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배꼽 내 놓고 다니면 배에 탈 나요

지역내일 2012-08-20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연일 이어지면서 시원하게 팔과 다리를 드러내주는 민소매와 핫팬츠 등의 과감한 노출 패션이 여성들에게 인기이다. 이런 여름패션에 복부를 드러낸 소위 ‘배꼽티’가 빠질 수 없다. 배꼽티는 여름패션의 중요한 아이템이지만 여름철 건강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땀은 증발하면서 피부의 온도를 일부 낮추어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더울 때 땀을 흘리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생리기전이다. 그러나 배꼽티를 입으면 복부의 땀이 피부에서 직접 증발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일단 옷에 한 번 흡수된 땀이 증발할 때보다 체온의 감소가 더욱 쉽고 빠르게 일어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배꼽티는 여름철 더위를 쫓는 복장으로는 제격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배를 차게 하여 위나 소장, 대장의 근육 운동이 감소하게 되고 따라서 장운동을 저하시킨다.
뿐만 아니라 복부의 온도가 떨어지면 복부의 혈관, 특히 내장의 혈류를 담당하는 혈관들이 수축하면서 위, 소장, 대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게 된다. 혈액 공급이 감소하게 되면 경련성 복통이 일어나거나, 장운동이 저하되고 소화 기능이 감소하여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같은 원리로 여성들에서 복부의 체온이 감소하여 자궁으로의 혈액 공급이 감소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생리통이 심해질 수도 있다.
또한 우리 몸의 시상하부는 온도 조절 중추로서, 외부 온도 변화에 맞춰 체온을 36.5도로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무더운 실외에서 냉방 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실내로 이동하는 경우와 같이 외부 온도가 급격하게 변할 경우 체온 조절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배꼽티는 이러한 온도 변화에 대한 신체 적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것은 소화기 계통을 관할하는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복통, 설사, 소화불량 등의 위장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배가 차가와 짐으로서 생길 수 있는 소화기계의 문제들은 배꼽티를 입었을 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불을 덮지 않고 배를 내놓고 잠을 자거나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어놓고 찬 바람을 쐬면서 잠을 자는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배꼽티를 입고 외출을 할 경우에는 얇은 덧옷을 준비해 냉방 시설이 가동되고 있는 실내에 들어갈 때 덧옷을 걸치면 복부 온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잠을 잘 때도 무릎 덮개 크기 정도의 얇은 천이나 수건으로 몸통만이라도 덮고 자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 복부 노출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우리 몸의 작은 변화들에 적절히 대처하도록 하자.



  이대목동병원 위·대장센터 이령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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