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의 취미생활

노후에 와이프보다 더 좋은 것은 무엇?

지역내일 2012-09-14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며 여기저기서 난리다. 오래 살게 된다는데야 기쁘지 않을 리 없겠지만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다면 남은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할지. 수다 떨 친구들이 많은 엄마들에 비해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우리 아버지들은 걱정도 큰데.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평생을 함께할 취미를 준비 중인 아빠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 이웃들 중에서 건강한 취미생활을 꾸준히 즐기고 있는 지혜롭고 재주 많은 아빠들을 만나보았다.


 취미란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여가 선용 활동을 의미한다. 주변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개인의 취미 역시 아주 다양하다. 수집하기, 만들기, 야외활동, 악기 다루기, 자기 계발 등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은 많지만 일만 하며 지내왔던 우리나라 아빠들이 갑자기 자신의 취미를 하나 정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시작이 반. 일찌감치 ‘나’를 찾을 수 있는 취미를 정해서 인생을 즐겁게 꾸려가고 있는 멋쟁이 아빠들을 통해 건강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보자.


Shall We Dance~? 댄싱 위드 더 와이프~~!!
댄스스포츠

 얼마 전 방영했던 TV 프로 ‘댄싱 위드 더 스타’를 기억하시는지? 스타와 프로 댄서가 짝이 되어 팀별로 실력을 겨루는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며 몸은 비록 따라주지 않으나 마음만은 홀~쭉하여 ‘나도 언젠가는 멋진 댄스 동작을 배워보리라’며 결심했던 분들이 꽤 있었을 듯. 그런데 등촌동 4번 출구에 위치한 ‘김동수 댄스스포츠’ 지하 홀에서는 마음만 홀쭉한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왈츠, 탱고, 퀵스텝, 차차차, 룸바, 비엔나 왈츠 같은 전문적인 동작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하는 아버님이 계셨다.
 사업을 하고 있다는 민이식(59·양천구 목동)씨는 3년 전 건강관리를 위한 취미로 댄스스포츠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등산과 마라톤을 꾸준히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도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을 찾던 중 댄스스포츠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술이나 골프로도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가 이 운동을 하게 되면서 모두 해결되더군요. 좋은 음악과 함께 하는 스포츠여서 지루할 틈 없이 즐겁게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전한다. 그런데 민이식씨의 취미 생활이 더 멋진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그와 함께 댄스를 배우는 파트너가 바로 부인 고윤희(55)씨라고.
 “댄스스포츠는 제 와이프가 사업을 위해서 꼭 배워야한다며 저를 이끌었던 운동이기도 하지요. 실은 저도 나이 들어서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고 있었는데 댄스스포츠는 재미있으면서 건강에도 좋아서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그만입니다. 제가 몸치여서 배울 때는 고생을 좀 했지만 이 운동 덕분에 훨씬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댄스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하고 38인치였던 허리둘레도 33인치로 줄었어요. 무엇보다 스트레스 해소에 좋지요.”라며 댄스스포츠 예찬론을 펼친다.
 자세가 좋지 않았던 관계로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았다는 부인 고윤희씨는 자세를 교정하면서 건강도 찾고 살도 많이 빠졌다고 한다. 짓궂은 표정으로 댄스스포츠를 하면 사이가 더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농담을 주고받는 민이식씨 부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멋진 스윙 동작을 완벽한 호흡으로 마무리하는 부부는 아마추어 댄스스포츠 대회를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다 보름 전 귀국했다는 딸 민아원(28)씨도 부모님과 함께 댄스스포츠를 배울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니 가족 모두가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멋진 모습이 기대된다.
 민이식씨는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까지 댄스스포츠를 왜곡된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정통을 찾아 제대로 배운다면 댄스스포츠만큼 건강하고 즐거운 운동이 없지요.” 가족과 함께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찾게 되어 행복하다는 민이식씨는 댄스스포츠는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 준 귀한 선물이라고 한다.


좌탁부터 침대까지 우리집 가구는 내손으로
목공예 
 성큼 다가온 가을의 기운이 진하게 느껴지는 토요일 오전. 신정1동 주민센터 인근에 위치한 ‘라임우드’ 가구 공방에서 특별한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막연히 공방이라고 하면 예술하는 사람들만 모여있을 것 같은데 이곳에는 30~40대 아빠들이 목장갑을 낀 손으로 드릴을 손에 잡고 실생활에 필요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대학 때 미술을 전공했다는 윤대용(35·강서구 신정동)씨는 “원래 학교 다닐 때부터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처음 목공을 시작하게 된 것은 학교 과제물 만들기를 하면서였는데 그 후 목공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어요. 제가 처음 만든 것이 연필꽂이였습니다. 그러다가 좌탁, 선반, 나중에는 집에서 필요한 수납장까지 만들게 되었지요.” 세 살짜리 예쁜 딸내미의 아빠이기도 한 윤대용씨는 딸의 장난감도 직접 만들어준다고 한다.
 윤대용씨 뿐 아니라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강한욱(41·강서구 신정동)씨도 공방을 자주 찾아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만든다고 하였다. ‘2달 정도 목공예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배우면 재료를 가지고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목공이라는 취미가 아주 유익하다’는 것이다. 취미로 시작한 목공 덕분에 어린이집에서 필요한 가구며 교구들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으니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목공예는 손재주가 특별히 좋아야 할 수 있는 취미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공방을 이용할 경우 생각보다 쉽게 목공예를 접할 수 있다. 필요한 도구와 만드는 법 및 재료구입에 따른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서 마음만 있다면 실용성을 겸비한 취미로 배우기에 딱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일반 가구에 사용되는 화학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가구 등을 만들 수 있어서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가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집이 꽤 많다고 했다.
 하지만 목공이라는 취미를 아는 사람들은 목공예는 취미 중에서 가장 비싼 취미라고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간단한 만들기로 시작해서 점점 욕심을 부리다 보면 예술작품까지 눈독을 들이게 되어 지름신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미는 어디까지나 취미. ‘비싼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도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물건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쓰는 보람은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고 윤대용씨는 이야기한다.
 강한욱씨는 “어린이집에 필요한 교구들을 장만하는 생활 가구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던 초기와는 달리 요즘은 파인아트 쪽에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기성품으로 나온 설계도를 그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각형 패널 하나도 어떻게 자를 것인지를 고민하는 즐거움이 바로 목공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요.”라고 이야기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은퇴해야할 시기가 온다. 그 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아무 할 일도 없다면 서글픈 일일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취미를 하나쯤은 가져야한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취미로 시작하여 작품의 세계와도 접할 수 있는 목공이라는 취미를 권유하는 아빠들의 이야기, 충분히 고려할만 하다.


일상의 스트레스 ‘Rock’으로 푼다
목동 직장이 밴드
 개인적으로 리포터가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중에 ‘즐거운 인생’이라는 우리나라 영화가 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도둑들’의 배우 김윤석의 매력에 일찌감치 꽂히게 만들었던 영화인데, 4명의 남자 주인공들이 젊은 시절의 열정을 찾아 ‘밴드’를 결성하여 꿈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오래전에 본 영화이지만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젊은 시절의 열정을 찾아 밴드를 결성하여 취미로 즐기고 있는 아빠가 있다고 해서 만나보았다. 바로 목동직장인밴드의 운영자 노진성(43·금천구 독산동)씨가 그 주인공이다.
 혜림(10), 영채(9), 유정(7) 세 공주님의 아빠이기도 한 노진성씨는 고교시절 독학으로 통기타를 배우면서 음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바쁜 일상 탓에 저를 돌아볼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드럼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면서 밴드를 취미로 시작하게 되었지요.”라고 밴드와의 인연을 이야기한다.
 합주실을 만들어 밴드 운영자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는 노진성씨는 밴드 내에서 드럼을 연주하다가 현재는 세컨기타로 전향해서 새로운 악기에 도전해 보려는 욕심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밴드에 관심을 보이는 직장인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목동직장인밴드는 현재 10개 팀으로 구성된 연합밴드가 되었다고. 목동직장인밴드 명칭은 2011년 1월 시작한 원년 멤버들이 지역대표성이 있는 명칭으로 의견을 모으게 되면서 결정하게 되었단다.
 “밴드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마음이 즐거우니 정신건강에도 좋겠지요. 삶의 활력이 되고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도 아빠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협조해 주는 편입니다. 하지만 토요일마다 합주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못 놀아주는 게 조금 안타깝네요. 그래서 평소에 더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요.”라고 이야기하는 노진성씨의 이야기 속에서 가족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건강한 가장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이들도 밴드를 하는 아빠를 자랑스러워한다고 한다.
 목동직장인 밴드는 단순히 취미로만 악기를 연주하다가 이제는 정기공연과 자선공연까지 병행하는 제법 내실 있는 밴드가 되었다고 한다. 다가오는 9월15일에는 홍대 앞 ‘디딤홀’이라는 공연장에서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 가을맞이 무료 ‘Rock Festival’을 연다고 한다. 정기공연에는 입장료는 무료로 하는 대신 모금함을 통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금하여 지역 내 소년소녀가장을 직접 찾아가 전달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밴드 하면 떠오르는 거침없고 신나는 기운이 선행과도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악기를 배우고 싶거나 밴드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같은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면서 밴드활성화에도 뜻을 두고 있다는 노진성씨. 지금도 밴드 참여자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 연주를 하면서 일상의 소소함에 감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해 즐거움과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이 아빠의 취미가 매력 만점이다.


묵향에 취한 선비들의 취미
한문서예반
 수요일 오전 10시, 양천도서관 5층 제 3배움방은 탁자 가득 화선지를 펼쳐놓고 서예작품을 준비 중인 수강생들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평일 오전임에도 그윽한 묵향을 풍기며 힘있게 글씨를 써내려가는 남자 분들이 꽤 많았는데. 32명 정원의 한문서예반에는 여성 대 남성의 비율이 50:50이라고 한다.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하다 은퇴하신 아버지들께서 마음과 시간을 다스리고자 취미로 서예를 배운다고 했다.
 서예를 시작한지 3년이 좀 넘었다고 하는 이점상(59·양천구 목동)씨는 중학교 수학 교사를 하며 서예를 배웠던 부인 이경화(56)씨 덕분에 서예라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무역업을 할 당시에는 밤낮 없이 일하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어요. 일이 너무 바빠 어떤 주일에는 집에서 밥 먹은 기억조차 없기도 했지요. 토요일에 들어와서 일요일 하루종일 잠만 자다가 다시 월요일 자는 아이들을 보고 출근하려고 하면 아이들은 머리 하나씩 키가 자라있더군요. 그러다가 퇴직해서 아내와 함께 서예라는 취미를 가지면서 행복을 찾은 것 같아요.” 결혼 전부터 서예를 취미로 하셨다는 부인의 인도 덕분에 이점상씨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서예대전 입상도 여러 번 하였다고 한다.
 회사 임원으로 재직하다가 은퇴 후 서예를 시작하셨다는 고희영(65·양천구 목동)씨도 평소 관심은 많이 갖고 있었지만 정년퇴직 후부터 서예를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지요. 바쁘게 일하다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서 무기력해지기 쉬울 때, 나를 다스리는 취미는 몸 건강과 정신 건강에 모두 좋은 것 같아요. 취미를 통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 더욱 좋지요. 서예를 6년 정도 하는 동안 강서 서예협회 사무국장이라는 직함을 갖게 되면서 모임도 많아지고 참 즐겁습니다.”라고 고희영씨는 말한다. 특히 서예는 큰 돈 들이지 않고 평생을 즐길 수 있는 취미여서 더욱 좋다는 것이다.
 요즘은 가까운 지자체나 복지단체에서 운영하는 좋은 문화 프로그램들이 참 많이 있다.  도서관의 경우에도 저렴한 수강료로 최고의 강사진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수준 높은 강좌들이 많이 있다. 60세 이상의 어른들에게는 할인이나 무료 수강 혜택이 주어지므로 은퇴 후 자기 계발을 원하는 아버지들에게는 더없이 유익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서예협회 초대작가면서 대한민국 서예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라는 조창래(72) 서예 선생님은 “양천도서관 개관과 함께 22년 동안 서예를 지도하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서예작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배우는 분들도 작품 전시나 공모전 준비와 같은 작은 목표를 가지게 되면서 삶이 더욱 즐거워진다고 하더군요.” 멋진 서체과 함께 글 속의 깊은 뜻을 한 자 한 자 아로새기며 작품을 써내려가는 제 3배움방에서는 인생을 아우르는 선비의 기운이 넘치고 있었다.


석주혜리포터 vietnam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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