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수학교실(7)
“그렇게 가르치시면 안되는데...(3)”
방정식이 만병통치약인가요?(초등 4~5학년)
좋지 않은 말이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없을 것 같아 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대부분은 방정식을 초등학교 4~5학년 때 “야매”로 배운다. 큰수, 복잡한수, 분수, 소수, 공약수, 공배수의 계산을 단순연산과 문장제 활용을 통해 두루 거치고, 음수의 계산, 등식의 성질, 문자의 사용규칙, 동류항 구분, 분배법칙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일차방정식을 배울 수 있다. 학부모님들이야 수학교육을 잘 모르시니 그럴 수 있다 쳐도, 일부 공부방이나 심지어 대형학원에서조차 선행으로 방정식을 후다닥 가르치고 나서 초등 4~5학년의 여러 문장제 활용문제를 방정식 일변도로 풀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수학교육이 무슨 불법 성형시술도 아니고, 눈 앞의 저 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야매”로 간단하게 방정식을 가르치는 행태를 과연 교육이라 불러야 할지 의문이 든다.
예1) 우리 안에 닭과 돼지가 모두 합쳐 20마리가 있습니다. 다리의 개수를 세어보니 모두 64개일 때, 우리 안에 닭과 돼지는 각각 몇 마리씩 있습니까? (초4)
풀이1) 닭이 △마리가 있고, 돼지가 □마리 있다고 할 때,
①△+□=20
②2×△+4×□=64
①과 ②를 연립하여 푼단.(연립방정식)
풀이2)
돼지 10 | 돼지11 | 돼지12 |
닭 10 | 닭 9 | 닭 8 |
40+20=60 | 44+18=62 | 48+16=64 |
당연히 풀이2)가 정석이다. 직접 숫자를 넣어서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어림수와 숫자감각을 익히고, 함수의 기본개념까지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이런 문제를 쉽게 풀어내는 (어쩌면 수학영재일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심화과정으로 방정식을 가르쳐도 되지 않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이다. 재차 강조하건데, “4학년, 5학년 과정에서는 방정식을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가 대답이다.
(방정식은 단순한 계산도구일 뿐이다. 어떻게 방정식이 심화과정이 될 수 있겠는가!)
풀이3)
① 돼지만 20마리 있다고 가정하면 다리는 모두 80개이고, 80-64=16의 차가 생긴다.
② 돼지 한 마리를 닭 한 마리로 바꾸어 넣을 경우 다리개수는 2개씩 줄어든다.
③ 16의 차를 없애려면 16÷2=8, 8마리의 닭이 필요하다.
④ 닭이 8마리이므로, 돼지는 12마리이다.
풀이3)이 이 문제의 심화과정이다. 일차함수의 개념을 좀 더 적극적으로 넣은 풀이과정인데, 이것을 쉽게 이해할 정도면 꽤 똑똑한 학생들이고, 학원에서 흔히 말하는 ‘심화반’ 이상의 정도가 될 것이다. 그 학생들이 경시대회에 나가면 이런 문제를 풀게 된다.
예2) 올림이와 피아는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였는데, 이기면 4계단을 올라가고 지면 1계단을 내려가기로 하였다. 15번째 계단에서 시작하였는데 가위바위보를 모두 20번 하였더니 올림이는 60번째 계단에 있게 되었다. 이 때, 피아는 몇 번째 계단에 서있게 되는가? (단, 비기는 경우는 없다.) (초4경시)
풀이)
① 올림이가 가위바위보를 모두 이겼다고 가정하면 최초의 15에 20×4=80을 더하여 95번째 계단에 있게 된다.
② 95-60=35의 차이가 생겼다.
③ 올림이가 이긴 경우를 진 경우로 바꿀 경우 한번에 5계단씩 내려가게 된다.
④ 35의 차를 없애려면 35÷5=7, 7번 져야 한다.
⑤ 올림이가 7번 졌으므로, 피아는 7번 이기고 13번 졌다.
⑥ 15+7×4-13×1=30
x와 (20-x) 를 사용한 깔끔한 방정식의 풀이를 쓰는 학생이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아니다. 위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풀어오면 상을 준다고 했을 때, 아래의(어쩌면 또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학생이 수학영재일 가능성이 높다.
별해)
① 가위바위보를 한번 할 때마다 올림이와 피아가 올라간 계단 수의 합은 4-1=3이 된다.
② 20번을 하였으므로 올림이와 피아 둘이 올라간 총 계단 수는 20×3=60이고,
③ 그 중 올림이가 60-15=45계단을 올라갔으므로,
④ 나머지 15계단을 피아가 올라간 것이 된다. 15+15=30
자전거를 잘 타고, 충분히 익숙해지면 오토바이를 타도 괜찮을 것이다. 저학년 때는 원리, 개념 중심의 교육을 잘 시키다가 초등 고학년이 되면 왜 그렇게 갑자기 맘이 급해지는가. 방정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자전거도 제대로 못 배운 학생이 오토바이부터 타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 아니겠는가?
다음 시간에는 무리한 선행교육의 폐해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올림피아드 일산캠퍼스
이구섭 원장
031-918-8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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