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벤처회사 대표가 잠신고를 찾은 이유?

진로 해답, ‘네 안’에 있다.

지역내일 2012-07-24

 특목고와 자사고의 강세, 고교선택제 후폭풍으로 일반계고 학생들의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다. 특히 상당수 인문계고에서는 ‘2학년 문과 남학생반’은 학습 열의가 현저하게 떨어져 교사들 사이에서 수업하기 힘들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여름방학 직전, 학생들이 다소 들뜬 시점에 잠실에 위치한 잠신고에서는 교사와 지역 단체가 힘을 모아 학생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곰곰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색다른 수업을 진행했다.

 22살 때 멋모르고 창업해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 문화벤처회사 ‘써니사이드업’을 차근차근 키워가고 있는 대학생 CEO 전아름 대표가 잠신고 2학년 문과반 남학생들을 만났다. “고2때까지 상위권이었던 성적이 고3되면서 곤두박질 쳤어요. 수시원서를 냈는데 서울여대 콘텐츠디자인학과 한 곳만 붙고 나머지는 다 떨어졌어요.” 전 대표는 밴드부와 만화에 빠져 살았던 고교시절 이야기부터 벤처 창업 후 빚 독촉을 받아 유럽으로 도피했던 어두운 과거까지 다양한 경험담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냈다.




 벤처회사 대표와 고교생들의 만남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전 대표와의 만남을 어리둥절해 하며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색다른 그의 인생스토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사업하려면 자본금이 얼마나 필요해요?” “처음 창업했을 때 부모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만약 사업을 안했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학생들은 궁금한 사안에 대해 하나 둘 질문을 던졌다.
 이번 미니 특강은 강동송파교육희망네트워크의 대표인 잠신고 류기창 교사와 송파지역 여성문화기획자들의 모임인 ‘문화와 성장하는 사람들 W''가 고교생들에게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했다. “수업시간에는 습관적으로 잠자는 아이들, 공부에 열의도 없고 한창 발랄해야 할 10대에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었습니다.” 류 교사가 속내를 밝힌다.
 “전아름 대표는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고교시절 집이 가난해 어려움도 많이 겪었어요. 하지만 무모하리만큼 저돌적인 실천력으로 자가 성장한 인물입니다. 대학생 대상 벤처창업 강의 때마다 질문공세를 많이 받는 주인공입니다. 콤플렉스를 삶의 에너지로 바꾼 25살 전 대표의 노하우를 나이차가 별로 나지 않는 고교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윤영애 ''문화와 성장하는 사람들 W'' 대표가 전 대표를 잠신고로 초대한 이유를 들려준다.

장래 진로, 지금 고민 안하면 나중에 후회
 “여러분의 단점 5가지를 말해보세요.”라는 전 대표의 주문에 학생들은 평상시 본인의 문제점을 집어본다. ‘집중력 부족, 실천의지 약함, 잠 많음, 자신감 부족, 게임?TV 중독...’ 공통적으로 나온 약점들이다. “고교시절 나는 하루 3시간 넘게 만화를 읽는 소문난 만화광이었어요.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하게 들자 약점 리스트를 작성한 후 한 달에 하나씩 고쳐나갔어요.”라며 그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이와 함께 자기 탐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뚜렷한 목표가 없지만 때 되면 생기겠지 막연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오산입니다. 지금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면 대학 졸업 무렵에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갈팡질팡하는 대학교 4학년생을 많이 만났어요.”

인생 로드맵 구체적으로 세워라
 이날 특강에 참여한 30여명의 학생 가운데 5명을 제외하고는 각자의 관심분야를 가지고 있었다. 경영, 금융 분야를 선호하는 학생이 가장 많았고 실용음악, 게임기획, 캐릭터 디자인, 일본어 통역, 패션디자인, 스포츠산업 등에 관심이 있었다. 다만 ‘돈을 많이 벌고 싶어 CEO가 되고 싶다’ ‘안정적으로 보여 공무원을 지망한다’ ‘옷 입는 게 재미있어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라는 답변에서 보듯 뚜렷한 동기나 직종에 대한 정보, 구체적인 목표는 미약했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우리 사회에는 ‘사장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아요. 냉정하게 내가 사장감인지 따져봐야 해요. 우리 회사에 인턴 12명, 정규 직원 3명이 있는데 경영자로서 월급날이 늘 걱정입니다.(웃음) 돈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조금만 힘들어도 떠나버리거든요. 난 하루 2~3시간만 자고 일합니다.”라며 회사 대표로서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와 함께 “회사를 키워나가기 위해 힘들기는 하지만 난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29살에 청소년 장학재단을 만들고 30살에는 창업 전도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틈틈이 책을 쓰고 강연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무엇을 할지 연령대별로 미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보세요.”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특강에 참여한 고교생 가운데는 ‘창업을 위해 어느 정도 자금이 필요한지?,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이는 학생도 있었다.
 “기회 닿는 대로 학생들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물을 학교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이런 만남이 쌓이다보면 무기력한 아이들이 조금씩 바뀌지 않을 까요?” 류 교사는 며칠 뒤 열릴 성남의 디딤돌 대안학교 조주현 교장의 특강을 준비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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