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지고 도심의 골목골목에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 젊은이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옮기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전주 남부시장이다.
전주의 남부시장은 전북도 내에서 역사와 전통이 가장 깊고 규모가 큰 시장으로 오랫동안 지역상품유통의 중심지이자 전주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시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 들어서는 대형마트의 기세에 눌러 이젠 그 옛날의 활기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인데, 앉아만 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이 한여름 밤에 젊은이들은 왜 남부시장 2층을 찾는 것일까?
* '청년야시장 비몽새몽'을 새긴 주전자
남부시장, 상업기능과 문화기능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거듭나
재래시장이란 이름을 전통시장이라 바꾸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친지도 이젠 꽤 오랜 시간이 지난듯하다. 하지만 시설 좋고 물건 많고 저렴하고 또 친절하기까지 한 대형마트로 하나둘 발길을 돌리는 것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는 법.
그런 와중에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과 함께 우리지역 전주 남부시장에 청년들이 장사판 ''남부시장 청년몰''을 꾸렸다. 본디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 사업의 일환으로 ‘남부시장 청년 장사꾼 만들기’ 프로젝트이다. 출발 의도는 침체된 전통시장에 젊은이들이 장사판을 펼침으로써 활력을 불어 넣어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첫해인 지난해에는 홍보와 입소문의 부족으로 다소 청년몰을 찾는 이가 적은 듯 보였으나 올해는 제법 갖춰진 규모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점포 2개로 시작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레알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12개의 가게가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다. 레알뉴타운 제1호 청년점포인 핸드그립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테마 카페에서부터 볶음요리전문점, 뽕잎 가공식품점, 보드게임방, 패션 잡화점, 식충식물 판매점 등 청년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돋보이는 공간들이 즐비하다.
특히 매주 토요일은 청년몰에 행사가 있는 날로 첫째주, 세째주 토요일에는 야시장을 열고 둘째주, 네째주 토요일에는 ‘우리 여기있다!’ 파티를 연다. 그리고 그들은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생각으로 소신껏 일하는 꿈 많은 장사꾼들이다.
*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거리도 풍성
남부시장 청년몰 청년야시장 ‘비몽사몽’을 찾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남부시장 청년야시장이 시즌3 ‘비몽사몽’이라는 주제로 남부시장 2층 청년몰에서 지난 3일(금)부터 5일(일)까지 3일간 열렸다. 상가와 야외에서 장이 동시에 펼쳐지고 공연이 준비되어 더운 날씨에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 줄 힐링프로그램도 준비가 됐다.
첫째주, 세째주에 열리는 정기 야시장과는 달리 특별 야시장으로 열리게 되는 이번 청년야시장 에는 어쿠스틱 공연과 신나는 밴드는 물론 놀고 배우고 나누는 야시장, 꿈을 쫒는 청년들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 청년포럼,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 힐링탕,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는 레알뉴타운 청년몰 체험, 그리고 청년몰 옆 하늘공원에서는 바비큐 파티와 영화상영까지 이어지는 낭만적인 캠핑이 2박3일 동안 진행됐다.
사단법인 이음과 남부시장 번영회가 준비한 이번 야시장은 지난날 열린 청년야시장 시즌1·2에 이어 전주시민들과 전주를 찾은 관광객에게 한여름 밤의 낭만을 선사하고 남부시장에 새로운 청년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주를 찾은 타지역민들과 외국인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흥겨운 리듬에 맞춰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환호를 하는 젊은이들이 전통시장 한가운데에서 활개를 쳐도 어색함보다 흥겨움이 더하다. 한여름 밤의 꿈과 낭만을 담은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남부시장 청년몰의 특별 야시장에서 무더위도 날리고 색다른 추억도 쌓아보자.
* 캠핌장이 있는 하늘정원
시작의도와 점점 더 가까워져 가는 청년몰, 앞으로 왕성한 활동 기대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장을 파할 시간, 청년몰의 야시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분주하다. 송옥여관 앞 무대는 밴드로 무장을 하고 청년몰을 찾은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장면은 예전의 전통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캠핑장이 있는 하늘정원에서 만난 박소윤(성심여고 1년)씨는 “자원봉사 하는 친구를 찾아 위문 왔어요. 2월 첫 방문 후 두 번째인데 전통시장이 어르신들이 아니라 이렇게 젊은이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라는 게 신기해요. 젊음이 느껴져 좋고 공연은 물론 먹거리 즐길거리도 저렴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더 좋아요”라고 말한다.
나풀나풀 깔깔이 천 사이로 족욕과 타로점을 보는 중에 만난 윤슬기(23·자영업)씨는 한옥마을에서 직접 공방을 꾸려나가는 젊은 사장으로 “청년몰의 업주들을 대부분 잘 알아 행사 때마다 참석해요. 점차 처음 시작할 때의 의도와 가까워져 가는 것 같아 옆에서 지켜볼 때 마치 제일처럼 보람 있어요”라고 말하며 점포 이곳저곳을 안내해 준다.
눈에 익지 않아 조금은 낯선 듯한 청년몰 야시장의 풍경이 “야시장을 통해 전통시장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는 (사)이음의 이승미씨의 바람과 어느 정도 상통한다.
그 옛날 생생한 삶의 현장이자 정겨운 추억의 장소였던 전통시장에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로 자리잡은 남부시장 청년몰, 전통시장이 젊은 시장으로의 변신에 청신호는 아닐까.
찌는 듯한 더위속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천변이나 한옥마을을 이어 남부시장 야시장 산책을 즐겨보자. 사람 사는 냄새, 또 젊은이들이 살기 위해 땀 흘리는 그 삶의 현장을 찾아본다면 삶에 지친 우리도 간혹 비타민과 같은 상큼함을 얻어올 수 있지 않을까.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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