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아파트 면적줄이기 ‘붐’] 재건축·재개발 때 안팔리는 중대형 없앤다

지역내일 2012-07-23
1천가구 대단지에 대형면적 아파트 60가구 불과 … 서울 이어 부산서도 면적 줄이기 나서

과거에 아파트는 짓기만 하면 팔렸다. 하지만 지금은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악성 미분양으로 남고 있다.이러한 문제는 뉴타운 이후 급증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일수록 심각하다. 심지어 철거와 이주, 분양 등만 남긴 관리처분인가 단계의 조합들 역시 설계변경을 통해 건축심의를 다시 받고 있다. 최소 1년 이상 사업기간이 늘어나는데도 거의 원점에서 사업을 재검토 하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는 이러한 조합의 움직임을 '현명한 노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안 팔리는 상품을 부여잡기보다 팔릴 수 있는 상품을 시장에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 팔리는 상품으로 설계 변경 활발 = 고덕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10년 9월 건축 심의를 받고 지난해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당시 조합은 전용면적별로 △60㎡ 이하 666가구(20.41%) △60~85㎡ 이하 1521가구(46.61%) △85㎡ 초과 1076가구(32.98%) 등 총 3263가구를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합은 지난 5월 건축심의를 다시 받았다.




1076가구이던 대형은 107가구로 줄인 반면 소형은 두배 가까이 늘렸다. 전용면적별로는 △임대를 포함한 59㎡형 1074가구 △72㎡형 96가구 △84㎡형 2009가구 △102㎡형 372가구 △112㎡형 64가구 △122㎡형 32가구 △104~196㎡형 11가구 등으로 세부 계획을 확정했다. 아파트 전체 분양 물량도 3658가구로 늘렸다.

1123가구 규모로 추진되던 금호15구역 재개발 사업은 조합원이 아파트를 한채씩 받는 일대일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설계 변경을 통해 용적률도 높이고 일반분양도 하게 됐다.

이 재개발 지역은 2007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을때만 해도 임대아파트 94가구, 80~84㎡ 351가구, 118~148㎡ 678가구로 구성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대형 아파트를 60가구로 대폭 줄였다. 나머지 물량은 전용면적 85㎡ 미만으로 구성했다. 임대아파트도 127가구로 늘렸다. 전체 분양 물량이 1320가구로 늘어나면서 160가구 가량을 일반분양할 수 있게 됐다.

서대문구의 경우 4개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설계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우선 GS건설 등이 시공할 가재울4구역의 경우 대형 면적을 84㎡ 257가구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역은 주민이주 후 관리처분인가를 다시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홍은14구역은 기존 151㎡를 59~84㎡ 등 중소형 75가구로 변경키로 했고, 가재울5구역과 6구역 역시 대형을 84㎡ 이하로 설계를 바꿔 다시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청약 호황, 부산도 줄이기 나서 = 불황을 모른다는 부산지역도 작게 설계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부산 신규 아파트 청약률은 수십대 1을 보였고 계약률도 70~80%를 상회하는 등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불황에 대비하는 움직임은 빠르다.

부산사직 1구역은 애초 임대아파트 80가구, 59㎡ 56가구, 84㎡ 265가구, 103~175㎡ 478가구 등 879가구로 설계됐다. 중대형 비중이 55%나 됐다. 하지만 최근 설계변경을 통해중대형 비중을 12%로 줄였다. 우선 임대아파트와 59㎡를 각각 96가구, 124가구로 늘렸다. 애초 대형 478가구는 128가구로 줄였고, 256가구이던 84㎡를 세배 가까이 늘렸다. 부산 대연2구역도 애초 2850가구를 짓기로 했다. 중대형 비중은 36.5%이나 됐다.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지만 조합은 다시 뒤로 돌아가 설계변경심의를 신청했다. 그 결과 중대형 아파트를 전체 23%로 줄이고 전체 가구수는 3149가구로 늘렸다.

이러한 설계변경은 조합원 부담을 덜어야 할 중대형 아파트가 안 팔리면서 시작됐다.

과거에 재건축·재개발·뉴타운 단지내에 중대형 아파트가 많았던 것은 분양가 때문이다.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높기 때문에 이를 통해 조합원의 분담금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자연스레 조합과 시공사는 중대형 아파트를 많이 집어 넣었다.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할 상품이 안 팔리면서 화를 키웠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은 설계변경을 통해 중소형 아파트를 늘렸고 용적률 상향 헤택까지 받았다.

용적률을 10% 이상 늘리는 것은 서울시장 권한이지만 5% 이내는 구청장 권한이기 때문이다. 또 중소형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조합원 분담금도 줄어들게 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설계를 변경하면 사업기간이 연장되는 어려움은 있지만 조합원의 개인 부담이 줄고 건설사의 리스크도 상당부분 해소된다"며 "당분간 조합의 면적줄이기 붐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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