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마을이야기④ 정자3동 서호천 솟대공원&시민생태농장

솟대공원과 시민생태농장은 우리 마을의 힐링캠프!

지역내일 2012-08-21 (수정 2012-08-21 오후 9:34:14)

SKC수원공장이 있는 선화사거리를 지나다보면 형형색색의 솟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족의 건강기원을 담은 천 조각들도 신나게 나부낀다. 서친정(西親亭:서호천과 친밀하다)에서 바라본 서호천 풍경에 절로 힐링(healing)이 된다. 이곳이 쓰레기더미가 쌓인 볼썽사나운 공간이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솟대공원이 탄생하기까지 발로 뛰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때는 지난해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11월19일, 사진 속 솟대공원 이모저모  
토요일 아침부터 선화사거리 일대 교통이 혼잡해졌다. 가족단위 주민들이 솟대공원을 방문, 그동안 갈고닦은 솟대 만들기 솜씨를 발휘한다. 이윽고 또 다른 가족들도 시간차 간격으로 찾아왔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참여했던 엄마들은 아이들이 재밌어라 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엄마들을 불러 모으기까지 했다. 나뭇가지를 치고, 사포질하고, 구멍을 뚫고, 솟대머리를 만드는 등 한 땀 한 땀 공들여야 하는 작업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고사리 손으로 만든 솟대에 아이들은 굉장히 뿌듯해했다. 저마다 다른 키와 색깔을 가진 60여 개의 솟대는 가족기원을 담은 천과 함께 공원에 세워졌다. 공원 한구석엔 타임캡슐도 묻었다. 20년 뒤인 2031년 11월11일 11시11분 개봉하겠다는 팻말도 붙였다. 잔디 위에 놓인 개성 있는 나무의자와 정자, 손수 만든 벤치 등을 갖춘 마을주민들의 휴식 공간 솟대공원은 그렇게 해서 2011년 11월19일 문을 열었다.  
  


지역문제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아이디어가 솟대공원으로  
시유지였던 솟대공원 자리가 그들의 레이더망에 걸린 건 꽤 오래전 일이었다. SKC공장의 소음, 악취 원인을 찾기 위해 인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들이 모여 동분서주하는 중에 우연히 눈엣가시 같은 이곳을 발견했다. 각종 건설폐기물에 폐가전 등 쓰레기로 가득한 이곳이 서호천의 흉물처럼 느껴졌다고 ‘서호천의 친구들’ 지진환 대표는 회고했다.
“예서 나온 쓰레기양만 덤프트럭으로 10대가 넘었어요. 온갖 먼지 먹어가며, 트럭까지 쓰레기를 옮기고 싣고, 정말 회원들이 고생했죠.” ‘서호천의 친구들’이란 모임의 취지는 SKC공장의 소음, 악취 개선을 위한 것이었지만, 남다른 공동체의식으로 주민소통공간을 만들자는 데까지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수원마을르네상스 공모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생업 이외의 시간은 모두 마을 만들기에 투자했다. 희망과 꿈을 기원하는 의미의 ‘솟대’를 공원이름으로 정하고 직접 공원레이아웃도 짰다. 회원들은 칠보산도토리교실의 도움으로 솟대 만드는 법을 배우고, 배운 것을 다시 참여자들에게 가르쳤다. 
“교육비는 물론 참여자의 모집방법, 홍보, 솟대자재 조달 등 한정된 사업비 안에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래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공원 내 정자는 권선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기증을 받았어요. 얼마나 기쁘던지….” ‘하되 재미있게 하자’는 평소의 신조로 지금까지 잘 올 수 있었다고 하정호 씨는 웃어보였다. 


주민들, 힐링공간 ‘솟대공원&시민생태농장’으로 하나둘씩 모이다
공원 개장 후 주민들의 발걸음도 빈번해졌다. 율전동에서도 찾아오는 이가 있을 정도다. 기타를 치고, 서로 음식을 해다가 나누고, 때론 그늘막을 치고 미니캠프를 즐기기도 했다. 주민들은 종종 ‘정자가 이렇게 좋냐’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한 달에 한번은 주민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포트럭 파티도 엽니다. 각자 집에서 먹을 것을 챙겨오고, 야채들은 텃밭에서 바로 뜯어 신선한 상태로 먹는데 정말 꿀맛이에요.” 박종아 씨가 입맛을 다시며 19일에도 포트럭 파티가 준비되어 있다고 귀띔했다.
텃밭이라면 솟대공원과 마주한 시민생태농장을 가리키는 건데, 오래전부터 회원들 위주로 작게 운영하던 농장을 확장, 64구좌를 올해 처음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분양했다. 확장공간을 개간하는 중에 나온 쓰레기양 또한 만만치 않았다는 하정호 씨는 “책임자로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개간하느라고 힘은 들었지만, 텃밭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파트 숲 한가운데 자리한 텃밭은 이곳이 유일할 거라”는 신 대표는 “요즘엔 방울토마토가 잘 열린다. 요놈들 자라는 재미에 퇴근시간도 빨라졌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저도 백배 공감이요. 마치 농장이 마약 같아요. 그 좋아하는 술도 마다하고 이것들 챙기러 농장으로 달려가죠. 거기서 약속이라도 한 듯 이사람 저사람 다 만난다니까요.(웃음)” 박종아 씨는 솟대공원, 시민생태농장, 서호천 등을 보고 거닐면서 저절로 힐링이 되는 자신을 느낀다고 했다. 정자3동의 힐링캠프가 바로 이곳에 있었다. 

  
*****‘솟대공원과 시민생태농장을 만들며…’, 그들의 ‘말*말*말’
지진환(현대아파트 거주): 어려웠지만, 관의 도움 없이 주민의 손길로 이뤘다는 게 가장 큰 자부심이다. 물론 이걸 왜 해, 혹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주민들을 만나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 우리끼리 해도 되지 않나 싶었지만, 함께 가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고, 미래생협 회원들이 많이 도와줬다. 이제 겨우 솟대공원이란 뼈대를 만들어 놓았다. 연계된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솟대공원을 수원의 명소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다. 마을르네상스는 21세기 새마을운동이랄 수 있다. 일회성에 그치지 말았으면 한다.
하정호(효성아파트 거주):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그래도 솟대 만드는 재미에 하나둘 주민들이 따라 나왔을 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내년엔 생태농장을 조금 더 늘리고, 마을르네상스 사업의 하나로 북카페도 만들 계획에 있다. 그럼 아마도 좀 더 활발한 커뮤니티공간이 되지 않겠는가.
박종아(신명아파트 거주): 직접 몸으로 부딪쳐가며 행정상의 애로사항 등 상대방이 갖는 어려움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주민센터 직원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서로의 에너지를 모으고 설득하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게 마을르네상스 과정에 녹아있는 것 같다. 이젠 마을에도 힐링이 필요하다. 작으나마 파괴된 공동체를 힐링하는 역할을 해나가고 싶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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