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아이는 지금 뭐 하고 있나요

게임보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활동 찾아라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 … 스마트폰 확산도 새로운 중독 양산

지역내일 2012-08-15 (수정 2012-08-15 오전 7:46:54)

맞벌이를 하는 최수정(41·천안시 불당동)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4학년 큰 아이의 친구가 놀러왔는데 계속 쭈볏거리다 컴퓨터 자판을 빌려달라고 한 것. “자초지종을 물으니 ‘엄마가 출근하면서 자판을 가지고 나갔는데 형이 빌려오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엄마 허락 없이 빌려주는 건 안 되겠다고 하고 돌려보냈지만 남 일 같지 않았어요.” 휴가가 끝나고 직장에 나온 최씨 역시 아이들이 하루 종일 게임을 하지 않을까 수시로 전화를 해 확인한다.
집집마다 인터넷·게임 때문에 몸살이다. 방학을 맞아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와 실랑이를 벌인다. 방학뿐만이 아니다. 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인터넷·게임 등으로 고민하는 가정이 많아진다.




청소년 인터넷 중독위험군 줄어들고 있다지만 과연… =




여성가족부는 지난 6월 ‘2012년 인터넷 이용습관 진단 전수조사(3∼4월)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과다사용 문제로 위험상태에 있거나 이용에 주의가 필요한 중독위험군은 6만8044명으로 나타났다. 초등4년 48만, 중등1년 63만, 고등1년 63만 등 총 174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다.
2009년 이후 중독위험군 청소년은 대체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대비 인터넷 중독위험군(위험사용군 및 주의사용군)은 초등 4학년의 경우 1만4667명, 중등 1학년의 경우 8866명 감소했다. 고등 1학년의 경우 2011년 대비 중독위험군이 1만1482명 감소하는 등 학령별로 위험사용군·주의사용군 모두 줄어들었다.
하지만 가정에서의 고민은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2 아들을 둔 유영주(46·천안시 용곡동)씨는 “학원에 갔다 오면 우선 컴퓨터부터 켜고 내내 앉아 있거나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집에서 못하게 하면 엄마가 일하는 친구 집이나 PC방에 간다고 하니 차라리 내 눈 앞에서 시키는 게 낫겠다 싶어 참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실시간으로 게임을 하거나 음란물 등에 노출되는 사례도 많아 이에 대한 관리도 시급하다.




인터넷·게임 조절, 교과서적으로 하면 안 돼 =




충청남도청소년육성센터 박영의 센터장은 “놀이가 없어지고 학업이 어려워지는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교 쯤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과 맞물려 인터넷 중독이 많아진다”며 “인터넷 시간 조절은 교과서적으로 하면 안 되고 관리의 개념이 아니라 공유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센터장은 “게임을 알아야 아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직접 게임을 해보고 아이를 이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은 부모들의 생각을 뛰어넘는다. 심야시간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제도, 일명 셧다운제의 경우 아이들이 먼저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다. 김영진(가명)씨는 “인터넷 잠금, 시간관리 등의 프로그램으로 컴퓨터 사용을 통제해도 아이들끼리 해결 방법을 공유해 소용이 없더라”며 “외출하고 돌아오면 컴퓨터 본체를 만져봐서 뜨거운지 확인하는 게 최선”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막을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박영의 센터장은 “이미 인터넷과 게임이 생활이 된 때에 무조건 금지는 오히려 역효과”라며 “이제는 게임 금지에서 건강하게 게임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박 센터장은 “어느 정도 하면 본인이 마음껏 했다고 느낄지 의견을 묻고, 대신 그에 따른 사후행동과 책임질 부분을 정확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기쁘고 재미있는 대안을 아이에게 맞춰 고민해야 =




문제는 아이들이 인터넷이나 게임 말고 할 것이 없고, 놀 공간이 없는 현실이다. 청소년들이 쉽게 수시로 가서 놀 수 있는 자기들만의 놀이문화공간이 절실하다.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현실에서는 부모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해드림상담센터 김영순 소장은 “게임이나 인터넷에 몰두하지 않으려면 아이 스스로 조절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며 “그 힘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가 가질 수 있고, 부모와의 관계에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게임이나 인터넷에 몰두하는 이유는 사회나 학교, 관계에서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게임에서 얻기 때문. 이 경우 아이가 게임이나 인터넷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새로운 관심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컴퓨터를 하지 않는 시간이 의미 있고 재미있어야 아이의 관심을 돌릴 수 있다. 현재 게임이 아이 생활의 99%를 차지한다고 해도 나머지 1%에서 시작해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이의 진로 찾기. 방학 중 시간이 허락할 때 아이와 많은 대화를 통해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한 번쯤 가족여행을 ‘아이의 비전 찾기’라고 이름 붙이고 아이가 직접 장소나 여행프로그램을 짜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스스로를 고민하게 해서 컴퓨터 바깥의 재미를 알고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는 의미를 찾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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