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국 국가채무 16조달러 시대

지역내일 2012-09-07

남평오/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교육원장

역사적 평가가 항상 정당하지는 않다. 과거의 사실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세조에 대한 평가는 이용하는 사람과 시대에 따라 다르다. 경제적 상황을 평가하는 시각도 사람과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천양지차다.

미국 경제의 붕괴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다. 1971년 닉슨이 금본위제도를 포기하면서 시작된 미국경제의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로 더욱 심화되었지만 진실을 외치는 일부 학자를 제외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지난 9월 4일 미국의 국가채무가 16조 달러를 돌파했다. 오바마는 작년에 국가 채무 상한선이었던 15조달러를 조정하였고 채무를 줄여 나가기로 하였지만 지켜질 수 없는 약속을 한 것이다. 올해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하여도 미국의 국가채무 한도는 곧 20조달러를 돌파하고 무한대의 영역으로 나갈 것이 뻔하다. 1조달러면 한국의 화폐가치로 천백조원에 해당한다. 오바마 재임기간에 5조달러 이상의 국가채무가 늘어난 것이어서 한국화폐로는 6천조원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우리가 놀라는 것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국가채무 확대속도가 빨라졌다는 점도 있지만 미국이 국가채무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때 미국은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세계의 생산기지로서 경제패권 국가로 떠올랐다. 1971년 금태환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때도 석유결제대금을 달러로 바꾸게 하여 세계경제 패권을 놓치지 않았다.

국가채무 해결 능력 없는 미국

미국의 약탈적 경제는 아이러니 하게도 변방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촉진하기도 했다. 쏟아져 들어오는 달러를 주체할 수 없어지자 이들 변방에서 생산하는 물건들을 대규모 소비하는 소비시장으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번영은 로마의 번영기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2008년 미국의 금융시스템 붕괴가 현실화 되자 미국은 자신들의 경제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여전히 강한 미국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롬니는 우리나라에서도 먹튀 논란을 하고 있는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을 통해 재산을 모았다. 그가 대통령 선거에서 내세우고 있는 미국 제일주의는 더 이상 미국 경제의 재물이 될 변방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반증이다. 가장 가까운 이웃인 유럽이 망해가는 현실을 보면서도 아직은 군사적 패권을 통해 달러를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의 산물일 것이다.

미국이 더 강한 국가가 되어 세계 제일의 국가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러러면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책임과 협동을 강조해야 한다. 미국의 자생력을 키울 경제회생전략은 노동에 기초한 협동생산에서 찾으면 좋을 것 같다. 미래에도 지속되어야 할 인류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변방국가와 상생평화를 추구한다면 유일강대국의 지위는 유지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패권주의 추구해서는 안돼

협동조합도 미국의 경제위기를 풀어갈 수 있는 유력한 해법이 될 수는 없겠지만 협동의 시대, 책임의 시대로 전환하는 하나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미국경제의 현실에 눈감고 이미 사라져 버린 변방 국가들에 대해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재건하려 한다면 미국은 더 이상 강대국이 될 수 없다. 붕괴된 미국경제를 지탱해 주고 있는 국가채무를 감당할 변방국가의 경제력이 급격하게 소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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