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어 이중언어강사 김보경씨

Xin chăo?(씬짜우;베트남어로 안녕하세요?)

지역내일 2012-09-10 (수정 2012-09-10 오후 5:07:54)

김보경씨(27·아산시 용화동)는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민자다. 베트남 이름은 레티몽튀. 한국에 온 지 올해로 7년이 되었다. 지금은 아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문화센터)에서 베트남어 이중언어강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아산시에 거주하는 베트남 결혼이민자는 400여명이 넘는다. 중국 필리핀 일본 등 결혼이민자 전체를 합치면 1500명을 훌쩍 넘는다. 이들은 다문화센터를 통해 우리말교육 사회적응교육 자녀교육 통번역서비스 등을 받고 있다. 특히 우리말의 경우 방문지도사나 한국어지도사의 도움으로 1년 정도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사람들을 통해 생활에 적응 =
김보경씨가 우리나라에 온 2005년 당시는 지금의 상황과 매우 달랐다. 남편과 시댁가족 이웃들에게 말과 글을 배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전문적 교육이 아니라 일상적 대화 정도를 배웠기 때문에 3년 가량 고생한 후에야 자유로운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결혼하고 연년생의 딸 아들을 출산하며 베트남의 음식이 그립고, 가족이 그리워 마음을 앓던 김보경씨는 몸을 추스를 사이도 없이 큰 심장수술을 받으며 위기를 맞았다.
“당시 베트남 가족들이 너무 미안해 하셨어요. ‘미리 알았으면 수술을 해서 한국에 보냈을 텐데’ 하시면서요.”
수술 후 김보경씨는 남편의 지극한 돌봄 속에서 회복하고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로도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어려웠지만, 남편 없이는 집 밖을 다닐 수가 없었어요. 지리도 모르고 운전도 못하고 버스를 타지도 못하고….” 김씨는 늘 우울하고 외로웠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다행히 도움의 손길은 늘 가까이 있었다. 천안에 사는 시누이는 하루에 세 번씩 전화를 해 김씨의 안부를 묻고 육아를 도와주었다. 남편 사업장 옆 음식점의 할머니는 김씨에게 한국음식을 가르쳐 주고 직접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지금도 명절 때면 그 할머니께 인사를 다니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을 배우고 베트남을 가르치고 =
아이들이 7살, 6살이 되면서 자유로운 시간을 얻게 된 김씨는 손유희 놀이치료 동화구연 자격증을 땄다. 어려서부터 유아교육에 관심이 있었는데 베트남에서는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김씨. ‘한국에서 이런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아 열심히 공부했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2011년부터는 다문화센터에 근무하며 베트남 결혼이민자들의 아이들과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베트남어와 베트남의 문화를 가르친다.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합니다.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말입니다.”
그래서 김씨는 결혼이민자2세들이 한국인과 베트남인으로서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지난 여름 폭염 속을 20~30분씩 걸어 수업하러 가는 길이 힘들었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맞아주는 아이들이 있어 그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먼저 한국을 배워 다른 베트남가족들의 정착을 돕는 김보경씨는 다른 엄마들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자신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 사회에 잘 적응하고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김보경씨의 소망이다.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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