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큰 사고를 당해 여러 번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 당시 성형외과 레지던트 1년차 시절인데 모처럼 쉬는 날 산에 갔다가 늑골 7개와 얼굴뼈 4군데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것이다. 응급실에서 깨어나 내 얼굴을 확인한 순간 크게 절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얼굴은 한쪽이 없는 듯 보였으니까. 그 때 수술 때문에 고통을 경험했지만 커다란 교훈을 얻게 된 사고였다.
그 때 얻은 이득은 ‘환자가 되어 본 경험’이다. 아마도 그 때 처음으로 ‘환자들이 의사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근무하던 병원으로 후송되어 나를 지도해 주신 주임교수에게 수술을 받았다.
첫 수술을 전신마취로 받았다. 전신마취 후에는 폐에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계속 기침을 해서 가래를 뱉어야 하는데 갈비뼈는 7개나 부러졌지, 게다가 코까지 막아 놓으니 숨쉬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더 힘들었던 것은 집도의인 주임교수가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 것이었다. 수술 전에 내가 받을 수술에 대해 책을 읽어보았는데 가슴이 답답해졌다. 무슨 합병증이 그렇게도 많은지? 게다가 X-레이, CT 사진을 보니 얼굴뼈가 많이도 부서져 있다. 많이 다친 만큼 수술도 여러 번 필요할 것이고, 수술합병증도 몇 가지는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각오도 했지만 회진 때 얼굴만 보고 고개만 끄덕이고 가니 참 죽을 맛이었다.
나는 주임교수의 성격과 뛰어난 수술 실력을 잘 안다. 그 분이 내게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고, 그가 병원 근무하는 시간 동안 얼마나 정신없이 움직이는지, 얼마나 일이 고된지를 잘 안다. 또한 아직은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는 때라는 것도 잘 알면서도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는 게 짜증스러웠다. 가능하다면, 수술 후 경과와 향후 치료 방향을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깨닫게 된 경험이다.
또 하나 있다. 붕대를 감고 의사를 기다리는 환자가 되어 보니 의사란 존재가 참 높게 느껴진 것이다. 전공의가 주임교수에게 느끼는 높은 벽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거리감을 느끼는 환자에게 의사의 부드러운 말과 웃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다. 의사가 나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준다는 느낌, 의사가 나의 불안과 고통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때 앞으로 의사로서 어떻게 해야겠다는 많은 다짐을 했지만 그 다짐을 제대로 다 지키는 게 참 어렵다.
청담심스성형외과 심희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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