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는 매탄초등학교처럼

학원에서 학교로, 방과후가 행복한 아이들

지역내일 2012-07-24 (수정 2012-07-24 오후 2:31:11)

학교마다 방과후 수업은 크게 다를 것 없고, 더구나 영어부는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 없는 강좌 중의 하나다. 그냥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수업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그런데, 매탄초등학교(교장 신기환)의 이 강좌, ‘영어부’가 수상하다. 매번 추첨을 통해 수강생을 선발해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어떤 비결이 있기에 아이들은 방과후, 그리고 영어부가 행복하다고 말할까. 리포터는 늦은 오후의 영어부 수업시간을 찾았다. 


영어,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은 버려-교사와 학생 간 행복 교감
주니어 고급반 수업, 퀴즈를 맞히듯 아이들은 영어강사 마이크(Mike)가 제시하는 단어를 듣고 뜻을 말한다. 대부분 영어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마이크는 본문을 읽으며 주어진 문장과 관련한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진다. ‘Summer plan’에 대한 물음에 아이들은 저마다 동해안이니, 뉴질랜드니, 호주니 휴가지에 대한 계획들을 봇물 터뜨리듯 털어놓는다. 호주? 대표적인 동물은…, 캥거루! 마치 곁가지를 치듯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Do you take shower, everyday?’ ‘Yes!’ 마이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묻는다. ‘really?’ ‘Yes!’ 문장 받아쓰기, 문제풀이도 이어진다. ‘Don''t hit the roof, don''t drive your mom crazy.-엄마를 뚜껑 열리게 하지 마라!’ 엄마가 화가 났을 땐 언제일까, 자신의 경험담 얘기에 아이들의 수다는 또 끊일 줄 모른다. 교재를 중심으로 한 여느 영어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지만,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꽉 찬 듯한 강사와 학생 간의 공감대가 수업의 몰입도를 높게 만드는 것 같았다. 


▷영어부 수업 후기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친절한 선생님, 재미있는 수업진행을 영어부가 좋은 이유로 꼽았다. 뉴질랜드로 6개월 유학을 다녀왔다는 김세윤(6학년)은 “영어로 발표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며 “끝까지 영어부 수업을 할 생각”이라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올해 다니던 학원을 딱 끊고, 영어부 수업을 시작했어요. 진행 자체가 너무 재밌고, 영어로 대화도 되고, 하나에 대해서 깊이 알게 돼 학원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 박효정(6학년)은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김진섭(5학년)은 3학년 때부터 시작한 영어부 수업으로 고급반에 올라올 만큼 실력이 늘었다. 매일매일 하는 온라인학습이 특히 재밌는데, “영타도 많이 늘고, 포인트가 쌓여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온라인학습은 ‘휴먼잉글리쉬’를 통해 매일매일 체크한다. 마이크는 온라인학습을 하게끔 아이들에게 수시로 문자를 보내고, 월별 종합학습결과표를 제공한다. 분기별로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한다. 1년에 2~3차례 인증시험도 준비하는데, 각자에게 필요한 인증시험문제집을 나눠주고, 채점해주는 등 마이크의 손길은 늘 바쁘다.
“흥미가 젤 중요하죠. 그리고 선생님이 좋아져야 해요. 학교의 이곳저곳을 적극 활용해 운동영어 등 다양한 영어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재미와 소통, 기초반에선 이 덩치로 아이들과 율동도 해요.(웃음)” 수업 외에도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챙기고, 좋은 것들을 나누며 교감을 쌓았다. 이게 비결이었지 싶다.


숫자로 본 매탄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51_ 51개 강좌 113교실 운영. 2010년부터 방과후 학교에 주력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8개 강좌가 전부였다. 그해 허숙희 전(前) 교장의 부임과 함께 이 학교 저 학교로 동분서주하며 아이들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아다녔다는 홍미정 교사는 “요리, 우쿨렐레, 외발자전거, 생명과학 등 주변 학원에서 하지 않는 프로그램들 위주로 공략했다”고 덧붙였다.
51개 교실 전부가 방과후 학교로 꽉 차다 보니 교사들은 교실에서 업무를 보면서 수업을 자연스레 참관하게 되고, 방과후 교사의 멘토가 되기도 한다. 
▷120_ 전교생 1640명에 방과후 학교 참여인원 1976명, 120%의 참여율을 보인다. 2010년 20%도 안 됐던 참여율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적표다. 영어부에서 만난 아이들 역시 주산, 컴퓨터, 수학, 독서논술 등 한사람 당 4~5개 이상의 강좌를 수강하고 있었다. 토요일 강좌만 듣는 학생도 604명, 홍 교사는 “토요일도 학교수업의 연장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선생님 5명이 돌아가면서 토요일을 지키고 있다.
▷1_ 매탄초등학교 방과후 강사들은 1달에 한번 월례회의에 꼭 참석해야 한다.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홍 교사가 매일 모니터한 수업내용을 가지고 미흡한 부분을 지도하기도 한다. 복장, 말투, 태도에도 일일이 관여한다. 방과후학교 카페도 활발하게 운영 중인데, 방과후 강사 회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는 “정기적으로 모임도 갖고, 경험을 나누다 보면 은근히 부서 간 경쟁도 생긴다. 그래서 수업을 더욱 열심히 준비하게 되고, 자기발전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매 분기마다 통계표를 뽑아서 학생 수가 줄어드는 부서에는 학생 관리를 주문하는 등 지속적인 자극도 수업의 질을 높이고 있다.
▷94_ 싼 게 비지떡이지…, 이런 생각들은 방과후 학교 공개수업 후 여지없이 무너졌다. 94%라는 학부모만족도가 방과후 학교 수업수준을 대변한다. 2011년 각 부서별로 다양한 대회에 출전을 권유하고, 많은 수상실적을 거둬들이면서 방과후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교과부 선정 ‘방과 후가 행복한 학교’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과후 학교 덕분에 올해 1학년 교실이 1개 반 더 늘어났을 정도다. 


타 학교에서도 방과후 학교가 활발해지길 바라는 홍 교사는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부분을 개발할 수 있고, 학교에서 늦은 시간까지 안전하게 보호받는다는 게 방과후 학교의 좋은 점”이라고 말한다. 능력을 발휘하다 보면 자신감도 생긴다. 왕따 당하던 아이가 있었는데, 무료축구교실에 참여하면서 차분해지고, 이후에 스스로 방과후 학교 강좌를 신청하는 등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교교사들의 의지가 있고, 강사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아이들의 ‘방과 후가 행복한 학교’는 언제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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