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갤러리 인’에서는 서양화가 하상림의 개인전이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하상림은 90년대 후반부터 꽃 이미지를 선보여 왔으며, 냉장고의 하얀 단면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작가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이번 전시는 2010년에 열렸던 개인전에서 선보인 새로운 스타일의 작업을 한층 높은 단계로 심화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화면 전반을 가득 채우며 치밀하게 얽힌 선들은 정교하기 이를 데 없으며 기존의 작업에서 보여준 것보다 활기차고 생명력 넘치며 유연한 반면 날카롭다. 그리고 화면 속 형상들은 수없이 중첩되면서 언뜻 평면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의 색에도 큰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색의 쓰임은 면과 선의 두 부분으로 간소화되었고 전반적으로 강렬한 대비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상림 작가에게 있어 색의 선택은 아주 중요한 순간이며 이 순간은 한없이 주관적인 한편 역설적이게도 작가가 의도한 바 없는 우연에 가까운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은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태도의 변화를 정확하게 반추해왔으며, 또한 이를 통해 작가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핵심은 실존에 기반을 둔 ‘삶에의 의지’라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특별한 무언가는 아니라는 사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연약한 생명을 질기게 이어 나가는 것.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인생에 대한 너그러운 관조. 작가의 자연에 대한 찬미와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표현은 관람객에게 강한 울림이 될 것이다.
문의: (02)732-4677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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