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적자·양자·친구 만난 안철수

지역내일 2012-09-14
안희정 김부겸 박원순과 대화 … '안철수현상'과 '정당정치' 사이에서 고민

"'안철수 현상'에 담긴 욕구를 안철수가 실천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뜻 결심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그의 한 측근이 전한 말이다. 그는 "내가 어떤 역할을 할지, 그리고 그것을 잘해낼 수 있을지"부터 고민한다는 것이다. 야권 주자 중 여론조사 선두권을 지키는 그가 왜 '내가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고 잘할 수 있다'고 목청껏 외치지 못하는 것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의 고민에는 '무소속 정치신인'이란 특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무소속인 그는 정당정치에 비판적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가 대선에 출마해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해 이길 수 있을지, 국정을 잘 운영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다. 결국 안 원장의 고민은 민주통합당과의 관계 설정으로 귀결된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원장이 최근 잇따라 민주당 정치인들을 만났는데, 그들의 상징성이 눈길을 끈다. 첫 번째 주목할 인물은 안희정 충남지사다. 안 지사는 '정당정치와 민주당의 적자론'을 상징한다.


<박원순 시장="" 만난="" 안철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3일="" 서울시청을="" 방문,="" 박원순="" 시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그는 평소 정당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정치적 부침 속에서도 '민주당'을 지켰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그는 탈당, 신당창당, 무소속, 당 통합 등 기존 정당정치의 해체와 재건축을 시도해온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대표와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이에 안철수-안희정의 회동은, '안철수 현상'과 '정당정치'에 대한 일종의 타협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두 번째 상징적인 인물은 김부겸 전 의원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그를 '민주당의 양자'로 비유한다. 다른 아들들보다 뛰어난 실력과 진정성을 갖췄지만, 양자라는 이유로 '결정적 순간'에 집안에서 소외되는 정치적 부침을 거듭해왔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의 적자들도 가기 어려운 길을 택했는데, 올해 총선에서의 '민주당 깃발 들고 대구 출마'가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김부겸의 만남은, 민주당이란 집안으로 들어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안 원장과 그의 세력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주는 자리로 볼 수 있다. 한편 김부겸 전 의원은 안철수 원장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 "안 원장이 중간에 민주당 후보에 대해 지지 표명을 하고 대선 후보로 나서지 않는 것은 범야권에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세 번째 주목할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의 삶과 정치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연대'다.

"수평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거대한 하나의 몸이다." (대담집 <박원순의 응원=""> 중) 그는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했지만, 당선된 후에는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가 꿈꾼 시정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민주당이라는 '힘이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박 시장은 '민주당의 가풍'과 거리를 두면서 '친구'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는 민주당 소속이지만, 기성정치권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비교적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미루어보면, 안 원장이 무소속 상태에서 출마하고,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칠 수 있다.

한편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통령 선거는 큰 전투"라며 "안철수의 수평적 조직이 새누리당과 맞서 전쟁을 치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야 출신을 떠나, 대선 선거 경험이 있는 인물들을 안 원장이 영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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