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회를 맞는 전남 임자도 ‘해변 말 축제(말 축제)’가 승마 인구 저변 확대와 말(馬)산업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승마를 몰랐던 섬마을 청소년들이 말 축제를 통해서 새로운 직업을 꿈꾸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유소년에게 꿈을 주는 축제 = 3면이 바다인 전남도는 2010년 ‘관광객 유치와 승마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 신안군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에서 전국 최초로 말 축제를 열었다. 대광해수욕장은 해변 길이가 12k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또 모래가 가늘고 단단해서 해변 승마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2008년부터 비키니 승마페레이드 등 승마이벤트 열었던 전남도와 전남승마연합회는 이 같은 자연환경을 활용해 말 축제를 개최했다.
다소 생소했던 말 축제는 3회를 맞으면서 규모와 관광객이 늘었다. 첫 회인 2010년에는 말 50마리와 관광객 300여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말 100여 마리와 관광객 1000여명이 참가해 승마대회, 승마체험 등을 선보인다.
말 축제가 인기를 끌면서 지역 특산품인 ‘천일염과 젓갈’ 등이 잘 팔리고 있다. 임자도 천일염은 그동안 90% 정도를 도매상이 사갔다. 하지만 말 축제를 다녀갔던 관광객이 입소문을 내면서 소규모 택배 판매가 크게 늘었다. 염전을 운영 중인 김중호(50)씨는 “말 축제 이전에는 1년에 소금(30kg) 200~300개 정도를 택배로 판매했다”면서 “지난해에는 무려 800개 정도를 팔았다”고 즐거워했다.
말 축제는 섬마을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직업을 꿈꾸게 했다. 임자초등학교는 2009년 축제 때 기증받은 말로 ‘임자유소년승마단’을 만들었다. 단원은 현재 40여명. 올해는 임자고등학교에도 승마단이 생겼다. 중학교 때 승마를 시작한 양현희(17·여, 임자고)양은 “승마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겨 대인관계가 좋아졌다”면서 “장래 희망을 기수나 승마 교관으로 정했다”고 얘기했다.
◆말 산업, 새로운 블루오션 = 말 축제는 전남도 말 산업기반을 만드는데도 한 몫을 했다. 말 축제 이전 전남은 승마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말 축제 3년을 맞이하면서 승마 인구가 2000여명으로 늘었다. 서너 곳에 불과했던 승마장과 ‘말 대여 관리업체’가 23개로 늘었다. 최근에는 32농가에서 말 168마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7월 말을 새로운 소득원으로 육성하는 ‘말산업 육성법’이 시행되면서 말 축제가 더욱 중요해졌다. 2010년 기준 국내 말산업 규모는 경마 4조6000억원, 승마 2400억원이다. 승마 인구는 2만5000여명이며, 말 사육 농가는 1724곳이다. 시장 규모는 국민소득 늘어날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말 산업이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과 자유무역협정(FTA)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대체 축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자치단체가 말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앞 다퉈 승마장 신설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전남도는 이에 따라 전남도는 올해 33억원을 투입해 승마장 개소, 말 산업 특성화 고교 지원, 초·중·고 학생 대상 학생승마체험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담양과 장흥군은 경마장과 종마장, 말 경매장 건립 등을 서두르고 있다. 정인화 전남도 관광문화국장은 “경마장 유치와 종마산업 육성, 승마레저랜드와 해변승마관광지 조성 등을 통해 광역 말 산업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산업화 계획을 설명했다. 전남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인터뷰- 이승열 전남도 승마연합회장
“승마가 골프보다 싸다니까요”
이승열(54) 전남도 승마연합회장은 불모지인 전남에 승마를 전파시킨 산증인이다.
그는 6년 전 신안 임자도에 국제 해변 승마장을 제안했다. 신안군과 승마협회는 초기 이 제안을 모두 반대했다. 신안군은 ‘주민들이 염전에서 땀 흘려 일하는데 귀족운동을 하면 누가 좋아하겠냐’고 외면했다. 승마협회는 말을 섬까지 이동시키는 게 불편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 회장은 이들을 1년 동안 설득해 ‘해변 말 축제’ 기틀을 만들었다.
2008년에는 전남도와 동신대학교가 참여하는 ‘승마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해 30명을 배출시켰다. 이 때 배출한 30명이 현재 승마장 등을 운영하면서 승마 인구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승마가 골프보다 싸다”고 강변했다. 한 달에 30~40만원이면 충분히 승마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승마장을 운영하는 그는 ‘말 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A 이후 ‘대체 축산’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소보다 말을 키우는 게 훨씬 쉽다”면서 “1년 동안 말을 키우면 소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는 이런 신념 때문에 사단법인 한국말산업협회장도 맡고 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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