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연가시’

연가시로 기억되는 신종플루의 악몽

지역내일 2012-07-23
영화나 소설은 상상의 힘을 빌려 앞서 나가기도 하지만 때론 지나간 흔적을 훑기도 한다. 2012년 흥행 재난 영화 ‘연가시’. 이 영화는 과연 우리의 미래를 다룬 걸까, 과거를 다룬 걸까? 극한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살인기생충 ‘연가시’는 보는 내내 신종 플루의 악성 바이러스를 떠올리게 하고 ‘윈다졸’이라는 특효약은 품귀현상을 겪었던 타미플루를 연상케 한다. 그 해 겨울 우리가 겪은 일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속 이야기처럼 제약회사의 이권싸움 속에 누군가의 실험물로 전락했던 건 아닐까?



실존하는 기생충, 연가시
학명 Gordius aquaticus. 곤충의 몸에 기생하는 가느다란 철사 모양의 유선형 동물로 물을 통해 곤충의 몸속에 침투했다가 산란기가 시작되면 숙주의 뇌를 조종해 물속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만드는 기생충이란다. 그의 변종이 나타나 포유류를 숙주로 삼는다는 것이 영화의 설정이다. 아직까지 어떻게 숙주의 뇌를 조종하여 자살을 유도하는 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영화는 상상에 날개를 단다. 현실적인 치명성에 공포는 커진다. 흡사 좀비가 된 듯 흉측한 몰골이 되어 물가를 찾아드는 사람들. 물이 있는 곳이라면 횟집 수족관도 마다하지 않는다.
2009년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처음 대중에게 알려진 연가시. 박정우 감독도 그 다큐멘터리를 본 모양이다. 당시 사람들은 연가시를 ''에일리언''이라고 부르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몰랐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지도 모른다.

빛나는 가족애
재난의 상황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언제나 사랑이다.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김명민의 모습이나 게걸스럽게 먹을 것을 밝힐 때부터 최악의 갈증과 마주하면서도 아이들의 물을 챙기는 엄마 문정희의 모습은 새롭진 않지만 진부하지도 않다.
연가시가 실제 생기면 어쩌나 하는 공포 속에서도 나라면 저 상황에서 아이들을 챙길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고개를 든다. 가족의 생명줄인 약을 어처구니없이 잃어버리고 맥없이 빈손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괜찮아”를 말해줄 수 있는 아내. 대피소 옆자리 아주머니에게 “맘 독하게 먹어요, 엄마가 그러면 애는 어떡해?”라고 말할 수 있는 엄마. 스스로도 연가시의 조정을 받으면서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 기필코 소화전을 방어하는 모성의 강한 힘을 나는 발휘할 수 있을까. 연가시가 치명적일수록, 연가시가 흉측할수록 부성과 모성은 제 빛을 강하게 발한다.

탐욕의 다른 이름은 연가시
연가시는 숙주의 몸에 들어오면 숙주 크기의 3배까지 자란다고 한다. 곤충 속에 들어간 녀석이 2m까지 자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연가시가 먹는 것인 줄 모르고 숙주는 꿀꺽꿀꺽 욕심 사납게 먹으며 몸을 불린다. 욕심에 사로잡혀 꾸역꾸역 오늘을 살아가는 내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망가지는 줄 모르고, 죽을 줄 모르고 연가시의 조정에 따라 열심히 세상을 산다. 욕심을 채우며, 탐욕을 불리며, 돈, 성적, 인맥, 정보…. 내 안의 연가시는 언제쯤 나를 물속으로 데려가려나. 언제쯤 난 이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으려나.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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