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민은기 엮음/음악사연구회 기획/1만8000원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새마을 노래)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인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한 두 번 정도는 따라 불렀던 노래다.
박정희 시대 국민개창 운동은 1960년대 초 국가재건 운동의 국민개창 운동에서 출발해 '노래의 메아리', '다함께 노래 부르기'등 다양한 명칭을 가지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국가주도형 노래 부르기 운동의 연원은 일제 강점기 시대 식민지 문화전략의 일환이었던 국민가요 및 건전가요 개창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해방 이후 그 성격을 달리하면서 이어져 나갔다. 국민개창 운동은 박정희 정권, 특히 1960년대 중반 이후 공보부 및 정부 각 기관에 의해 확대추진되면서 국가시책 및 정세와 밀접한 관계에 놓이게 된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과 유신체제 이후에는 각기 10월 유신과 새마을 운동의 정신 구현 이라는 과제가 추가된다.
이와 같이 독재자들은 대중을 통제하고 세뇌하기 위한 정치공학적인 고려 속에서 음악을 이용한다. 그들은 음악가들에게 독재 체제가 지향하는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작품들을 만들도록 요구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을 통해 대중의 가치와 의식을 조종한다. 그렇다면 독재자들은 자신의 독재 체제를 위해 어떻게 음악을 이용했는가. 독재자들 간에 발견되는 공통점이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음악적으로 볼 때 독재적 이데올로기를 지지하거나 강화시키는 음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인가. 음악 혹은 음악가들은 독재의 피해자인가 조력자인가. 이와 같은 문제들에 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이 책이다.
음악사연구회 회원인 필자들은 근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독재자들 가운데 음악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나폴레옹, 스탈린, 무솔리니,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박정희, 카스트로 등 8명의 독재자들을 선별해 이들과 음악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연구했다. 이 책은 지난해 출간된 논문집 '독재자들과 음악'의 내용을 일반 독자들에게도 소개하기 위해 새롭게 다듬어 펴낸 것이다.
모든 독재자들은 대중을 통제하고 탄압하지만 역설적으로 대중의 지지와 협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독재자는 집단 정체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와 사상을 제시한다. 독재가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고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활용하는 또 다른 중요한 전략은 대중의 취향을 동일화 하는 것이다. 음악이 독재자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독재자가 음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활용하려고 하는 이유는 음악의 속성 때문이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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