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떠나서야 겨우 마음이 편하니 이상한 사람.바람 많은 날이면 펄펄 더 자유로울 수 있으니 다행인 사람.걷기, 콜롬비아커피, 눈, 피나 바우쉬, 찬 소주와 나무 탁자, 그리고 삿포로를 좋아하는 것 만으로 충분히 넘치는 사람.아무 정한 것도 없으며, 정할 것 또한 없으니 모자란 사람.
시인이자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구성작가였던 이병률 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끌림’ 이후 7년 만에 출간된 두 번째 여행 산문집이다. 여행서적이지만 가이드는 아닌, ‘여행지 가이드’가 아니라 ‘여행하는 마음 가이드’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작가의 글과 사진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마음을 설레게 한다.책을 펼쳐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어느 책이든 들어있는 목차가 없기 때문이다. 어딜 펼쳐보든지 거기에서 새로운 장소와 시간 속에 있는 여러 모습의 작가를 만날 수 있다.이 책은 작가의 발이 닿은 그곳에서, 어느 장소든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써내려간 글들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청춘은 한 뼘 차이인지도 모른다. 모두 그 한 뼘 차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사람과 내가 맞지 않았던 것도, 그 사람과 내가 스치지 못했던 것도….청춘의 모두는 한 뼘 때문이고 겨우, 그 한 뼘 차이로 인해 결과는 좋지 않기 쉽다. 청춘은 다른 것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른 것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것이며 그렇다고 사랑으로도 바꿔놓을 수 없는 것이다
불가능한 사랑이어서, 하면 안 되는 사랑일수록 그 사랑은 무서운 불꽃으로 연명하게 돼 있지 않은가.
- 본문 중에서
‘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을 때가 있지. 누가 봐도 그 길은 영 아닌데 다시 가보고 싶은 길’ ‘낯선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배우게 되는 말은 물(水)인 것 같다. 그 다음은 고맙다는 말. 물은 나를 위한 말이고 고맙다는 말은 누군가를 위한 말. 목말라서 죽을 것 같은 상태도 싫고 누군가와 눈빛을 나누지 않는 여행자가 되기는 싫다’ 등 이 책에서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호기심과 ‘사람’을 기다리는 쓸쓸하거나 저릿한 마음을 만나볼 수 있다.책을 덮을 때쯤이면 작가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지금 당장 짐을 싸서 떠나고 싶어지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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