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동해 해수욕장의 해질녘 작은 카페, 늘 만나는 네 명의 사내와 모든 것이 새로운 한 명의 젊은 여자가 앉아 있다. 낯선 여자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도는 ‘거기’에서 그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동네 노총각들의 귀신이야기가 시작된다. 문을 두들겨대는 귀신, 계단에 앉아 있던 귀신 등. 그러나 흥미꺼리에 지나지 않았던 사내들의 귀신이야기를 다 들은 후 들려주는 여자의 귀신이야기는 슬프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훈훈하게 한다. 잡담처럼 주고 받는 배우들의 귀신이야기는 마치 옆 테이블의 이야기를 엿듣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일상적이며 사실적이다.
오는 9월 7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무대에 올려 질 예정인 연극 <거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에게, 우리에게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혹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낸다. 공포영화처럼 대놓고 무섭지는 않지만 살면서 누군가는 겪을 법한 이야기여서 더욱 서늘하고 어느 순간 뭉클한 그들의 귀신이야기는 그렇기 때문에 그저 술주정이라고만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코너 맥퍼슨의 <The Weir>를 원작으로 한 연극 <거기>는 지난 2002년 극단 차이무가 번안해 연극으로 만들어져 2002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우수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미 이 작품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영국과 아일랜드 최고의 흥행작으로 ‘99년 올리비에상 최우수 희곡상’, ‘평론가협회상(97년 신인 작가상)’ 등 당시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무섭다며 귀를 막고 안 듣겠다던 막내가 할머니의 그 나직한 목소리 자체에 위안을 받으며 잠이 들듯 <거기>의 관객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삶을 위로 받게 될지도 모른다.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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