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엿한 직장인이 된 제자가 그를 찾아왔다. 15여 년 전, 교사 2~3년 차에 만난 학생이었다. 소위 문제아로 찍힌 그 학생은 가출을 하기도 여러 번. 그럴 때마다 김범두(45·수학) 교사는 아이를 찾아내 학교로 데리고 왔다. 부모님하고는 대화가 되지 않았지만 김 교사와는 말이 통했다. 그러기를 몇 번. 하지만 김 교사는 단 한 번도 학생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철이 든 제자는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도 못했을 거에요”라는 말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학생들과 ‘함께’한다는 느낌을 공유하고 싶다는 김 교사. 마흔 중반에 접어든 김 교사는 이제 학생들이 자식처럼 느껴진다. 한결같은 사랑과 관심으로 학생들을 이끌고 있는 김범두 교사를 만났다.
예민해진 아이, 고3의 정상적인 모습
기말 고사의 긴장된 분위기가 지나가고 나면 김 교사의 스케줄은 그 누구보다 바빠진다. 시험 성적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 상담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상담은 비단 성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학생의 성격이나 생활 등 모든 것이 상담의 주제가 된다.
“많은 어머니들이 걱정을 많이 하세요. 우리 아들이 이상해졌다고...... 집에서 짜증내고 힘들어하는 것은 고3 학생들의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성적과 대학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 고3이 있을까요. 그런 갈등을 집에서 표출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어머니들께 늘 말씀 드려요.”
힘든 고등학교 시기가 지나가고 대학생이 되면 자연스럽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김 교사는 말한다. 18년 교사생활에서 얻은 해답이다.
학생들의 마음을 보듬고 힘든 점을 함께 나누기 위해 김 교사는 시험 후나 시간이 날 때 학생들과 함께 산행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야외로 나간 학생들은 김 교사에게 의외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함께 산행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이의 고민이나 생각 등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죠. 진학진로 상담을 할 때 성적만을 고려하지 않고 학생들의 많은 면을 고려하게 되어 큰 도움이 됩니다.”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기를 자청한 김 교사의 말이다.
보인고, 수학 강자로 우뚝 서다
보인고는 수학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내신 시험문제 역시 타 학교 학생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렵다. 보인고 학생들의 수학 강세 중심에 서 있는 보인고 수학교사들. 김 교사 역시 큰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학교 수학은 3년 로드맵이 탄탄하게 짜여있습니다. 단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학년별 수업이 특히 우리 학교의 큰 자랑이죠.”
이 탄탄한 수업의 힘은 교사들로부터 나온다. 이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수업에 관한 회의를 진행하고 또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교육 없이 되도록 학교 내에서 수학의 전 과정을 해결하려 합니다. 방과후수업이나 논술대비 수업도 수준 높게 진행되죠.”
수시 논술전형을 위한 수리논술반도 운영, 80명이 넘는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담임교사와의 상담, 많을수록 좋아
3학년 부장과 진학부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김 교사가 수학 교과와 함께 가장 많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단연 진학지도. 수시전형에서 특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보인고는 완벽한 자체 진학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클릭 한 번이면 학생의 전 학년 성적을 비교, 분석할 수 있다.
“현재 성적 상황이나 성적변화의 추이가 한 눈에 파악됩니다. 더불어 과목 별 상관관계까지 파악이 가능해 수시전형에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진학지도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에 대해 물었다.
“학생의 적성이죠. 또 적성은 결국 교과에 있는 거구요. 자신이 잘 해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쪽으로 권유를 많이 합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의 막연한 진로 결정을 내린 학생들에게 특별히 더 관심을 갖고 상담을 진행합니다. 결국 자신의 적성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지더군요.”
수학이 마냥 좋아 수학 교사가 된 김 교사이지만, 막연히 수학 성적이 좋고 수학공부가 즐거워 수학과를 지원하려는 학생들에게 그는 특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수학이라는 학문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학문학적 접근으로서의 수학은 지금의 수학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그의 진정성 느껴지는 조언을 학생들 역시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늘 학생들에게 떳떳한 교사로 남고 싶다는 김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담임교사를 최대한 이용하라”고 말한다.
“학생에 관한 모든 일들을 담임과 의논하세요. 어떤 말도 아이를 위해서는 흠이 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해결할 수 없는 아이와의 관계 역시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를 많이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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