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한자선생님이 되어 보자

지역내일 2012-07-24

“오늘은 왜 잘했다고 안 해줘요?”
“그랬어? 미안.”
“오늘도 참 잘 했어.”


“근데요. 제 친구 윤하 있잖아요. 선생님이 소개해준 선생님께 배우잖아요. 그 선생님 착해요?”
“그럼! 착하지”
“근데요. 그건 시간이 지나봐야 알아요. 제가 다니는 영어 학원에 있는 선생님도요 처음에는 착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화도 내고, 혼도 냈어요. 안 착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좀 더 있어봐야 돼요.”
“우와~~ 너 엄청나게 똑똑하네. 어떻게 그런걸 알게 되었지?”
“그냥 알게 되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가 한 말이다.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더 친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한자를 재미있게 접근을 시킬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재미있게 수업을 할까’ 늘 고민해 왔다.
아이들은 참 솔직하고 똑똑하다. 때가 묻어있지 않아서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표현할 때가 많다.
그럴 때 아이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줘야 한다.


“그랬구나.”
“그래서 어떡했어?”
“그래서 그때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얘기하는 그 상황 그대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 때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하고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다. 무슨 공부든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면 그 과목을 열심히 하게 된다.


“얘! 너는 누구니? 지난번에 본 것 같은데 오늘은 생각이 안 나네.”
“얘! 넌 어디서 왔니?”


지난 시간에 배운 글자를 복습 시키는 시간에 아이가 가끔 내뱉는 말이다. 공부를 안 했다고 말하기도 싫고, 모른다고 말하기도 싫어서 글자에게 탓을 돌린다.
   
“네가 안 놀아주니까 얘가 삐쳤나 봐. 그래서 자기 이름을 알려주기 싫은 게지….”


그런 후에 아이에게 답을 알려준다.
아이들에게는 절대 혼을 내면 안 된다. 모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배운 글자를 잊어버릴 수도 있고, 확실하게 알고 있는 글자였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모른다고 핀잔을 주면 아이들은 자기가 머리 나쁜 아이라고 스스로 단정을 짓게 된다. 그리고 그게 반복되면 정말 잘 잊어버리게 되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머리 좋은 얘들은 진도를 좀 빨리 빼면 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조금 천천히 가면 된다. 모른다고 혼 낼 이유는 없다.
 
“그렇지!~  그렇지!~”
“응~”
“그렇지!! 정말 잘 한다~~”
“오늘은 다른 날 보다 더 잘 하네~”
“원래 채연이가 좀 똑똑해요. 호호호~~”


수업을 진행하면서 늘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에 대해 그때그때 추임새를 넣어주고 호응을 해줘야 한다. 아이와 한 호흡이 되어 수업을 진행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수업을 하다보면 아이는 선생님이 의도하는 방향대로 푹 빠져서 완전히 집중을 하게 된다. 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푹 젖어들게 수업을 이끌어 간다.
그런 과정이 지속되면 아이는 선생님이 자기에게 끝없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기를 인정해 준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네가 공부를 안하고 오니까 오늘은 선생님이 참 힘들었어. 다음 시간에는 조금만 하고 오면 정말 고맙겠다.”
“오늘은 열심히 해서 선생님 기분이 너무 좋아.”
“네가 너무 안하니까 오늘은 선생님이 화가 나!”


선생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은 정신이 맑아서 선생님이 화가 났는지, 기분이 좋은지 너무 잘 안다. 아이들을 속이려고 하면 안 된다. 선생님의 있는 모습 그대로 아이들을 대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란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들과 한마음이 되는 선생님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혼내지 않는 선생님이다.
그런 선생님을 만나면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한다. 자기를 좋아해주는 선생님께 인정받고 싶음 마음에, 그리고 스스로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억지로 하는 공부는 오래 하지 못한다. 오래 하지 않는 공부는 자기 것이 안 된다.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야 잘 익고, 제대로 익어야 제대로 된 맛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게 좋은 선생님이 해야 할 몫이 아닐까 싶다. 좋은 한자 선생님이 되어 보자.

박성란 한자지도사


깨모한자
042-484-8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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