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산책 <신나는 빵쇼 제빵왕 김탁구>

아이들, 외국인 친구와 함께 가면 좋을 넌버벌 퍼포먼스

지역내일 2012-08-13 (수정 2012-08-13 오후 12:40:35)
<신나는 빵쇼 제빵왕 김탁구>는?2010년 시청률 50퍼센트를?넘나들며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뮤지컬 버전이다. 지난 1월 공연을 시작해 정동 경향 아트힐에서 오픈 런으로 계속 공연 중이다. 끊임없이 관객과 호흡하며 흘러가는 극의 흐름상 작은 소극장은 안성맞춤 공간이다. 너무 신나는 탓에 팔봉 선생의 뜻을 헤아리며 감동의 깊이를 느끼기는 좀 어렵지만 대신 빵을 만드는 과정을 더없이 흥미롭고 신나게 즐길 수 있다.



대사 보다는 동작으로 의미전달
뮤지컬 <제빵왕 김탁구>는 노래와 춤, 마술, 저글링, 코믹 쇼, 타악 연주 등이 곁들여진 새미 넌버벌 창작 뮤지컬이다. 커다란 북이 등장하기도 하고, 반죽 볼을 타악기처럼 두드리며 연주하기도 하며, 비-보잉과 마술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덕분에 대사는 거의 없다. 의성어 수준이거나 간단한 인사말 정도다. 짧은 대사들은 무대 뒤 벽 전광판에 영어와 일어, 중국어로 번역되어 나온다. 외국인 친구나, 어린 아이들과 함께 보는 관객이 많은 이유도 거기 있었다. 가슴에 담아 둔 이야기가 많아 뭔가 털어버리고 싶은 경우, 부모와 자식 간에 공감하며 이야기 나눌 화제가 필요한 경우, 외국인 친구와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을 찾고 있던 경우에 안성맞춤인 아늑한 공간이다.

김탁구 보다 눈에 띄는 레시피 도둑
제빵 명인이자 모든 제빵사들의 영원한 스승 팔봉 선생이 돌아가신 뒤에도 팔봉 빵집 제빵실은 늘 활기가 넘치고 즐겁다. 팔봉 선생이 남긴 발효일지(레시피)와 ''먹으면 저절로 신나는 빵''이 있어서다. 그런데 어느 날 팔봉선생이 남긴 발효일지와 ''신나는 빵''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예전처럼 신나는 빵을 만들 수 없게?되어?팔봉 빵집은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 제빵왕 김탁구와 제빵사들은 팔봉 빵집의 명예를 지키고, 다시 즐겁고 활기 넘치는 팔봉 빵집을 만들기 위해 ''신나는 빵'' 만들기에 도전한다.
''신나는 빵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제빵사들이 먼저 신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친 팔봉 빵집의 제빵사들. 과연 제빵사와 관객, 빵 모두가 신나는 빵을 만들 수 있을까? 주방의 대장으로 나오는 배우 양대용은 팔봉 선생과 도둑으로 1인 3역을 하느라 바쁘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연 김탁구 보다 큰 존재감으로 극을 이끌고 나간다.

다양한 볼거리 덕에 집중도 떨어져
<신나는 빵쇼 제빵왕 김탁구>는 반죽, 발효, 굽기, 테이스팅의 과정을 재미있고 다양하게 표현한다. 반죽 그릇과 제빵 테이블을 이용한 난타는 정형화된 난타와는 다른 흥미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여러 가지 주방 기구들의 문을 통해 들락날락하는 동선은 지루할 틈 없이 관객들의 시선을 이리저리 끌어당긴다. 여기에 마술, 비보잉, 북, 아크로바틱, 저글링, 불 쇼, 줄넘기가 쉴 새 없이 무대 위로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줄넘기를 할 때는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 함께 줄넘기를 해야 한다. 아이들은 무척 신이 나서 즐기지만 몰입을 원하는 성인 관객들에겐 조금 불필요한 유도로 느껴지기도 한다. 퍼포먼스 요소를 조금 줄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아이나 어른 모두 좋아하는 시간은 극의 후반부, 빵 만들기에 성공한 배우들이 무대 위쪽까지 깊숙이 들어와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빵을 나눠주는 시간이다. 빵이 맛있어서인지 좀 전까지 투덜거리던 아빠 관객들도 방긋 웃으며 빵을 받아든다. <신나는 빵쇼 제빵왕 김탁구>가 공연되고 있는 정동 경향 아트힐에서는 ‘별난물건박물관’과 ‘롤링볼뮤지엄’이 함께 열리고 있으므로 아이들 관객과 함께 방문하는 부모라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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