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모임최고 - 천안아산온누리산악회(비박 전문 동호회)

낭만 충전! 비박을 떠나자!

지역내일 2012-09-18 (수정 2012-09-18 오전 8:39:49)

아침저녁으로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의 감촉이 서늘하다. 높푸른 하늘이 청명한 가을의 깊이를 더하는 이때, 자연의 민낯에 취해 환희를 느낀 사람들을 만났다. 자연의 품에 안겨 아침을 맞는 사람들. 비박 전문 동호회인 ‘천안아산온누리산악회(이하 온누리)’다. 그들이 펼치는 낭만 비박 이야기보따리를 들여다봤다.




* 가리왕산 정상에서 담소를 즐기는 회원들




자연의 민낯을 보다 =
비박은 독일어 비바크(Biwak)와 프랑스어 비부악(Bivuac)이 어원으로 산에서 밤에 비나 이슬을 피하기 위해 간단하게 장비를 설치하고 밤을 보내는 것을 뜻한다.
매월 비박을 떠난다는 온누리는 일반산행을 꽤나 했던 사람들이 산에 대한 진가를 더 알기 위해 따로 모인 팀이다. 비박을 하는 이유를 묻자 이구동성으로 산에서 맞이하는 아침을 꼽으며 서로 그때의 감격을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아! 그런 감동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몰라요. 침낭에서 꿈틀거리며 일어난 이른 새벽, 운해가 떠다니며 감도는 기운은 마치 천상에 온 듯한 황홀감 자체였어요!”
문영숙(42)씨는 지난주 가리왕산에 올랐을 때 일생일대의 명장면을 봤다며 다시금 그때의 감동에 파묻혔다. 운이 좋았다는 그들은 산상에서 맞이하는 아침이야말로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참모습이라고 말했다.
한정희(46)씨는 “산위에서 보는 별이 얼마나 맑고 예쁜지 시골마당서 보는 별과도 비교가 안된다”며 “별들이 바로 내 눈앞에서 쏟아지듯 반짝거렸다”며 다시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정희씨와 문영숙씨는 부부다. 그들은 “부부가 같은 곳을 동시에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복”이라며 서로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길잡이를 잘 만나서 더 행복한 비박 =
문씨는 “내가 비박의 매력에 잘 빠질 수 있었던 건 모두 길잡이인 독도대장 심내진(48)씨의 덕분”이라고 말했다. 문씨의 바통을 받아 너도 나도 심내진씨 칭찬릴레이를 펼쳤다.
심씨는 19세부터 산을 탔다. 그 후 지금까지 산에 매료돼 무박4일로 180Km 종주도 해 봤다. 지난주는 설악산을 쉬지 않고 36시간 동안 걸어 다녀보기도 했다. 산에 관한 한 그는 아마추어 중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사람이라고 회원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그가 팀에서 이렇듯 열렬한 지지를 받는 건 회원들을 진심으로 챙기기 때문이다.
낭떠러지 바위사이를 넘지 못해 떨고 있던 이은희(51)씨가 안심하고 다 건너갈 때까지 손을 내민 이도 독도대장 심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산모기가 물어뜯어 성한 데가 없었다. 심씨가 움직이면 이씨가 바위를 건널 수 없었기 때문에 모기에 뜯기면서도 이씨가 무사히 건널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말없이 묵직한 그는 온누리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이었다.
정대원(44)씨는 “인도자가 힘들면 전체가 힘들 수 있지만 우린 독도대장 덕분에 항상 무사히 비박을 마친다”며 “이젠 서로 매우 친해져 공동텃밭까지 가꾸게 됐다”고 말했다.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감동, 경험만이 답이다” =
“힘들게 산에 올랐고 잠자리가 불편해도 정말 신기하게 아침에 일어나면 거뜬해요. 희한하게 숙취도 없어요.”
15년 하던 낚시와 이별하고 4년 전부터 비박에 빠져들었다는 이은희씨. “산에서 자고 나면 보약이라도 먹은 듯 몸이 가뿐하다”며 “산에서 흘린 땀이 어떻게 다른지 느낀 자만이 알 수 있다”고 말하자 모두 맞장구를 쳤다.
비박은 삼림욕을 가장 확실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요즘은 건강을 위해 일부러 산에 가서 몇 시간씩 삼림욕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제대로 된 삼림욕을 즐기려면 비박을 해봐야 한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비박을 하면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시간에 숲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나 음이온을 계속 받기 때문에 혈행이 좋아져 어지간한 병은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다.
혼자 문득문득 비박을 떠난다는 이승환(50)씨는 산에서 내려오면 오히려 남의 세상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혼자 종주하며 지냈던 지난 일주일 동안 현실을 떠나 딴 세계에 놓인 편안함에 심취해 있었다고.
회원들은 물 한 방울이 아깝고 자연이 더욱 소중한 것임을 깨우치게 해준 비박이 감사하다. 사회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을 그때마다 비박산행이 탁탁 털어줬다. 그런 경험을 함께 나누는 가족 같은 동료들이 있어 그들은 일 년 내내 행복한 비박을 떠난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비박할 때 주의점>
1. 타프와 비비색(1인용 텐트)은 필수다.
2. 음식은 가능한 물을 많이 쓰지 않는 것으로, 쌀은 씻어서 미리 불린 쌀로, 그래도 식수는 충분히.
3.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면 절대 혼자 가지 말 것. 유사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몇 명과 동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4. 자신의 체력을 벗어나는 도전은 무모하다. 산에서 무리하면 안전이 허술해진다.
5. 비박지에는 해 떨어지기 한 시간 전에 도착한다.
6. 벌레나 야생동물이 다가오지 않도록 음식을 먹은 후 꼭 주변을 치운다.
7. 과도한 술은 체온을 떨어트려 위험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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