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비약물적 치료

지역내일 2012-09-12 (수정 2012-09-12 오후 5:37:43)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의료정보가 쏟아져 나오다보니 누구나 ‘ADHD(Attention Deficiency Hyperactivity Disorder)라고 하면 무슨 낱말의 약자인지는 몰라도 ‘산만한 아동’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아울러 ADHD는 약물로 치료 한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분도 있어서 주위에 산만한 아동을 보면 병원에 가서 약물처방을 받으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런 분들에게 ADHD의 비약물치료가 있다고 하면 오히려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
ADHD는 원인에 따라서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증상을 보고 주의산만, 과잉행동, 충동성 목록 중에 여섯가지 이상이면 진단할 수 있다. ADHD의 신경과학적 원인은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이 저하되어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체계적이고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실행이 안 되는 것이다.
ADHD의 기본적 치료는 도파민이나 노르아드레날린을 보충하는 약물치료와 또래관계 개선을 위한 사회성훈련, 정서적 어려움을 돕기 위한 놀이치료와 가족치료 등이 있다. 이외에도 뉴로피드백, 기능의학적 접근법 등 안전하면서도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여아를 데리고 온 어머니는 아이가 교실에서 5분도 못 앉아있고, 친구들을 방해해 선생님이 가보라고 해서 온 경우였다. 역시나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진료실 책상에 엎드리고 고개를 숙여 의자 밑을 살펴보는 등 계속 움직여 진료를 보는 내가 다 산만해질 지경이였다. 어머님이 하시는 여러 이야기 중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고 못 먹게 하면 짜증이 심해지면서 더 산만해진다는 말에 치료의 방향을 결정했다. 단순당 중독으로 오는 주의산만을 제거해 본 상태에서 남아 있는 증상의 정도를 확인해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하는 걸로... 먼저 식이요법에 대한 교육을 해서 단당류를 끊도록 하고 식사를 현미와 채식위주로 바꾸게 했다. 거의 매일 먹던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못 먹게 하니 처음에는 단것에 대한 갈망이 더 강해지고 더 산만해졌지만 뉴로피드백 훈련을 병행하면서 차츰 산만한 증상이 감소되어 약물치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이 경우는 단당류 중독이 산만함의 주요 원인이었던 것이다. 

복합탄수화물은 체내에 들어가면 천천히 소화되고 흡수되어 혈중 포도당 농도를 천천히 상승시키는데 반해 단순포도당은 소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혈액으로 흡수되어 혈중 포도당 농도를 급격하게 상승시킨다. 고혈당이 되면 포도당 농도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되어 포도당을 간에 저장하게 되어 다시 저혈당 상태가 된다. 뇌는 에너지원으로 포도당만 사용하고 몸무게의 2%에 불과하지만 전체 포도당의 20%를 소비하는 인체의 최대 포도당 소비처이다. 따라서 저혈당이 되면 두뇌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두뇌는 저혈당을 피하기 위해 당연히 응급처방을 하게 되는데 식은 땀이 나면서 안절부절하게 되고 급하게 먹을 것을 찾으면서 주의산만, 신경질, 짜증, 과잉행동 등의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 이렇게 고혈당, 저혈당 다시 고혈당을 반복하게 되면 단순당 중독이 ADHD증상의 탈을 쓰고 마치 ADHD처럼 보여진다. 이런 경우에는 식이요법과 더불어 영양요법이 주치료방법이 되고 보조적으로 집중력 강화를 시키는 뉴로피드백훈련으로 증상의 감소를 도모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경우를 소개하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여아가 늘 피곤해하고 고기나 우유를 먹고 나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며 공부를 안 하려고 하고, 공부하는 줄 알았더니 책상에 엎드려 있는 게 다반사여서 엄마와 자주 다투는게 문제였다. 
주의집중력검사에서 심각한 ADHD로 나타났다. 기능의학적 문제가 의심되어 하나씩 짚어 나가자 복통, 변비와 설사가 아주 심한 상태로 드러났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볼 때 장기능 저하와 음식 알러지와 관련된 집중력 저하 상태로 판단되어 음식알레르기검사와 장기능검사를 실시했더니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으며, 장내에 Candida albicans라는 곰팡이로 오염되어 있었고 장내세균총의 불균형이 심해 유해균의 과잉 증가와 유익균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유산균의 먹이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경우에는 장내세균에서 나오는 장내독소에 의해 장내막이 손상되어 단백질분자들이 손상된 틈을 타고 혈액내로 들어와서 전신을 돌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데 신체의 일부인 두뇌도 이런 알레르기 반응의 예외 지역은 아니다. 

두뇌에서 일어나는 알레르기 반응의 증상은 두통, 어지럼증, 저각성 등이다. 한마디로 공부에 집중하기에 부적절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가장 우선적인 치료는 장내세균총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유산균을 대량 함유하고 있는 양질의 유산균제재를 처방하고 알러지원으로 판단된 동물성단백질을 식이에서 제거하는 것이다. 
처음 2~3주 사이에는 별 변화가 없더니 차츰 변비와 설사가 좋아지면서 두통과 어지러운 증상이 감소되기 시작하여 특별히 다른 치료 없이도 집중력에 변화가 왔다. 10년의 임상경험을 돌아볼 때 ADHD라는 하나의 진단에 그 원인은 정말 다양했다.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면 다양한 치료방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창의력과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ADHD 치료의 다양성도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일인 것 같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이마인드의원 원 장 서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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