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사는 법

''고객사랑’은 청국장의 향기를 타고

“맛과 고객에 대한 따스한 철학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지역내일 2012-07-02 (수정 2012-07-02 오후 5:29:49)

대모산 자락에 있는 ‘청국장과 보리밥’ 수서점. 음식점을 운영하기에는 상당히 불리한 주택가에 있음에도 빈자리를 찾아볼 수가 없다. 오전 11시 무렵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단골손님들 덕분이다. 이 집은 뜨내기 손님이 거의 없다. 이처럼 한 번 찾은 손님들이 꼭 다시 찾는 이유는 맛도 있지만 김연수 사장의 특별한 고객철학 때문이다. 인기 많은 아이템이 아닌 청국장으로, 그것도 까칠한 강남에서 인기몰이 중인 그의 고객철학을 들어봤다.


웨이브 진 반백의 헤어스타일, 오십대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팽팽한 피부의 동안, 태껸을 연마한 무도인이라도 되는 듯 날렵한 몸매와 잘 어울리는 개량 한복, 다소 언밸런스한 아디다스 운동화까지, 그의 첫인상은 한 마디로 멋쟁이였다. 시쳇말로 식당주인 ‘필’은 아니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천생 ‘식당주인’이다. 말끝마다 ‘고객’이다. 흔한 ‘고객사랑’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고객 섬김’이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청국장과 보리밥’ 수서점과 서판교점의 김연수 사장. 그는 성공한 프랜차이즈 회사를 설립한 사장이 아니다. 그저 한 체인점의 지점을 운영하는 사장일 뿐이다. 아니, 얼마 전 서판교점을 하나 더 오픈했으니 두 군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남다른 맛과 고객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일반적인 식당을 보면 거의가 다 생계형입니다. 철학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철학이겠습니까. 그냥 되는대로 이익을 많이 남기면 되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그런 현상이 안타깝더라고요. 식당운영은 건강을 다루는 최전선 아닙니까. 최소한 맛과 고객에 대한 확실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OK 할 때까지의 비법은 오직 서비스
그가 강조하는 철학의 첫 번째는 ‘고객섬김’ 혹은 ‘고객감동’이다. 매장 안에 붙여놓은 고객헌장에도 고객에 대한 그의 마음가짐이 그대로 드러난다. 고객헌장 제1조 ‘고객은 항상 옳다.’, 제2조 ‘고객이 틀리다고 생각되면 제1조 참조’.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은 구태의연하지만 정답입니다. 고객은 모든 것에 우선하죠. 고객을 돈으로 보면 절대 안 됩니다. 고객의 품격을 지켜줘야죠. 저희 집을 찾아주신 이상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윤은 그 다음이다. 그가 종업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서비스 할 찬스를 잡으라는 것이다. 고객 중 누군가의 생일이어도 좋고 그날 좋은 일이 있는 손님이어도 좋다. 항상 축하해주고 서비스로 전이라도 하나 해줄 생각만 하고 있으면 그 손님은 절대 잊지 않고 다시 찾는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에게 성공비결을 물으면 서비스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이 집에는 디저트가 풍성하다. 계절에 따라 찐 감자나 찐 고구마, 보리강정, 미숫가루 슬러시 등 디저트가 거의 뷔페식이다.
“종업원들 지인이 오더라도 저에게 묻지 말고 마음껏 서비스를 주라고 합니다. 아는 사람 보고 갔는데 서비스 하나 없으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서비스 해주면 또 옵니다. 종업원도 우쭐해지고요.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않으면 저로서는 손해날 게 없는 장사입니다.”
그는 음식점을 오픈할 때 한 달 동안 주변에 알리지도 않았고 지인을 초대하지도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고객 접대에 소홀할까 두려워서였다. 아무래도 지인이 오면 지인접대 하느라 정작 가게의 주인인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지금도 같은 이유로 지인이 찾아오는 걸 썩 달가워하진 않는다. 


고객의 건강이 곧 나의 건강
두 번째는 맛에 대한 철학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음식점은 맛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맛에 우선해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집 음식이 얼마나 건강에 좋으냐이다. 조금이라도 맛이나 고객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것 같으면 아예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질 못한다. 
“한번은 청국장을 졸일 때 시간을 잘 못 맞혀서 조금 눌었더라고요. 다 버렸습니다. 물론, 한 솥에 50만 원쯤 하니 아깝죠. 그냥 식탁에 나가도 아주 예민한 손님이 아니라면 잘 모르셨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알잖아요. 제가 모르면 모를까 아는데 어떻게 나갑니까. 아깝지만 버릴 수밖에요. 그렇게 두 번을 버렸습니다.”
이처럼 맛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사장이지만 건강에 대해서도 대단히 까탈스럽다. 우선 메인 메뉴인 청국장과 보리밥은 반드시 유기농 재료를 쓴다. 김 사장 자신이 청국장을 수시로 먹고는 피부가 좋아지고 뱃속이 편안해짐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표 메뉴만큼은 유기농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다른 반찬은 단가 때문에 유기농은 아니지만 매일 새벽에 가까운 가락시장에서 직접 시장을 본 신선한 재료로 만든다. 또한, 식당에서 쓰는 식기도 경남 무형문화제 14호인 두부자공방의 방짜 유기를 쓴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음식의 독성을 중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객의 건강에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이렇게 고객과 맛에 대한 철학을 강조하는 그의 이력은 다소 남다른 편이다. BBQ 치킨으로 유명한 제네시스와 원할머니 보쌈에서 마케팅 본부장으로 일했다. 박가부대찌개라는 원할머니 보쌈의 브랜드 체인점을 6개월 만에 라면과 공기밥의 무한리필이라는 획기적인 전략으로 두 배의 매출신장을 이루기도 했다. 
음식점 사장이라는 호칭보다는 외식경영지도사라는 직함을 선호하는 그는 많은 기업체에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또한, ‘청국장과 보리밥’ 프랜차이즈를 설립한 사장이 후배라서 설립 전 6개월 동안 자문을 해주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일하면서 해보고 싶었던 것을 제 사업장에 접목해보니 많은 걸 알겠더군요. 제가 평소부터 갖고 있던 맛과 고객에 대한 철학도 실현해 보았고 앞으로도 직접 프랜차이즈 회사를 운영할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회사를 낸다 하더라도 자신의 철학이 투영된 직영점으로만 운영하고 싶다는 김 사장은 외식사업을 성공시켜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종업원의 생일까지 챙겨주는 그는 따뜻한 ‘인간의 관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장시중 리포터 hahaha1216@naver.com

주소 서울 강남구 수서동 450-8(궁마을 내)
예약 수서점 02-3414-3313  서판교점 031-705-3313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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