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멋] 봉평메밀촌

메밀로 입맛 살리고 건강 챙기자

지역내일 2012-08-14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이다. 곧 있으면 소설 속 메밀밭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하얀 메밀꽃이 활짝 필 시즌이다.
 요즘에는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메밀이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메밀은 감자, 고구마, 옥수수 같은 구황작물 중 하나였다.그러던 메밀이 고단백 저열량 다이어트 식품이자 혈관 노화를 막아주는 ‘보배’로운 곡물로 각광받고 있다.
 봉평에서 재배한 메밀을 가져다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음식점이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봉평메밀촌’이다. 길동공원과 맞닿아 숲으로 둘러쌓여 있는 이 집은 아담한 흰색의 2층집이다. 탁 트인 홀에 들어서자 커다랗게 난 통창을 통해 울창한 푸른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실내 인테리어는 여느 식당처럼 평범한 수준. 다만 식당 입구에는 이효석 사진과 그의 작품 관련 자료들을 액자에 담아 걸어놓았다.



여름 별미 시원한 메밀 막국수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메밀국수와 전. 음식을 주문하자 무절임과 열무김치 단 두 종류의 단출한 밑반찬과 삼색 감자떡이 제일 먼저 나온다. 쑥, 호박을 넣고 색을 낸 감자떡은 이곳만의 독특한 메뉴로 맛이 쫄깃쫄깃하다.
 비빔막국수는 빨간 양념장 위에 메밀 싹이 오이, 양배추 등 각종 야채와 함께 얹어져 나온다. 메밀의 특성상 시간이 흐를수록 막국수는 면발에 힘이 없이 ‘떡’이 되고 풀죽이 되기 때문에 재빨리 먹는 게 좋다. 비빔장 맛은 강하지 않으므로 매콤한 맛을 즐긴다면 미리 넉넉하게 넣어달라고 주문하는 것이 좋다. 물막국수 육수는 동치미 국물 대신 배, 사과, 양파, 오이, 당근 등 과일과 채소를 푹 삶아 우려낸 국물을 쓰는 것이 특징.

따끈하게 부쳐낸 푸짐한 메밀 전병
 메밀국수와 단짝 메뉴인 전병은 양이 푸짐하다. 후라이팬 위에 메밀반죽을 얇게 편 다음 다진 김치와 두부, 당면을 넣어 만든 소를 올린 뒤 돌돌 말아 부쳐서 먹기 좋게 썰어 나온다. 주문과 동시에 바로바로 부쳐내기 때문에 따끈하게 즐길 수 있다. 메밀부침은 반죽 위에 배춧잎을 넣고 얇게 부쳐낸다.
 메밀은 몸을 차게 해주는 성분이 있어 여름철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평소 몸이 찬 사람이 메밀을 많이 먹으면 설사, 소화불량에 걸릴 수 있으니 따뜻한 국물을 부어 온면으로 즐기는 것이 좋다.
 메밀묵을 길쭉하게 썰어 시원한 육수를 부은 뒤 밥에 말아먹는 묵밥도 여름 메뉴로 인기가 좋다. 잘게 다진 김치, 김 가루, 대추, 잣, 계란 지단이 고명으로 얹어 나온다. 묵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 식품으로 특별한 맛은 없지만 매끄러운 식감이 입맛을 돋워준다. 메밀묵은 도토리묵이나 청포묵과 달리 쫀득함은 덜하지만 구수한 맛은 한결 강하다.
 슬로푸드인 메밀이 건강식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바로 루틴 성분 때문이다. 루틴은 혈관에 쌓인 유해 산소를 없애 혈관 노화를 막아준다. 또한 혈압을 내려주고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생산 공장인 췌장의 활동을 돕는다. 이 때문에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동맥경화 환자에게 고르게 추천되는 웰빙식품이다.

식후에는 호젓한 숲길로 산책
  메밀이 건강식인 탓에 이 집의 모든 메뉴는 간이 강하지 않고 다소 심심한 편이다. 메밀로 만든 손만두에 버섯 등 각종 야채, 고기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먹는 만두전골과 봉평 산더덕과 함께 나오는 불고기도 있다. 가을과 겨울 메뉴로 메밀가루로 반죽해 만든 손칼국수, 만둣국도 찬바람이 불면 선보인다.
 명일동 일대에서는 소문난 메밀 음식점으로 손님들이 꽤 많은 편이다. 하지만 종업원들의 친절도, 서비스 수준은 좋은 편이 아니므로 감안하고 가는 것이 좋다. 이 집의 최고 장점은 주변 환경. 식사를 마친 후에는 식당 바로 뒤편으로 난 호젓한 숲길로 산책을 나서는 것도 좋다. 여유롭게 쉴 수 있는 야외 벤치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으므로 커피 한잔 뽑아 마시며 지인들끼리 담소를 나누어도 좋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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