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행위의 규모나 수준은 도덕성에 대해 사람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기준과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정직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우리는 사무실에 있는 인쇄용지를 집에 가져가 개인적인 용도로 쓰기는 해도, 사무실 금고에서 4달러를 꺼내 그 돈으로 집에서 사용할 인쇄용지를 사지는 않는다.”
‘인간은 비합리적이지만 그 행동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는 행동경제학 교수 댄 애리얼리의 이론을 뒷받침할만한 흥미로운 실험들이 가득한 책이다. 자원봉사자들이 하루 봉사 후 ‘난 수고했으므로 이 정도 푼돈은 허락되어야 한다’며 잔돈 통 속의 돈에 손을 대는 모습은 놀라운 진실을 바라보게 한다. 나 역시 내 스스로 착한 사람,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 후 맞힌 개 수 만큼의 현금을 지급하는 실험의 결과도 흥미로웠다. 만점을 받았다던가 열 몇 개를 더 맞혔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3~4문제씩은 실제보다 더 맞힌 것으로 답하고 현금을 받아갔다. 그의 실험대상자들은 대부분 대학생이었고, 약사였고, 의사였다. 거짓말 혹은 부정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생각한 착한 사람들도 자신들만의 도덕성 기준을 따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부정의 정도는 친한, 오래된 사이일수록 심해진다는 실험 결과는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었다. 학연, 지연, 친인척 관련 비리들은 결국은 그 오래된 사이에 놓인 도덕성의 시험이니 말이다.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 안의 에너지가 지치지 않은 상태여야만 한다는 점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사실이었다. 그래야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며 보다 도덕성을 곧추세울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착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정직함의 출발임을 깊이 새겨두자.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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