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코앞으로 다가온 여름휴가, 이맘때쯤이면 바다로 갈 것인지 산으로 갈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이 꽤 많을 터. 그렇다면 산에도 가고 바다도 가고 숲도 걸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맑은 산바람이 스미고 그 바람사이로 나무향기 밀려오며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바로 전북 부안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세월이 아무리 빠르고 무상하다 해도 곧고 푸른 전나무를 휘게 하지 못하고 머리세지 못하게 하는 부안 내소사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녹음이 깊은 전나무 숲길에 마음의 평안 얻어
내소사(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는 백제 무왕 34년(633)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는 두타행을 하는 혜구스님이 세운 절이다. 스님이 절을 처음 지을 때 “여기에 들어오는 모든 이 소생하게 하소서”라는 원력을 세우고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내소사(來蘇寺)의 ‘내소’ 또한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는 뜻으로 불교에서 다음 세상은 ‘미륵세상’ 즉 평화로움이 가득 찬 세상을 말한다고 한다.
장맛비가 기승을 부리더니 내소사에 도착할 즈음 잠잠해진다. 비 때문인지 솔향기가 유난히도 깊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약 1킬로미터 정도 이어진 전나무 숲길이 눈에 차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전나무 숲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내소사의 전나무는 150년 전, 휑하다 못해 삭막하기까지 한 절 앞터에 어느 스님이 심은 나무가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의 터널을 이루었다고 전해진다. 전나무는 우리나라 절집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나무로, 곧고 당당하게 자라는 전나무의 모양과 한겨울에도 늘 푸른 상록성이 참선 수행을 하는 스님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존재를 알리려는 듯 요란스럽게 흐르는 개울을 지나 벚나무 길을 지나면 어느새 천왕문에 다다른다.
홀로 돋보이기보다 자연과 어우러져 빛을 발하는 내소사
절집의 뜰을 지나 내소사 천왕문으로 들어서면 아담하고 소박한 절집에 마음을 잠시 빼앗긴다. 왼편에 오색줄과 새끼줄이 칭칭 감긴 1000년 된 느티나무 한그루가 버티고 섰다. 정월 대보름날 이곳 마을 주민과 스님들이 모여 당산제를 지내는 할어버지 당산나무다. 일주문 입구의 700년 된 느티나무가 할머니 당산나무라고 하니 두 나무는 별거(?)중인 부부나무다.
할아버지 나무 좌우로 보종각과 범종각이 자리하고 있고, 위로는 누각이 아래쪽으로는 사람들의 통로가 있는 봉래루가 보인다.
고개를 빳빳이 들 수 없을 정도의 높이에 저절로 머리를 숙이게 되고 겸손해진다. 내소사 대웅보전은 봉래루보다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마치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하는 대웅보전은 화려하거나 웅장하진 않지만 오랜 세월 비바람을 이겨낸 흔적이 역력하다. 대웅보전 뒤로 살짝 개인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 병풍처럼 넓게 펼쳐진 능가산의 절벽들이 잔뜩 뽐을 내고 있다.
주변 자연과 빼어나게 한 몸을 이루고 있는 절이라 전해지는 내소사, 혼자가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우리 조상들은 이미 오래전에 터득하셨나보다.
내소사의 보물 네 가지를 소개합니다!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은 부안의 내소사에는 네 개의 보물이 있다. 그 첫 번째는 할아버지 나무 옆 누각 안에 보관되고 있는 고려동종(보물 제277호)이다. 원래 고려동종은 내변산에 있는 청림사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그 기원은 고려 고종 9년 때다. 만들어지고 약 600년 후 이곳으로 옮겨졌으며, 전형적인 고려 후기의 종 형태를 하고 있다. 동으로 만들어진 푸른빛의 종의 윗부분에는 용이 새겨져 있으며, 연꽃 장식과 구름위의 삼존상이 새겨져 있다.
두 번째는 마치 새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듯 팔각지붕을 하고 있는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이다. 대웅보전은 조선중기의 목조건물로 겉으로 보기에는 소박하나 찬찬이 들여다보면 화려함이 있다. 단청하나 없이 나뭇결이 그대로 느껴지듯 투박하지만 초화무늬가 정교하게 투각된 꽃살문은 화려함의 극치다. 문살에 연꽃과 국화, 해바라기 꽃이 만발했다.
세 번째는 조선 태종 15년 어느 이씨 부인이 사별한 남편의 명복을 빌기 위해 한 글자를 쓸 때마다 한 번씩 절을 하면서 지극한 정성으로 필사한 법화경절본사경(보물 제278호)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석가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영산회괘불탱(보물 제1268호)이다. 1700년에 그려진 이 괘불은 콧속의 털까지 묘사하는 선의 정밀함과 화려한 옷의 무늬와 채색이 돋보이는 탱화로 내소사의 자랑거리 중 하나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내소사를 감싸 안고 있는 관음봉과 세봉에 올라보는 것도 권한다. 4시간 정도 발품을 팔면 내소사와 곰소만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여름철 칼칼한 입맛을 잡아줄 곰소젓갈시장에서 젓갈 한통을 구입하자 왠지 모를 만족감이 밀려온다. 주부에게 있어 일주일치 밥반찬해결은 더위를 피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보다 더 시원하기 때문이다.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