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세계1위라는 우울한 보도는 심각성을 말해주는 지표일 터.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학교폭력, 교우관계, 성적, 가정형편 등 다양하다. 부모라면 아이의 조그만 돌발행동 하나에도 근심스러워지기 마련이다. 미처 챙겨보지 못한 아이의 마음을 잘 들여다 볼 수 있고 자존감을 높여 심리적인 안정을 줄 수 있는 미술, 음악, 독서 등의 예술을 매개로 아이에게 다가가는 건 어떨까.
■예술활동으로 숨어있던 고민들이 하나둘 드러나요
#1. 예은(가명·초5)이는 부모님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고 다툼이 잦자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쾌활하고 씩씩했던 모습에서 소극적이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변해갔다. 학교에서 또래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급기야 가방셔틀까지도 감내해야 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태민(가명·고1)이는 충격이 심해 그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몸은 기억하고 반응을 해 자괴감이 심했다. 폭력적인 언어를 쓰고 감정 조절을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못생긴 얼굴을 고쳐야한다며 얼굴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예은이는 마음속에 꽁꽁 묻어둔 문제를 그려내며 응어리를 풀어갔다. 태민이 역시 처음에는 아예 얼굴 없는 자신의 모습에서 점점 단점까지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얼굴을 그리며 안정을 찾아갔다.
#2.현아(가명·중3)는 친구들과의 문제로 학교 가기를 거부했다. 내면을 드러내기를 극도로 거부해 어떤 접근도 소용없었다. 피아노를 배우고 있어 피아노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연탄 연주곡을 함께 연주하고 대화를 나누자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친구관계 부적응이었지만, 엄마의 문제가 숨어있었다. 사춘기 딸에 대한 엄마의 지나친 과잉보호와 간섭이 관계를 서툴게 만들었던 것이다.
#3. 민지(가명·초2)는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해 또래 아이들보다 아는 게 많았다. 그런데 이것이 친구들에게 잘난 척한다는 오해를 받게 되고 결국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점점 의기소침해지고 학교 가는 것도 두려워졌다. 집단 독서심리지도로 토론 및 대화법 훈련, 역할극, 편지 쓰기 등의 활동을 통해 실제 친구들과의 관계개선에 도움을 받았다.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시킴으로써 당당히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활동들은 자존감을 높이고 만족감 키워 줘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음악이나 미술, 시 등 예술을 사용하는 치료는 경직된 마음을 이완시키고 마음을 열어 문제를 해결해 간다. 말로 하는 치료는 하고 싶은 말을 숨길 수 있지만, 예술을 매개로 치료하다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의식을 거울처럼 드러내게 된다.
미술치료는 미술을 통해서 아이의 마음속의 아픔, 장애물 등의 심리상태를 알게 하고, 자신의 모습을 깨달아가면서 원인을 파악해 스스로 치유에 다가간다. 미래창의영재교육연구원 수원교육원 김광철 원장의 미술치료의 장점에 대한 설명이다. “그림을 그리고 나면 모든 사람의 마음이 즐거워진다. 또한 내가 그리거나 만든 작품이 남으면서 자존감이 높아진다.”
음악은 멜로디와 리듬을 필요에 따라 달리하면서 우울감, 무력감 등을 연주로 해소하게 된다. “함께 합주를 하거나 감상을 하고, 원래 음악을 달리 연주해 보기도 한다. 미적으로 음악을 완성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불협화음을 만들더라도 아이에게 만족감과 흥미를 더해준다”고 우리동네예술치료센터 강윤아 센터장은 전했다.
독서치료는 독서 자료를 읽거나 들은 후에 토론이나 역할놀이, 창의적 문제해결 활동 등 을 함으로써 통찰력을 이끌어 내며 아이의 마음을 만져주게 된다. 독서치료를 통해 글 읽는 재미를 느껴 학습태도가 좋아지고, 글속에서 사회를 간접 경험함으로써 사회성도 좋아지게 된다.
■결국 문제해결은 부모의 사랑과 소통
한국발달독서치료협회 정명자 회장은 요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어렸을 때부터 무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 자아를 살펴볼 새도 없이 달려가다 보니 발생된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세상에 문제아보다는 문제 부모와 문제 사회가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
다른 전문가들도 문제의 핵심은 사랑과 소통의 부제라고 말한다. 미디어 등의 발달로 가족이나 친구간의 소통과 교류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부모가 같이 상담을 받으면 훨씬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단다. 성적, 공부 등에만 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매체를 찾아 소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동네예술치료센터 강민아 센터장은 “사실 최고의 치료자는 부모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심을 담은 칭찬을 해야 한다. 현실에 기반 하지 않은 과도한 칭찬, 부정적인 언어사용이나 태도 등은 자제해야 한다.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부모들이 아이들의 상처나 아픔을 커 가는 과정이라고 단정 짓고 간과해버리는 경향에도 우려를 표시했다. 문제가 보이면 치료에 적극적이다가 조금만 좋아지면 마무리가 안 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종료해 버려 안타까움을 주기도 한단다.
마음이 아픈 아를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엄마들이 중심을 잘 잡고 건강한 모습을 보일 때 아이들도 훨씬 건강해 질 것이다.
도움말 미래창의영재교육연구원 수원교육원 김광철 원장/
우리동네예술치료센터 강민아·강윤아 센터장/
한국발달독서치료협회 정명자 회장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