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학원가, 어린이 식품관리 무방비

“그린푸드존 밖 관리규정 없다” … 부산시, 학원가 3곳 추가 지정

지역내일 2012-08-17

6일 오후 2시. 대덕구 송촌동 학원가에 위치한 ‘ㄹ’패스트푸드점은 늦은 점심을 먹는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마요네즈와 소스를 잔뜩 바른 햄버거와 양념 가루에 버무린 감자튀김으로 급하게 배를 채운 아이들은 길가에 대기 중인 학원차를 타고 이동한다. 인근의 다른 무리는 노점에서 파는 떡볶이와 튀김, 얼음 음료로 끼니를 때운다. 튀김 기름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새카맣다.


학원에서 먹거리 해결하는 아이들 =
학원에서 학원으로 이동하는 아이들의 먹거리에 비상이 걸렸다.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대부분이 하루 절반을 학원에서 보내고 있다. 방학 특별 프로그램과 특별 경시대회 준비반 종일반 등 방학을 이용해 성적이 뒤떨어진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영어 학원 끝나면 수학 학원에 갔다가 태권도장으로 바로 가요.”
초등학교 6학년 박성우(12·대덕구)군은 보습학원을 다니다 중학교 입학 전 영·수 집중 수업을 위해 단과 전문 학원으로 바꿨다. 학교 폭력을 대비해 다니는 태권도장까지 더하면 박 군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7시간이다. 박 군은 근처 문구점에서 낱개 판매하는 300원짜리 빵이나 2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다. 제조일이나 유통기한 표시 없는 식품이 대부분이다.
다른 학원 밀집지역 시청역 주변도 학원가와 음식점이 뒤섞여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프랜차이즈 떡볶이집, 토스트 가게, 즉석 도시락 판매점 등이 난립해 있다. 학원 차량은 도로변에서 대기하다가 길거리에서 끼니를 때운 아이들을 태우고 이동하는 식이다.   
이처럼 아이들이 학원가에서 식품을 사먹고 있지만 정작 이를 관리할 규정은 없다.
아이들이 학원 일대에서 사먹은 제품들은 유통기한 표시가 없는 식품들이 대부분이지만 학교 주변이 아니라 단속 규정이 없다. 그린푸드존(학교와 학교 주변 200m 안에서 불량식품 판매를 금지한 지역) 밖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보습 학원이 학업장려를 위한 포상으로 같은 건물에 입주한 음식점의 상품권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패스트푸트점과 학원이 일종의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대덕구에 거주하는 이상화(42·자영업)씨는 “학업 의욕 고취도 좋지만 엄마 입장에서 패스트푸드 쿠폰은 받기 싫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김 모(49)씨는 “학원을 끼고 있는 건물의 음식점은 권리금도 높게 받을 수 있어 거래가 활발하다”며 특히 “분식점의 경우 근처에 학원이 몇 개 있는지가 계약 성립을 크게 좌우한다”고 말했다. 배고픈 아이들은 음식에 대한 맛과 재료를 따지지 않아 학생 수만 많으면 영업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온라인으로 음식 업소를 사고 팔 때도 ‘학원가 밀집 지역’이란 수식어가 붙어야 조회수가 높아 진다”고 덧붙였다.


그린푸드존 벗어난 지역도 추가 관리해야 =
정부는 지난 5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어린이 기호식품 안전성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학교 주변에 한정했던 ‘어린이 식품안전 보호구역(그린푸드존)’을 놀이공원이나 학원 밀집지역에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1단계 놀이공원, 2단계 학원 밀집가, 3단계로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지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문제는 법 개정까지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장경애 식품의약품안전청 식생활안전과 사무관은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라며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산시 등 일부 타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학원가를 중심으로 그린푸드존을 지정해 추가 관리하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학원가를 중심으로 한 ‘준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3곳을 지정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관련 규정을 들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손석진 대전시 식품안전과 주무관은 “아직까지 학원 주변에 대한 먹거리 단속은 이뤄진 적이 없으며 단속할 법적 규정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관련 통계도 없다. 대전시 법무통계실은 “대전시에 등록된 학원은 2357개(대전시 법무통계 담당관실 2012년 6월 기준)로 조사했으나 학원가 주변 음식점 현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시는 교육청과 통계청으로 책임을 돌렸다. 
주부 한미옥(39·변동)씨는 “아이들의 먹거리 지켜주는 최소한의 관심도 없는 것 같다”며 “최소한 유통기한을 경과한 원료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단속만이라도 지자체에서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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