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상의 별처럼’을 보고

난독증 꼬마,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Only.1)이 되다

지역내일 2012-09-18 (수정 2012-09-18 오후 2:12:30)

지난해 국내 개봉한 인도영화 ‘세 얼간이’를 본 후 한참동안 그 여운에 잠겨 살았다. 속으로 ‘알 이즈 웰(All is well)’을 수없이 외치며 말이다.
그 ‘세 얼간이’에서 참교육을 부르짖던 아미르 칸이 감독이 되어 돌아왔다. 그가 감독, 주연, 제작을 맡은 영화 ‘지상의 별처럼’ 역시 오랜 여운과 감동이 있는 영화다. 이번엔 대학생이 아닌 난독증이 있는 여덟 살 소년이 주인공. ‘Every child is special’이란 영어제목을 가진 ‘지상의 별처럼’은 2시간 30분이란 긴 시간이 전혀 지겹지 않는 재미와 감동의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숨죽여 훌쩍거리는 관객들의 흐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이었으리라. ‘혹시 내 아이는?’ ‘난 제대로 잘 하고 있는 건가?’ ‘내 아이의 재능은 과연 무엇일까’ 등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영화.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 그리고 선생님에게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세상의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이다.




아무도 알지 못한 이샨의 난독증
 ‘지상의 별처럼’은 난독증 여덟 살 꼬마 이샨이 주인공이다. 이샨은 학교 수업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호기심 충만한 아이다.
물웅덩이에서 잡은 물고기를 어항에 키우고, 학교에서 돌아와 손도 씻지 않은 채 샌드위치를 먹고, 학교에서 내준 시험지는 개와 장난치느라 어디에 뒀는지도 모르는 장난꾸러기다.
얼핏 보기엔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지만 이샨에게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이샨만의 세계가 있었다. 책을 보면 글자들이 춤을 추고, 산수 계산을 할 때면 숫자들이 상상 속에서 서로 만나 3곱하기 9가 3이 되기도 한다.
 “춤을.....춰요..... 글자가 춤을 춰요” 책을 읽어보라는 선생님에게 이샨이 던지는 말이다. 교사는 아이의 이상한 말에 책을 읽어 보라 독촉하고 이샨은 괴음을 내며 괴로워한다. 결국 교실 밖으로 쫓겨난 아이. 친구도 교사도 이 아이는 관심 밖이다.
꾸중과 비난은 집에서도 계속된다.
“네 형은 공부를 이렇게 잘 하는데 넌 왜 그 모양이니?” “너 일부러 그러는 거니?” “집중을 좀 하란 말이야, 이 게으름뱅이야.”
항상 형과 비교 당하며 자신감을 잃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난독증 이겨낸 이샨, 재능을 발견하다
형이 몰래 써준 조퇴증 때문에 학교로 불려간 이샨의 부모.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결국 이샨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샨은 규율이 더 엄격한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가족들과 헤어져 홀로 기숙사 방에 남겨진 이샨.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된 이샨은 외로움과 자괴감 속에서 점점 웃음을 잃어간다. 그렇게 이샨은 점점 더 가족과 학교와 세상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었다. 여덟 살 아이가 기댈 곳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샨은 니쿰브 임시교사를 만나게 된다. 가족과 교사들도 몰랐을 ‘난독증’을 여덟 살 아이가 알리가 없었다.
니쿰브 선생이 이샨의 부모를 만나 아이가 난독증임을 말해주는 장면에선 안타까운 마음에 또 한 번 눈물이 났다. 엄격하기만 한 아버지의 그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 ‘학교 등수’에만 관심 있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니쿰브 선생의 열정적인 노력에 힘입어 점점 책 읽기와 쓰기에 자신감이 붙는 이샨. 이샨의 어두워진 표정도 차츰 밝아져 갔다. 그렇게 이샨은 세상에서 자신만이 서 있을 곳을 찾아가고 있었다. 니쿰브 선생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샨의 재능을 아이와 부모에게 알려주려 한다. 그래서 열리게 된 전교미술대회. 1등을 차지한 이샨의 그림과 2등을 한 니쿰브 선생의 그림이 앞뒤로 새겨진 졸업앨범에서 ‘사랑과 관심’이라는 단어가 오버랩됐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난독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아니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난독증’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난독증은 누구나 어떤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길 수 있는 증상이고, 사랑과 훈련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단지 그 특별함을 부모가 인정해주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직 공부와 시험성적에 의한 ‘한줄 서기’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 인생은 한 줄이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줄이 엉켜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깨우쳐주려 한다.
솔로몬제도의 원주민 이야기는 소름이 돋을 만큼 강하게 와 닿았다.
“솔로몬제도의 원주민들은 논을 개척할 때 제거해야 할 커다란 나무를 베지 않아요. 단지 그 나무를 둘러싸고 다함께 저주를 퍼부을 뿐이죠. 그러면 그 나무는 스스로 썩어 죽는대요.” 니쿰브 선생이 이샨의 아버지에게 하는 말이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에 상처를 받고 자신을 잃어가고 있을까? 넘버원이 되기만을 바라는 수많은 부모들. 자신만의 길을 꿈꾸는 아이들의 나무를 썩게 만드는 건 바로 우리들이 아닐까. 지금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말해보자.
 “넘버원이 아니어도 돼. 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Only.1’이니까”라고.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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