랐습니다. 집안 어른을 요양병원에 모셨는데 시설이 너무 형편없더라,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차이를 모를 정도로 의료 서비스가 엉망이더라, 없던 욕창이 생기고 오히려 병을 더 얻게 됐다, 등등 제가 처음 만난 요양병원과는 달리 대부분 요양병원에 대해 그다지 좋지 못한 인상을 갖고 있더군요.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맥킨지컨설팅과 삼성의료원에서 일하느라고 요양병원에 대한 관심이 잠시 멀어졌다가 개원을 생각하면서 요양병원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게 됐어요. 삼성의료원이 좋은 병원이지만, 제가 뭔가를 바꾸기에는 제약이 있었죠. 그래서 제 손으로 직접 뭔가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요양병원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있던 때라 자연스럽게 요양병원으로 눈을 돌리게 됐죠. 모든 요양병원의 수준을 다 높여 놓을 수는 없겠지만, 서울와이즈요양병원을 모델로 해서 우리나라 요양병원의 시스템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다는 생각에 병원을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Q 사실 제 어머니도 잠시 요양병원에 모신 적이 있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지셔서 집에서 모시고 있습니다만, 저 또한 요양병원에 대해 실망을 많이 한 경우입니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분들은 요양병원의 시스템과 수준을 어떻게 상정하는지 꼭 물어보고 싶었습니다.(웃음)
저는 ‘요양병원도 의사의 역할과 실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요양병원에 계신 환자분들은 큰 대학병원에서 암이나 뇌졸중 같은 큰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를 받다가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집에서만 계시거나 시골에서 의료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하면서 지낸 분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포괄수가제의 적용을 받는 요양병원의 특성상 비싼 검사 장비를 이용하기 힘든 경우도 많고요.
이런 특성 때문에 요양병원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과거력 파악, 문진, 신체 검진 등 순수하게 본인 실력에 의존해서 진료를 해야 합니다. 그만큼 의사의 역할과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사의 역할을 폄하하면서 요양원과 요양병원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제한된 의료 자원을 이용해서 환자들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 요양병원의 의사들이야말로 우리나라 의료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Q 원장님을 뵙기 전에 서울와이즈요양병원을 좀 둘러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치료’를 좀 더 강조하는 요양병원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양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경우 노인성 질환인 치매, 뇌졸중(중풍) 등 거동이 힘들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환자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간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치료가 가능해야 합니다. 즉각적인 치료가 가능하려면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한 의료진, 충분한 간병 인력, 의료장비 등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 얼마나 빠르게 필요한 조치를 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요양병원 설립하기 전에 기존 요양병원은 어떤지 조사하러 다녀봤는데, 원내에서 혈액검사가 전혀 안 되는 병원도 있더군요. 물론 수탁검사를 하면 되니까 요양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다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그때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식이 갑자기 나빠졌을 때 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전해질검사를 합니다. 수탁검사를 하면 시간이 걸리니까 우리 병원에서는 즉각 실시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저는 환자 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검사를 실시하는 걸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서울와이즈요양병원에는 인공호흡기도 넉넉히 갖춰 놓고 있어서 인근 대학 병원에서 환자를 보내오는 일도 있습니다.
또 정신과 진료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요양병원에 오실 정도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거나 자존감이 무너지고 우울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정신과 전문의가 일주일에 3회 치매 어르신들을 진료하게 됩니다. 꾸준히 치료를 받다보면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Q 서울와이즈요양병원은 안양·의양권에서 그 규모가 꽤 큰데요, 어떤 병원으로 자리매김할지 기대가 됩니다.
서울와이즈요양병원의 내부시설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배우려고 다른 요양병원을 다녀봤는데 시설이 편하지 않고 한숨 나오는 공간이 많았어요. 사실 의사와 간호사는 퇴근이라도 하지만 환자들에게는 요양병원이 24시간 생활공간이잖아요.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지내도록 하는 게 기본이겠지요.
그래서 내부 설계는 병원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아닌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이너에 의뢰했어요. 병원이니까 의료 시설이 있지만, 환자가 지내는 공간만큼은 병원이라는 느낌을 배제하고 싶었거든요. 혼자서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을 위한 공동 공간은 넓게 배치했어요. ‘병원’이 아닌 ‘집’에 방점을 찍었다고 할까요.(웃음) 또 층마다 색깔을 달리해서 환자분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고요. 공간 못지않게 노인들에게 중요한 것이 채광입니다. 창을 넓게 해서 햇볕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의왕시에 자리를 잡은 건 다른 도시보다 환경이 쾌적했기 때문입니다. 길 건너편에 한국농어촌공사가 있고 병원 근처에 근린공원이 있어서, 자연과 가깝다는 점이 주효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바로 젊은 의료진입니다. 보시다시피 제가 젊고요,(웃음) 한의사, 재활의학과 의사, 물리치료사 등 모든 의료진이 젊습니다. 일반 외래 진료를 보기도 하지만, 환자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환자의 기능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편안하게 모실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는 병원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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