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시험이 코앞인데 오른쪽 팔뼈가 부러졌다. 급하게 왼손으로 글씨 쓰는 연습을 해 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막막했다.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건강하지 못하고, 뼈는 자꾸 부러지고......’.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곧 오기가 생겨났다.
‘그래,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바로 공부야. 몸이 강하지 못해 몸으로 하는 건 잘 할 수 없겠지만 공부는 잘 해낼 수 있어.’ 뼈가 채 아물지도 않은 오른쪽 팔의 깁스를 풀었다. 공부를 하고 시험을 제대로 치기 위해서다. 시험 결과 처음으로 2등급이 하나 생겼다. 다른 과목은 모두 1등급. 이원선(3 이과)군은 ‘그래도 잘 해냈어’라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골절의 고통, 어떤 일도 견딜 수 있게 돼
골형성부전증. 원선군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병이다. 골형성부전증은 뼈가 약해 신체에 큰 충격이나 특별한 원인 없이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 질환이다. 처음 그의 뼈가 부러진 것은 생후 8개월 째. 그때부터 원선군은 병원과 친숙하다.
“아마 제가 병원에 다닌 걸 모두 합치면 다른 사람들의 5배는 족히 넘을 걸요? 얼마 전에도 쇄골이 부러져 병원에 다녀왔어요.”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웃으며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원선군. 하지만 의사의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그의 부모님 가슴은 크게 무너지기도 했다.
“세살 때인가 미국의 저명한 의사에게 진단을 받으러 갔어요. 그때 의사 선생님이 부모님께 그러셨다 하더라고요. 못 걸을 수도 있다고......”
그런 진단에도 불구하고 원선군은 두 발로 우뚝 섰다. 또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도 있게 됐고, 다른 친구들보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5살 때부터 시작된 수영은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이어졌다. 그 덕분인지 그 사이에는 다행히 골절되는 일이 없었다. 6학년 때 뜀틀을 하다 팔뼈가 부러졌고 그 후 1년에 한두 번 골절은 그의 생활이 됐다.
“고등학교 올라와서도 매년 골절되는 일이 생겼어요. 하지만 그 덕분인지 남들보다 공부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고, 고통과 시련을 겪으며 어떤 힘든 일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공부는 나의 운명, 3년 줄곧 수학 1등
원선군은 스스로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공부’라고 믿는다. 다른 친구들처럼 격렬한 운동을 잘 하지 못하는 그가 자연스럽게 빠져든 것이 바로 공부이고 집중이다. 수학과 과학을 특히 좋아하고 잘 하는 그의 기본기를 탄탄히 닦아준 사람은 바로 원선군의 어머니.
“어릴 때 어머니께서 풀어야 할 하루하루의 분량을 정해주셨어요. 그리고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으셨죠. 5학년 때까지 계속됐는데 수학을 공부하는데 큰 바탕이 됐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좋아하는 수학과 과학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후 학교’의 도움을 받았다. 보인고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주문형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수준과 뜻이 맞는 학생들 10~15명이 원하는 교사와 수준의 수업을 요청하면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수업을 개설해 준다. 원선군 역시 주문형 수업으로 수학과 화학을 듣고 큰 도움을 받았다.
그 결과 그는 3년 동안 수학과목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성균관대 경시대회와 KMC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어실력을 위해서는 타임지와 팝송듣기를 이용했다. 타임지는 독해에 큰 도움이 됐고, 팝송은 즐겁게 듣기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됐다.
화학으로 세상을 좀 더 편하게 만들고 싶어
과학에도 흥미가 많았던 원선군은 고1 동아리 선택 때 아무 주저 없이 과학동아리에 가입했다. 자체적인 CA활동은 물론 축제나 외부활동 시 다양한 부스체험을 할 수 있었던 과학동아리는 그를 크게 발전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부스활동을 할 때 주제를 찾는 것은 물론 연구하고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는 것 모두 저희 스스로가 해야 했어요. 동아리 내 다양한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화학이나 생물 등 과학 전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관심 또한 많이 커졌습니다. 성격도 많이 변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예전에 비해 훨씬 적극적이 되고 성격도 밝아진 것 같아요.”
동아리 활동은 자연스럽게 학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원선군은 교내 과학경시대회에서도 물리 은상, 화학 은상, 생물 금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 참여했던 서울대 공대캠프와 융합과학기술원 체험은 그의 진로에 큰 영향을 준 경험이었다. 그전까지 의사가 되고 싶었던 그에게 ‘화학’이 매력 있는 과목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화학은 화학이라는 그 분야 뿐 아니라 의료나 실생활 등 그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나든 걸 알게 됐어요. 그 점이 정말 흥미롭고 매력적이더라고요. 화학생명공학과에 진학해 세상을 좀 더 편하게 살기 좋게 만드는 게 일조하고 싶습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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