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법조인, 이혼소송 맡지 말아야”

정치인·법조인 “교회의 부당한 간섭” 반발

지역내일 2002-01-29
전세계 10억 카톨릭 신도의 정신적 지도자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8일 판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에게 이혼사건을 다루지 말 것을 촉구하자 법조인과 정치인들이 “교회가 세속의 일에 부당한 간섭을 한다”며 반발, 이태리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판사들과 가진 연례 면담 자리에서 “결혼은 영속적인 것이며 여기에 인간의 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결혼은 자연과 신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외신들이 전했다.
교황은 또 “이혼이 전염병처럼 번져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법조인들이 이혼성사를 위해 전문성을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교황의 이날 발언은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이를 전해들은 법조인과 정치인들은 교황의 발언이 부적절하며 교회의 세속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이혼소송 전문변호사인 세자르 리미니는 이태리의 안사(ANSA)통신과의 회견에서 “국가의 법은 교회법에 간섭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회가 판사와 변호사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도 옳지 않다”며 교황의 발언을 비판했다.
카톨릭은 ‘자연의 제도’인 가족체제를 위협한다며 이혼과 동성간 혼인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혼은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다만 결혼 자체가 성사된 적이 없다는 ‘혼인무효선언’만을 인정하고 있다. 바티칸에는 혼인무효선언을 다루는 ‘로마 로타’란 담당 법원이 있다.
교황은 이날 카톨릭 교회의 이런 시각을 대변했으나 발언강도가 이례적으로 강했다.
하지만 이태리 정치인들은 좌우파를 막론하고 교회가 세속의 일에 간섭하려 들어서는 안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태리의 리비아 투르코 전 사회부장관은 “세속 국가의 기본원칙이 간섭을 받고 있다”며 교황의 발언에 불만을 표했다.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손녀이자 우파 국회의원인 알레산드라 무솔리니도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결혼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선에 불과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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