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강의를 완벽하게 준비하는 교수의 열정에 반한 외대 영어과 대학생 서종원. ‘공부는 저렇게 하는 거구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할 만큼 수재였던 그는 교수님을 쫓아다니며 두꺼운 영어 어휘사전으로 지독하게 공부했다. “2년간 교수님과 스터디하며 영어의 기본 토대를 제대로 닦았죠. ‘실력’으로 승부하는 교사가 되라는 매서운 가르침을 지금도 늘 곱씹습니다.” 서종원 교사는 대학 은사인 임귀열 코넬대 교수를 공부 멘토로 꼽는다.
365일 열공 중인 ‘실력 있는 영어교사’
영동일고에 근무한 지 올해로 21년째고 교직은 서 교사에게 꼭 맞는 ‘맞춤옷’이다. 전 과목 통틀어 스트레스가 제일 심하다는 영어교사. 그의 영어공부는 365일 현재진행형이다. “강의식 수업은 하지 않아요. 상향평준화된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감안해 문답식으로 진행합니다. 학생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질문하면 거기에 핵심을 덧붙여 답변하는 방식으로 수업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집중합니다.” 학생들은 서 교사의 설명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고 귀띔한다. 그가 만든 수업용 영어교재는 다른 학교 학부모들도 수소문해 구할 만큼 입소문이 났다.
꼼꼼하고 빈틈없는 그의 성격은 진학 지도에서 빛을 발한다. 지금까지 고3 담임을 15년간이나 맡아 내공 또한 깊다. “제일 중요한 게 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겁니다. 공감대가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특장점이 파악되죠.” 현재의 인기학과 보다는 20년 뒤에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전공을 택하라고 그는 늘 강조한다. “진로를 못 정해 갈팡질팡 하는 학생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주지만 최종 결정은 꼭 학생이 하게끔 합니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도 교육의 한 부분이라는 소신 때문이다.
‘수능 만점 제자’를 키운 보람
진학 지도할 때는 학생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련한 승부사가 된다. 10년 전 한 제자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말한다. “수시로 고대 법대에 지원하겠다는 걸 말렸어요. 2년간 담임을 맡았던 학생이라 수능에서 그 이상의 성적이 나오겠다는 ‘감’이 왔거든요. 그런데 수시에 지원한 친구들이 합격해 기뻐하는 걸 보자 마음이 흔들리면서 성적이 뚝 떨어졌어요. 내 속도 바짝 타들어갔지만 내색하지 않고 매일 그 학생을 불러 학습내용을 확인하며 다독거렸지요. 결국 수능에서 만점을 받고 서울대 법대에 수석 합격했어요. 담임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며 나를 믿고 따라왔던 그 학생이 무척 고마웠어요.”
서 교사는 3년 전부터 진학부장을 맡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수시전형 확대 등 입시 트렌드가 바뀌자 아예 진학지도의 틀을 새롭게 짰다. 동료 교사를 설득해 허송세월하기 쉬운 2월에 봄방학 특별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수능 문제 유형을 알아야 공부전략을 정확히 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비 고3 학생을 모두 학교에 등교시킨 다음 3년간의 기출문제집을 주고 열흘간 모조리 풀도록 했습니다. 이 기간 중에 담임은 1:1 면담을 실시해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보완해야 할 스펙과 공부에 대한 조언도 해주었죠. 이렇게 2월을 알차게 활용하니까 3월부터 학생들은 전력질주를 할 수 있습니다.”
고3들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점심시간 30분 동안 자습시간을 만들어 담임들이 매일 교실에 들어가 공부 분위기를 다잡도록 했다. 매회 모의고사를 치른 후에는 성적을 면밀히 분석, 자료를 만들어 담당 과목 교사들이 부족한 단원을 수업 시간에 보충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교사들의 수업과 학교의 진학프로그램에 관한 정기 설문조사를 실시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진학 노하우가 많은 교사들끼리 팀을 꾸려 구술면접 대비반을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이 구술면접 준비를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예상 질문을 뽑아 답변부터 시선처리, 말투, 속도를 하나하나 코칭해 주죠. 이런 모의 면접 준비가 실전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합격생들은 말합니다.”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진학지도 틀을 확 바꾼 뚝심
객관적인 데이터 수집과 공유, 탄탄한 교사 팀워크, 기획부터 실행까지 꼼꼼함 관리. 이 세 가지는 서 교사가 총괄하는 영동일고 진학지도의 핵심이다. 다른 교사들에게 요긴하게 쓰일 자료를 만들기 위해 그를 포함한 진학팀 교사 전원은 늘 데이터와 씨름하고 입시 정보를 수집하느라 늘 ‘촉’을 세우고 있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학교의 진학 노하우가 녹아난 영동일고 입시 설명회는 다른 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났다. 이런 노력이 쌓이면서 영동일고의 진학률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선생은 ‘봉사직’입니다. 학생들의 이익을 늘 먼저 생각해야 하니까요. 자기 전공 과목의 최고 전문가이자 베테랑 진학코치가 되겠다는 ‘내가 정한 기준’에 충실하기 위해서 나는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래야 학생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지요.” 수시원서 마감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도 그는 “교사라서 행복하고, 교직은 천직”이라며 행복한 표정이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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