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오후 4시, 햇살은 따갑고 공기는 무겁다. 태양의 강렬함은 한풀 꺾였다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이마에 땀이 맺힌다. 어지간하면 하던 일 멈추고, 시원한 곳에만 머물고 싶은 때다.
그 시간, 더위에 정면으로 맞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무기는 우리 문화를 지키겠다는 다부진 다짐. 온몸이 땀에 젖는 것도 아랑곳없는 그들이 있어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천안박물관 공연장은 들썩인다.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우리 것을 알릴 수 있는 멍석이 깔린 게 어딘가요.” 신바람 조종현 대표(44·천안시 쌍용동)는 일요상설공연 ‘산책’을 통해 신명나는 한 판을 펼친다.
전통예술과 함께해온 이십여 년 =
“처음 풍물을 보고 ‘이런 세상도 있구나’ 강렬한 충격을 받았지요. 그때부터 전통예술에 마음을 품었을 겁니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조종현 대표는 동네에 농활 온 대학생 형들의 연극과 풍물을 보고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조 대표를 전통예술로 이끌었다.
그가 시작한 것은 탈춤. 타고난 몸치라 남들 쉬는 동안에도 내내 연습해야 겨우 동작을 익힐 수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조 대표는 “때마침 탈춤 동아리 10주년이라 기념공연을 하게 됐다”며 “지금으로서도 엄청난 2박3일 기념공연을 치러내며 전통예술이 내가 갈 길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선배들과 함께 1991년 놀이패 신바람을 만들었다.
처음은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이 얕았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간도 없었다. 신바람은 그에 착안, 직접 풍물을 익히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 결과, 회원이 하나 둘 늘고, 1993년부터는 ‘단오맞이 풍물놀이 한마당’을 열게 되었다. 공연은 2009년 17회까지 지속할 정도로 호응이 컸고 지난해부터 ‘단오 난장’이라는 시민축제로 전환, 이어지고 있다. 조 대표는 “올해 ‘단오 난장’은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나누는 잔치로 자리 잡았다”며 “전통문화의 흥겨움을 나누는 축제로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 속으로, 더 가깝게 친밀하게 =
그동안의 노력으로 놀이패 신바람은 올해, 일요상설공연 ‘산책’을 주관하게 되었다. ‘우리문화로 시민과 만나자’는 천안시의 계획으로 선보인 ‘산책’ 공연은 충남지역의 다양한 전통예술인들이 함께 하며 9월까지 이어진다.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천안박물관 공연장에서 열린다.
아쉽게도 내년 상설공연에 대한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 하지만 조종현 대표는 조바심 내지 않는다. 조 대표는 “사람들과 어우러질 기회가 마련되면 언제든 무대에 오를 것”이라며 “일요상설공연이 아니더라도 아파트나 동네마다 찾아가서 공연 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돗자리 음악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술은 어려운 게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느끼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쉽고 재밌고 친근한 공연으로 찾아가려고 합니다.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아야 진정한 광대일 테니까요.”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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