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자면 정신과 입원이 도움이 된다

지역내일 2012-08-17

   단주를 해보겠다고 하여 정신과 외래를 찾은 사람에게 입원 치료를 권하면 화들짝 놀래는 수가 흔하다. 크게 화를 내며 외래 통원 진료마저 거부하는 수도 있다. 본인 스스로 찾아왔다는 사람일수록 더 그러하다. 자신의 음주 문제를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단주하려는 의지가 남달리 강하다고 믿는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자발적이라는 것은 단지 겉모습일 뿐, 안팎으로 여러 가지 압력과 놓인 처지가 어쩔 수 없어 그런 수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문제를 잘 안다는 것도 살펴보면 지극히 피상적이다. 자신을 알코올중독이라는 말로 표현할 뿐, 진정으로 알코올중독이 의미하는 것을 제대로 인식한 경우는 드물다. 자신의 뿌리 깊은 왜곡된 신념체계와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 끼친 광범위하고도 끔찍한 해악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또한 앞으로 변화와 회복의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 길이 없다. 하물며 이렇게 심각한 인생 질환을 교정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지는 전혀 가늠할 수도 없다.
   술을 끊겠다면서 단지 얼마 동안 술 끊는 약을 먹는 것으로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내과의 일반 병실에 입원하는 것으로 몸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깨닫고, 같은 병실에서 이제 치명적 상태에 이른 과음 전력의 동료들을 보고 단지 그 경각심으로 술을 끊으리라고 기대하는 가족들도 있다.
   아직 술 끊는 약은 없다. 단지 술을 끊는데 약간의 도움이 되는 약들을 상업적 동기로 과대 포장하여 부르는 것일 뿐이다. 당연히 수술도 없다. 오직 적극적인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무엇을 정신과 치료라고 하는지조차 일반인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정적인 선입관이나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자신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단정한다. 당연히 알코올 문제가 정신과적인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막연히 정신과질환이려니 하는 이들조차 정신과질환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수가 흔하다.
   정신과질환 하면 으레 정신이 없거나 이상한 말이나 행동거지를 보이는 소위 미친병으로만 이해한다. 정신분열병이나 망상장애 같은 질환이 그러한 예에 해당하지만, 우울장애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서적 심리적 장애가 훨씬 더 흔한 정신과 질환이다. 알코올의존이 매우 심하면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알코올 문제는 정신병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여전히 정신과적인 질환이다. 그래서 다른 분야가 아닌 정신과적인 진료가 필수적이다.
   알코올의존 문제가 있는 사람들 중에는 끝내 과음만이 문제일 뿐 정신과적인 장애는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흔하다. 정신과적인 문제라는 것을 바로 정신병적 문제로 오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정신과적 이라는 말조차 너무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정서적 심리적 문제로 바꿔보면 어떻겠는가?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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