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를 훌쩍 오르내리는 기온 탓에 조금만 피곤해도 짜증이 나고 몸은 지치기 일쑤다. 거기다 입맛까지 뚝 떨어져 여름이 길게만 느껴진다. 땀도 많이 흘리고 기운까지 없는 이런 날,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기 위해 생각나는 건 바로 자극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너무 맵고 짠 음식은 자칫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속도 편하고 입맛도 돋워주는 그런 음식 없을까? 바로 뜨끈한 밥 위에 얹어먹는 간장게장은 어떨까?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자꾸만 손이 가는 간장게장과 뜨끈한 밥 한 그릇, 생각만 해도 속이 든든해진다.
밥도둑으로 불리는 간장게장은 인기 있는 고급반찬에 속한다. 일반 가정에서는 게를 손질하는 과정과 조리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 사실 집에서 담그기란 쉽지 않다. 천연재료를 이용해 손맛과 정성, 그리고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내는 간장게장은 담그는 방법에 따라 제각각의 맛을 낸다.
발효식품에 속하는 간장게장은 염장하여 발효시키는 젓갈류의 조리법으로 신선한 게를 날로 간장에 절인 음식이다. 게장의 기원 자체가 간장으로 절인 것이지만 고춧가루를 이용한 양념게장과의 구분을 위해 오늘날에는 간장게장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게장에 대한 기록은 『규합총서』, 『주방문』, 『시의전서』를 비롯하여 조선시대에 기술된 다양한 문헌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게장을 먹기 시작한 것은 최소한 1600년대 이전으로 추측된다. 17세기 말에 저술된 『산림경제』라는 책에는 조해법으로 게장을 만든다고 소개하고 있다. 내용은 술지게미(술을 빚은 후에 남은 찌꺼기)로 절일 때 소금과 술을 함께 사용하고 일반적으로 조리된 게장은 오랜 시간 보관할 경우 쉽게 상하지만 조해법으로 담근 게장은 다음해 봄까지도 상하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뜨거운 밥에 얹어먹는 간장게장, 밥도둑이 따로 없네
백운호수에 자리한 백운게장백반에서는 짜거나 비린 맛이 전혀 없는 담백한 게장을 단돈 만원에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고급음식에 속하는 간장게장백반을 이렇게 알뜰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곳은 드물 것이라고 설명하는 문형호 사장을 만났다.
인천 연평도에서 들여온 꽃게를 직접 손질하는 문 사장은 맛의 비결에 대해 묻자, 꽃게의 질이 게장의 맛을 좌우하는데 조금이라도 품질이 떨어지는 꽃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원래 간장게장은 짜거나 비린내를 없애는 것이 맛의 비법이다. 이곳에서는 각종 양념과 과일, 한약재 등 25가지의 재료를 넣고 달인 간장을 이용해 3번에 걸쳐 숙성시키는데 이때가 게살이 가장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
이 집의 단일 메뉴인 게장백반을 주문하면 우엉조림, 나물무침, 두부구이, 갈치속젓, 고등어조림과 함께 배추된장국이 나온다. 그리고 공기밥이 아닌 압력솥에 방금 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밥이 바로 손님상에 올라간다. 간장게장은 많이 짜지 않고 비릿한 맛이 전혀 없어 한 입 꽉 베어 물면 튼실한 게살이 쭉 빨려나온다는 것이 손님들의 반응이다. 매콤달콤 하게 잘 버무린 양념게장 또한 입 안 가득 침이 고일 정도로 맛깔스럽게 보였다. 게장이 덜 삭으면 비리고, 짜면 입이 아리게 마련인데 이곳의 게장은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문 사장은 설명했다.
사진기자와 함께 촬영을 마치고 TV홈쇼핑에서처럼 손으로 살을 쭈욱 짜서 밥 위에 얹어 먹어봤다. ‘별미다. 아, 이 맛이구나’ 싶었다. 함께 나온 등딱지에 압력솥에서 지은 뜨거운 밥 한 숟갈 푹 떠서 쓱쓱 비벼 양념 없이 바싹하게 구운 김에 싸서 입에 넣었다. 입 안 가득 간간하고 달달한 감칠맛이 느껴졌다. 손은 양념으로 범벅이 되고 입가에 벌겋게 양념이 묻어도 정신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졌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압력솥에 눌어붙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후후 불어가며 또 먹었다. 포만감이 목까지 차올랐다. 단 돈 만원에 ‘참 잘 먹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며 포장판매도 한다는 소리에 가족들이 생각나 다시 들어가 주문을 했다. 부풀어 오른 배를 안고 나오는 길, 지인들에게 추천해도 좋을 집이라는 생각을 하며 차에 올랐다.
여느 식당과 달리 넓은 주차장이 있어 주차가 전혀 불편하지 않고, 식당이라고 하기에 인테리어가 예쁜 이 집. 식사 후 실내정원에서 차 한 잔 마시기에도 좋은 카페같은 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문의 백운게장백반 031-466-5353
배경미 리포터bae@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