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만난 사람들 - 생태안내자 모임 ‘구들돌’

“구름, 들꽃, 돌, 바람, 자연과 함께해서 행복해요”

10년 동안 학의천 지킴이, 이젠 회원 모두 전문가

지역내일 2012-09-12

화요일 오전 11시 안양YMCA. 주부 예닐곱 명이 모여 간단한 간식거리와 함께 수다 삼매경에 빠진 듯 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수다는 여느 주부들의 대화와는 사뭇 다르다. “ ‘버섯’이 어떨까요?”. “요즘 제가 버섯에 관심이 생겼는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버섯 종류도 너무 많고…” 9월 주제는 ‘버섯’으로 결정되었다. 장소는 ‘관악산’. 이들은 바로 구름, 들꽃, 돌의 첫 자에서 따왔다는 안양YMCA 환경생태 모임 ‘구들돌’ 회원들이다.


10년 세월 만큼 자연 생태 사랑도 깊어져
구들돌은 2002년 6월 YMCA의 생태안내자 교육을 계기로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이 생태 환경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고 실천하기위해 결성하여 10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왔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은 주로 40대부터 50대까지로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매주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람도 3명이나 된다. 초대회장을 지낸 지광숙(48, 평촌동)씨는 “30대에 시작했는데 어느새 40대가 되었다”며 웃는다.
이제 회원이 된지 1년 된 박인숙(42, 부림동)씨는 “아이들이 풀 이름을 물어도 대답해 줄 말이 없어 풀 이름 이라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교육을 받고 회원이 되었다”며 “이제는 모임 자체가 일상탈출이고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강정미(43, 부림동)씨는 “이름도 모르고 예전에는 똑같이만 보였던 모든 풀과 꽃 들이 이제는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 온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산으로 들로 나가 풀과 꽃과 나무와 만난다.
올해 10주년을 맞아 행사도 준비했다. 9월 25일 관양동 관악산 삼림욕장 근처에서 등산객과 주변의 주민들을 위해 천염 염색 체험과 부엉이 핸드폰 고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행사를 갖는다.


학의천 생태 교육봉사에 안양천 생태교실도 진행
이제 회원들은 모두가 전문가라 할 만하다. 어느 회원은 풀꽃 전문가고 어느 회원은 곤충전문가다. 구들돌 회원들은 현재 안양시에서 진행하는 ‘부모와 함께 하는 초등학생 생태교실’을 진행 하고 있기도 하다. 몇몇 회원들은 각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요청에 의해 생태 체험 강사활동도 하고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체험학습에 쓰이는 워크북을 직접 제작하는 것은 물론이다. 매년 그 동안의 생태체험과 공부한 것을 모아 자료집을 발간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유치원 및 초등생 대상 학의천 생태 교육 자원봉사를 진행하였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전국 YMCA대회에서 우수회원모임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구들돌 회원들은 별칭이 하나씩 있다. ‘부엉이, 풀꽃, 느티나무, 꽃다지, 개구리, 파랑새…’
듣기만 해서 기분 좋은 이름들. 어쩐지 별칭을 듣고 나니 닮았다는 느낌이 난다.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별칭이 ‘부엉이’인 양동희(42, 부림동)씨는 부엉이를 닮았고 , 풀꽃 지광숙회원은 풀꽃을 닮았다. 느티나무 구명애(51, 비산동)회원은 느티나무처럼 모임을 지켜주는 든든한 나무 같다. 양회장은 “회원들끼리 서로 불러주기도 하고 자원봉사나 생태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부엉이 선생님!” 하고 불릴 때면 아이들도 재미있어하고 같이 자연이 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구들돌 회원들은 생활에서 환경생태를 위한 작은 실천을 생활화 하고 있다. 일회용품 쓰지 않고 자기 컵 가지고 다니기. 일회용 휴지 말고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 세면대에 물 받아 쓰기 등 누구나 생각하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 들이다. 혼자서는 하기 힘들지만 같이 하는 이들이 있으면 좀 더 쉽게 하게 되지 않을까.
구들돌은 매년 신규 회원을 모집한다. 올해는 10월 9일부터 매주 화, 목요일 8회에 걸쳐 생태안내자 교육을 할 예정이다. 양회장은 “신규 회원이 되려면 소정의 생태교육을 수료하고 매주 즐거운 마음으로 산과 들을 만나고 즐길 마음만 가지면 된다”고 말했다.


비싼 등산화에 고급 등산복을 입고 산에 가는 것도 좋지만 꼭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좋다. 주변의 풀과 나무와 벌레와 돌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고 여유를 갖는 것. 그래서 하늘 한번 더 올려다보는 여유. 이것이 이들을 더 여유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첫 만남을 기념한다며 한 회원이 선뜻 가방에서 꺼내 준 선물. 처음엔 알밤인줄 알았더니 마로니에 열매라고 한다. 아하! 마로니에 열매가 이렇게 생겼구나. 아이들에게 보여줘야겠다!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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