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식생활 안전 제대로 지키려면…

스스로 식품 안전 고민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정부, ‘어린이 기호식품 안전성 개선 방안’ 확정 … 엄격한 기준과 시행규칙 필요

지역내일 2012-07-31 (수정 2012-07-31 오후 10:49:27)

“저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지 않습니다. 학교 주변 간식을 믿지 못해서죠. 가끔 친구들이 사주었다며 간식을 가져오는데, 영양성분표시는 알아볼 수 없도록 작게 적혀 있고, 한 눈에 봐도 색소범벅이에요. 경제관념을 키우려면 용돈교육을 해야 한다는데 지금 같은 학교주변 환경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등학생 학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이다.
학교 주변에서 판매되는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크다. 2009년 3월부터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이 시행되었고, 학교 주변 200m이내 지역은 ‘어린이 식품안전 보호구역(그린푸드존)’으로 지정해 관리하지만, 제대로 지켜진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는 드물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어린이 기호식품 안전성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어린이 기호식품 주요 성분을 색깔로 표시하는 ‘신호등 표시제’를 의무화 하기로 했다. 어린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당류 지방 포화지방 나트륨 등 4개 성분을 빨간색(높음), 노란색(보통), 초록색(낮음)으로 알기 쉽게 제품 앞쪽에 표시하게 된다. 내년 과자류, 2014년 음료 순으로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또 학교 주변에 한정했던 ‘어린이 식품안전 보호구역(그린푸드존)’을 놀이공원이나 학원 밀집지역에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1단계 놀이공원, 2단계 학원 밀집가, 3단계로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지정하도록 할 방침이다.‘고열량·저영양 식품’의 대상도 확대한다. 아딸 죠스떡볶이 등 100개 이상 체인점을 가진 프랜차이즈 총 11개 업체에 대해 어묵 튀김 떡볶이 꼬치 만두 핫도그 6개 메뉴의 영양측정을 하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정청(이하 식약청)은 현재 세부 관리 계획안을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상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각 관련 부서에서 세부 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특별법이 개정되는 대로 시행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기다려 보겠다는 반응이다. 김미경(40·아산시 배방읍)씨는 “아이들이 학교 못지않게 학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학원 주변을 그린푸드존으로 지정하는 것은 환영한다. 하지만 지금 학교주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선안을 어떻게 시행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리 기준 모호한 학교 주변 식품 안전 =
학교주변 200m이내, 일명 ‘그린푸드존’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천안시 환경위생과 위생관리팀 남상태 주무관은 “현재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그린푸드존을 관리하고 있다”며 “월 2회 정기 관리를 하고, 고열량·저영양 식품 판매금지 이행여부도 확인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해식품으로 의심되는 식품은 수거해 기준에 적합한 지 판별 후 기준에 맞지 않으면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다”고 덧붙였다.


식약청 식품 안전 기준, 지금 문제없으면 안전하다? =
하지만 실제 학교 주변에서 판매되는 식품들을 보면 철저히 관리한다는 답변에 수긍하기 어려웠다(본지 985호 1면 보도). 아이들이 잘 먹는 식품은 대부분 합성착향료, 합성착색료 등 화학첨가물이 들어있었다. 영양성분표시가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이름만으로는 어떤 용도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첨가물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양성분을 고열량·저영양 식품 판별프로그램에 따라 분류한 결과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나온 제품도 있었다. 식품이 어떤 기준에 의해 관리되는 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그린푸드존 관리는 식약청 조사에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며 “학교 주변에서 판매되는 식품들이 대기업 제품에 비해 포장이 조잡하고, 질이 떨어져 보이지만 기준에 따라 관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서대 식품생물공학과 이기영 교수의 의견은 달랐다. 이 교수는 “화학첨가물의 경우 당장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체에 장기간 쌓이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지금으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또한 나라마다 첨가물에 대한 기준이 달라 외국에서 금지하는 색소를 우리나라에서는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확인해본 결과 학교 주변에서 판매하는 식품에는 ‘식용색소 황색4호’가 들어간 제품이 많았다. ‘환경정의 다음 지킴이’ 자료에 의하면 이 색소는 고농도 노출시 심장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1959년 이후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식약청이 지난 6월 수정 보완한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고시 전문’을 확인해보니 김치 젓갈 유제품 카스테라 빵 코코아분말 코코아버터 등 식가공품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과자나 사탕 등에는 별도의 금지조항이 없다.


학교 수업 ‘영양’ 과목 만들어 건강 먹거리 고민해야 =
식품의 안전관리는 초등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해식품에 노출된 초등학생 못지않게 중·고등학생의 문제도 심각하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바쁜 학업일정으로 끼니를 패스트푸드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식사로 꼽은 것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삼각김밥.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인기다. 한살림 천안·아산 최종복 상무이사는 “삼각김밥에 어떤 화학물질을 넣어 밥이 윤기 있어 보이도록 하는지 방송된 적이 있는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유해성을 알게 됐다”며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아야 하는 청소년기에 삼각김밥 라면 등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영양불균형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최 이사는 “학교주변뿐만 아니라 학원, 놀이시설까지 그린푸드존으로 지정해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건강한 먹거리를 찾고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성분표시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적고, ‘영양’ 교과목을 만들어 아이들이 건강한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직접 깨닫도록 하는 정책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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