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청소년 알바, 대책마련 시급
“화나도 참고 일해요. 그만두라고 할까 봐…”
생활비·용돈 마련 위해 알바 하는 아이들 …저임금 성희롱 폭언 노출 심각
경제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졌다. 201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만15~19세) 329만4000명 가운데 취업자는 21만3000명으로 6.5% 수준이다. 그중 97%는 비정규직, 즉 알바(아르바이트생)로 최저임금 미달, 부당노동환경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와 대책을 3회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 주>
① 늘어나는 청소년 알바, 대책 마련 시급
② 학교가 알려주지 않는 노동권
③ 청소년들의 인권과 노동권 보호하려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물건이 자꾸 없어진다면서 제가 훔쳤다고 막 욕을 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없어진 물건 값만큼 일해서 갚으라고 돈도 안 줬어요. 안 나오면 학교로 찾아와 선생님한테 도둑놈이라고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일했어요.”
김성진(17·가명)군은 올 봄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생활비로 고민하는 엄마에게 돈 달라고 손 내밀기 미안해 시작한 일이었다. 갖고 싶었던 물건도 사고, 동생 학원비도 대줄 생각이었다. 월급을 받아 놀라게 해드리려고 비밀로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몇 개월 동안 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만 했다. 김군은 그 동네는 다시는 안 간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노동권과 인권에 대한 고민은 그 속도를 따르지 못한다.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 김민호 상임대표는 “최근 서비스업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데, 서비스업 종사자의 70%정도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고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도 상당한 비율”이라며 “하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부모동의서를 받는 등 청소년 근로기준법에 의해 고용하는 경우는 드물고 일하면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많아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고용 업소 5곳 중 한 곳 관계법령 위반 =
여성가족부는 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년 근로권익보호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이 결과, 232개 업소 중 48개 업소에서 144건의 관계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반사례 144건은 근로계약서 미작성(36건, 25%), 연소자 증명서 미비치(13건, 9%), 야간·휴일근로 사전 인가규정 위반(5건, 4%) 등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관계법령 위반보다 임금 체불, 최저임금미달, 장시간 노동 등이다. 지난해 6월 11일부터 8월 26일까지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가 조사한 ‘천안시 청소년·대학생 아르바이트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천안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나 했던 경험이 있는 청소년과 대학생 209명 중 27.8%는 최저임금(2011년 기준 4320원)보다 낮은 임금을 받았다. 4명 중 1명꼴이다. 또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적게 받고 연장 야간 등 가산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31.1%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주휴수당과 가산임금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는데, 청소년뿐 아니라 업주들도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부당한 사례는 많다. 폭언은 물론, 특히 여자청소년의 경우 성희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선미(가명)양은 “주유소에서 일하는데 조금이라도 늦게 달려가면 막 짜증을 부리고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사무실 안에 들어가면 같이 일하는 아저씨들이 이상한 동영상 보면서 같이 보라고 해서 내내 밖에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부 실태조사에서도 밝힌 유관 기관 협조, 현실은 ‘잠잠’ =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한 관리감독은 고용노동부 소관이다. 고용노동부는 청소년 아르바이트가 늘어나자 2006년부터 ‘1318알자알자 플러스 캠페인’을 전개하고, 2010년부터는 전국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1318알자알자 청소년리더’를 모집, 알바 10계명 등을 홍보하도록 하고 있다. 2009년과 2011년에 각각 청소년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청소년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데 있어서 홍보와 실태조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 내용에도 담겨 있다. 지난해 실시한 실태조사 내용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2851명의 청소년 중 고용노동부가 진행하는 알자알자 플러스 캠페인을 인지하는 비율은 9.1%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인터뷰에 직접 참여한 3명의 학생 중 캠페인을 알고 있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또한 조사를 진행한 연구팀은 결론에서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조체제를 맺어 교육주체의 전문성을 강화시키고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제반환경 구축’ ‘지역사회 청소년 노동인권 보장을 위해 기존의 자원들을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움직임은 미비하다. 천안노동지원청 연소자 노동 담당 감독관은 “청소년 아르바이트와 관련해서 부당 사례에 대한 상담이 들어오면 내용 파악 후 처벌이나 시정 등으로 관리 감독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고서가 제안한 지역에 어떤 사례가 있는 지 구체적인 자료를 만들고, 노동인권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학교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학칙으로 금지하고 있어 교육이나 상담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은 부당해도 참고 견디는 법부터 배웠다. 교사나 기관의 도움을 받은 경우는 적었다.
이에 대해 김민호 대표는 “당사자가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청소년들 스스로 권리의식을 높이는 동시에 권리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저절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여건을 조성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라도 노동부 교육부처 시민단체 가정 업주 등이 함께 모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 청소년 알바인권 10계명
1. 원칙적으로 만15세 이상 청소년만 아르바이트가 가능합니다. 만13세 이상 14세인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면, 노동부에서 취직인허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2. 연소자(만 18세미만 청소년)를 고용한 경우 연소자의 부모님(친권자 또는 후견인) 동의서와 나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사업장에 꼭 비치해야 합니다.
3. 일을 시작할 때 근로계약서를 꼭 작성하세요.
4. 청소년도 성인과 동일하게 최저임금(시간당 4580원, 2013년 4860원)을 적용 받습니다. 올해 7월 1일부터 수습기간도 똑같이 적용받게 되었습니다.
5. 위험한 일이나 유해업종에서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6. 하루에 7시간, 일주일에 40시간 이내로 일할 수 있습니다.
7. 근로자가 5명 이상인 경우 휴일 및 초과근무를 했을 때는 50%의 가산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8.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을 하고, 1주일 동안 정해진 근로일수동안 개근한 경우, 하루의 유급 휴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5인 이상 고용 사업장에서 1개월 개근한 경우, 하루의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9. 일하다 다쳤다면, 산재보험법이나 근로기준법에 따라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10. 임금체불 등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때는 국번 없이1350으로 연락하세요.
<출처 : 1318 알자알자 캠페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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