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가해자를 봉사왕으로 둔갑시켜 대학에 입학시킨 사건과 관련, 대전시 교육청이 22일 해당 학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시 교육청이 특별감사에 나섰지만 ‘뒷북행정’이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시 교육청은 그동안 ㅂ고등학교가 ‘사립’ 고등학교란 이유를 들어 진상파악조차 하지 않았다.
“관련 교사, 책임자 문책해야” =
교육청이 감사에 나서자 시민단체 중심으로 ‘철저한 조사와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전 지적장애여성 집단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 교사와 책임자를 문책하고 장애인 인권교육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시키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원표 사무국장은 “2011년 죄에 대한 벌을 다 받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교육청은 다른 15명에 대한 진상조사도 실시해야 한다”고 교육청의 적극적인 의지를 촉구했다.
해당 ㅂ고등학교는 말을 아끼고 있다.
ㅂ고교 교감은 23일 “학교자체 감사를 준비 중”이라며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는 교육청 감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지원 당시 J군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었고 학교 측도 인지하고 있었으나 추천서에는 성폭행 관련 내용은 단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다.
말을 아끼기는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시교육청 박동진 공보팀장은 “감사 후 결과에 따라 징계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수차례 특별감사팀과 전화 접촉을 시도했지만 감사팀은 전화에 응하지 않았다.
성균관대학교도 조사에 나섰다. 성균관대 홍보실 관계자는 “J군 봉사이력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으며 입학 취소 여부는 조사 이후에 발표할 것”이라 밝혔다. 또 “학교 측이 J군의 범죄를 의도적으로 숨긴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 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원표 사무국장은 “죄 지은 제자를 계도하는 최소한의 모습이라도 보여야 교육자라 명명할 수 있지 않느냐”며 “이번 사태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대학 진학률로 성과를 내려는 교육의 현주소인 것 같다”고 안타깝게 말했다.
J군과 친구 15명은 지난 2010년 5월~6월 두 달에 걸쳐 지체장애 여중생을 둔산동 일대의 건물 화장실과 옥상에서 수차례 성폭행했다.
당시 가정지원 소년1단독 나 모 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소년보호처분 판결을 내렸다. 사회봉사명령도 없었다.
구멍 뚫린 입학사정관제 ‘사후도입시스템’으로 땜질 =
J군 사건으로 촉발한 입학사정관제 논란은 2007년 도입 당시부터 예견됐다. 성적보다 인성·역량을 보겠다는 당초 취지는 좋았지만 수험생을 제대로 평가·검증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201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인원은 24만여명. 전체 모집정원의 64%로 정시모집 인원을 크게 웃돈다.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인원만 헤아려도 정원의 13.5%인 4만7606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를 평가하는 각 대학 입학사정관 숫자는 많아야 20~30명에 불과하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17일 “고교에서 작성한 추천서와 학생부를 일일이 검증하긴 힘들다”고 밝혀 사실상 제도의 허점을 인정했다.
파문이 커지자 대학도 대책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2일 서울소재 29개 대학 입학처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입학처장협의회’를 열고 올해부터 사후인증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사후인증시스템는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대입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대필하거나 각종 증빙서류 위조, 추천서 허위 기재 등이 사후 검증으로 발견될 경우 학기 중이라도 합격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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