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출제 의도를 알면 서술 방향이 보인다

지역내일 2012-07-26

논술! 출제 의도를 알면 서술 방향이 보인다



 ‘논술 전쟁’을 치를 때가 다가왔다. 대학들이 해마다 정시 모집 인원을 줄이고, 수시 전형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그 가운데에서도 논술 전형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뽑음으로써 이 전형에 수험생들이 대거 몰려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전쟁’이라 부를 만하다. 전쟁에 나서는 이들에게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마음에 꼭 새겨야 할 금언이다. 입시 논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 즉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는 것이 합격의 관건이 된다.
 
 핵심은 사고력, 그러나 독해력이 우선
 논술을 실시하는 목적은 사고력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수험생은 깊이 있고 독창적인 사고력을 보여 주는 방향으로 답안을 서술해야 한다. 논술 시험은 상대 평가이므로 여느 학생에게서 볼 수 없는, 탁월한 사고력을 기반으로 한 내용일수록 채점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력도 제시문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독해)한 데에서 나올 수 있다. 기출 문제를 예로 들어 보자.


 논제  제시문 (가)에서 학생이 회사의 사장이라고 했을 때, 진행 중인 사업을 계속할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시오.          (서울대 2008 모의논술 중 일부)
  
(가) 모 전자회사는 1년 전에 2년 동안 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새로운 모델의 냉장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서는 이 제품이 완성되었을 때, 투자한 금액의 15%~20%의 수익이 15년 동안 매년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1년 동안 2억 원을 사용한 후에 다시 살펴보았더니, 개발 초기에 예상치 못한 환경 관련 비용의 증가로 인해 개발비용이 총 7억 원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경쟁사가 동일한 신제품을 개발하여 연간 예상수익률도 2년차 예산의 8%로 낮아졌고, 더구나 10년 후에는 이 제품의 경쟁력이 사라질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 회사는 냉장고를 개발하는 데에 6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예상에 따른 것이다. 제품이 완성되면 투자금액의 15~20%의 수익, 즉 6억 원의 15~20%인 9천만 원~1억 2천만 원의 수익이 15년 동안 매년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결국 15년간 총 13억 5천만 원~18억 원의 수익, 투자금액 6억 원을 제하더라도 적게는 7억 원, 많게는 12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한다.
 그런데 초기년도에 2억 원을 투자한 뒤에 살펴보니, 예상하지 못한 환경관련 비용이 1억 원이 발생하여 투자금액이 7억 원으로 늘어났으며, 경쟁사의 개발 사업 때문에 예상 수익에 차질이 생겼다. 연간 예상수익률이 2년차 예산(이 부분이 학생들에게 가장 장애가 되는 독해 부분)의 8%로 조정된 것이다. ‘2년차 예산’은 얼마인가? 2년간 진행하는 사업인데 초기년도에 2억 원을 썼으니 2년차 예산은 (7억 원에서 2억 원을 뺀) 5억 원이 된다. 따라서 연간 예상수익률은 5억 원의 8%인 4천만 원이 되는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기간도 15년에서 10년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수익은 4천만 원이 10년간 발생하므로 총 4억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7억 원을 투자하여 4억 원의 수익을 본다는 것은 3억 원이 손해라는 뜻이다.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할까?
 초기년도에 투자한 2억 원이 아까워 사업을 계속하면 3억 원의 손해를 보므로 1억 원을 더 손해보는 꼴이 된다. 따라서 아깝더라도 이미 투자된 2억 원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이 경우, 2억 원을 포기한다면 이를 ‘매몰 비용’이라고 한다.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이라는 뜻이다.
 논제는 이 사업을 계속할 지 여부를 판단하라는, 수험생의 사고를 보겠다는 것인데 상황을 독해하지 못하면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독해가 우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독창적인 사고를 보일 차례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사업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서술해야 할까? 앞에서 서술한 내용들을 근거로 ‘일견 중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서술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 회사가 처한 상황을 깊이 있게 살펴보자. 단순히 수학적인 논리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입장에서 볼 때, 경쟁사와의 신제품 경쟁을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논제도 ‘학생이 회사의 사장’이라고 가정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앞으로 출시될 다른 전자제품의 판로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자사 브랜드를 계속 소비자에게 숙지시켜야 한다는 점, 경쟁사에 신형 냉장고의 시장 점유권을 순순히 내 줄 수 없다는 점에서 1억 원은 오히려 감당해야 할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이 채점자라면 ‘수학 논리로만 접근하여 사업을 중단해야 하다는 답안’과 ‘이를 기술하고 더불어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따져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답안’ 가운데 어떤 것에 높은 점수를 주겠는가?


황의현논술학원 황의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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