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디를 가나 한두 마리씩 부딪치게 되는 길고양이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사람과 함께 했지만 고양이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극과 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은 반면, 우리 정서상의 선입견으로 고양이를 부정적인 동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집 앞을 찾아 울어대는 길고양이, 당신이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고양이를 위해 밥을 가져다줄 수도 있고, ‘왜 하필 우리 집이야’는 생각으로 소리 내어 내쫓을 수도 있다.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길고양이와 사람 모두를 위한 것일까. 이제부터 길고양이를 만난다면 구청이나 120으로 전화를 하는 건 어떨까. 각 구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길고양이 TNR을 알아봤다.
늘어나는 길고양이들
길고양이는 원래 사람들이 키우다버린 유기동물로 일정 영역을 떠나지 않고 정착하여 살아가는 영역성이 강한 동물이다.
자연적인 번식 과정을 겪으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새끼들, 그 새끼들이 자라 또 번식을 하는 과정을 반복, 그 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이 고양이들은 음식물을 찾아 쓰레기봉투를 뜯고 음식물쓰레기통 주위를 배회하기도 한다. 또 발정기 때 울부짖는 커다란 발정음과 수컷끼리의 싸움 소리는 꾸준한 도시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길고양이들도 인해 가장 많이 이웃 간 분쟁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이다. 고양이도 우리 사회구성원의 하나라는 생각에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과 음식을 주면 집 주위에 길고양이들이 모여들어 시끄럽고 환경을 더럽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간에 언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길고양이들의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같은 나라 내에서도 지역마다 그 대처방법이 각각 다른 경우도 많다.
송파구청 경제진흥과 서유석 주무관은 “선진국에서도 여러 방법으로 길고양이의 번식을 막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며 “안락사를 시키거나 일정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방법 등을 해 봤지만 순각적인 효과만 있을 뿐 지속적인 효과는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길고양이 관리방법, TNR 선택 실시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민원이 들어오면 포획하여 안락사를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연구와 관찰 결과, 다른 나라의 시도와 마찬가지로 그 결과가 일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가람동물병원(거여동) 이정길 원장은 “한 영역에 고양이들이 사라지게 되면 다른 주변지역의 길고양이들이 그 지역으로 유입되는 진공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길고양이들의 안락사는 비인도적이라는 국제적인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꾸준히 해결방안을 모색하던 중 2008년부터 서울시 각 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TNR 사업이다. TNR은 Trap(포획), Neuter(중성/불임), Return(제자리방사)의 약자로 길고양이를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 후 다시 제자리로 돌려주는 것이다.
송파구의 경우 구청 경제진흥과에서 TNR을 담당하고 있으며 (사)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와 연계하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다산콜센터 120으로도 지역과 상관없이 요청이 가능하다.
TNR, 중성화된 개체로 유지되는 것
전화로 길고양이 TNR을 요청하면 관계 기관에서 담당자가 현장으로 와 고양이를 포획해 간다. 각 구마다 중성화수술을 담당하고 있는 병원이 있어 수술은 해당 병원에서 진행한다. 수술 후에는 수술 부위가 아물 때까지 3~4일 병원에 머무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포획한 지역에 다시 풀어주게 된다.
이 원장은 “3개월 미만의 어린 고양이는 수술 대상에서 제외되며 비가 많이 오는 날의 방사도 제한하고 있다”며 “또 추운 12, 1, 2월에는 TNR사업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성화된 길고양이는 성격이 온순해지며 더 이상의 번식 없이 자신의 영역을 지킴으로써 타 지역의 고양이 유입을 막아 준다. 또 적절한 수의 길고양이는 쥐의 과도한 번식을 막아 주기도 한다.
한편, 주인 없는 길고양이에 대한 동물학대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고양이에게 불을 지르는가 하면, 아무런 죄의식 없이 고양이 목을 매달기도 한 사건이 인터넷을 달군 적이 있다. 최근 동물보호법이 강화되면서 동물 학대 시에는 동물보호법 제 8조 및 46조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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